[미디어펜=문상진 기자] 17일만에 만난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과의 만남은 ‘냉랭’ 그 자체였다. 문재인 대표로서는 점점 세를 불려 나가는 탈당파를 손 놓고 바라보아야만 하는 복잡한 속내가 읽히는 부분이다. 안철수 의원은 김한길·박지원 의원에 이어 동교동계까지 탈당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기대에 부풀어 있다.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은 30일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4주기 추모미사에서 조우했다. 지난 13일 새벽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의원의 자택이 있는 서울 노원구 자택을 찾은 이후 17일만이다.
이날 서울 도봉구 창동성에서 열린 추모미사 직전 성당 휴게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악수를 건넨 뒤 나란히 앉아 의례적인 인사와 답변만을 짧게 나눴다. 문재인 대표나 안철수 의원이나 골 깊은 앙금을 털어내지 못한 채 어색함을 드러냈다.
“신당 작업은 잘 돼 가느냐”는 문재인 대표의 물음에 안철수 의원은 “시간이 촉박하지만 열심히 하고 있어 연말연시도 없을 것 같다”고 형식적인 답변에 이어 선거구 획정 등을 놓고 2~3분간 짧은 말을 주고받았다.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오른쪽)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30일 오전 도봉구 창동성당에서 열린 고 김근태 전 의장 4주기 추도미사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날 더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호남향우회 현직 임원단이 집단 탈당했다.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 이용훈 총회장과 임원진 12명, 서울시의 각 구 회장단 20명은 천정배 의원의 신당인 ‘국민회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부분 입당키로 했다.
안철수 의원과 지난 28일 만남을 가졌던 동교동계 좌장격인 권노갑 고문의 탈당도 가시화 되고 있다. 권노갑 고문은 당시 안철수 신당의 중도개혁 노선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교동계 관계자는 “권노갑 고문과 박지원 의원이 결시마면 동교동계는 행동을 같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노갑 고문이 결단을 하면 박지원계로 분류되는 김영록·이윤석·박혜자 의원 등 광주·전남 의원들의 추가 탈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진다.
권노갑 고문 역시 문재인 대표에게 당통합을 위해 ‘2선 후퇴’를 요구했지만 문 대표가 거절하자 탈당쪽으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동교동계는 현역의원들의 거취와 관련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된 이후 탈당할 것으로 보여 내년 1월 10일 전후가 예상되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김한길 의원이 탈당할 경우 수도권 의원 들의 추가 탈당이 이어져 탈당파는 28~32명 정도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결국 분당의 ‘키’를 쥐고 있는 김한길 의원이 탈당할 경우 원내교섭단체 구성도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안철수 신당행을 택한 문병호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수도권 3~5명, 호남 5명이 추가 탈당해 20명 이상은 될 것”이라며 “내년 1월 중순 교섭단체가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김한길 의원의 탈당과 함께 안철수 신당과 천정배 신당, 박주선·박준영 신당의 헤쳐모여가 될 것이란 시나리오가 유력해 지고 있다.
문재인 대표의 호남 구애도 가속화 되고 있지만 역부족이란 지적이 많다. 문재인 대표는 출범 예정인 선대위의 공동 선대위원장 중 1명을 호남 출신 인사로 영입하는 방안을 고민중이다. 거론 인사로는 전북 출신의 박승 전 한은 총재가 거론되고 있다. 호남특위위원장에는 광주 출신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장 교수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호남의 이반 이면에는 뿌리 깊은 갈등이 내재해 있다. 호남 출신 탈당파들은 “원래 주인이었는데 어느새 객으로 일려났다. 호남이 밀려난 중심에는 친노·운동권이 자리를 차지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설계하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으로 기세를 올렸지만 친노중심으로 치러졌던 2012년 총선과 대선의 실패가 결정적인 불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더 이상 문재인 대표에게서 희망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 2선 후퇴 요구를 줄기차게 외쳤지만 무위로 끝나자 각자의 길을 선택하면서 분당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