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올해도 코스피지수는 1961.31로 마감하면서 2011년 이후 이어진 ‘박스피(박스권+코스피)’ 탈출에 실패했다. 지난해 말(1915.59·이하 종가 기준))과 비교하면 2.39% 올랐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와 국제유가 폭락에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겹치면서 전형적인 상고하저 흐름을 보인 것이다. 지난 4월 2173.41까지 치솟으면서 전고점(2011년 5월 2일·2228.96) 돌파 기대감까지 나왔던 것을 고려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이에 비해 코스닥지수는 제약·바이오 등 중소형주의 약진과 기업공개(IPO)붐에 힘입어 작년 말보다 25.67% 상승하면서 ‘형보다 나은 아우’가 있음을 증명했다.
다만, 상저하고 흐름을 보인 건 코스피와 마찬가지였다. 연초에 546.01이었던 코스닥은 8년 만에 700선을 돌파하고 시가총액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제약·바이오주를 중심으로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지수는 600선으로 빠르게 하락했고 연말에 결국 700선 고지를 넘지 못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미국의 금리인상이라는 ‘장벽’을 넘지 못한 셈이다.
◆‘용두사미’ 코스피, 불어난 시총 1200조원은 성과
올해 코스피는 상반기 고공행진을 펼쳤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와 3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초이노믹스로 불리는 경기활성화 정책 등에 힘입어 유동성 장세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4월 23일 연중 고점인 2173.41까지 올랐지만 서서히 악재가 불거지면서 후퇴하기 시작했다. 5월에 시작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코스피가 꺾이기 시작한 변곡점이었다. 중국 관광객 감소와 내수 위축으로 이어지며 증시에서 화장품과 여행, 유통주 등이 줄줄이 내림세를 보였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세계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을 드리우며 증시를 짓눌렀다. 상하이종합지수가 하루 만에 8.49% 폭락한 8월 24일에는 코스피도 연중 저점인 1829.81로 급락했다.
한국 증시를 좌우하는 외국인들 역시 하반기 한국증시를 떠나기 시작했다. 외국인은 8월 5일∼9월 15일에는 29거래일 동안 사상 최장의 연속 순매도 행진을 벌여 무려 5조5432억원 규모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삼성전자의 대규모 자사주 소각 결정 등의 호재도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면서 지수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다만 기업공개(IPO)의 붐이 일면서 코스피 시가총액이 사상 첫 12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의미가 있다. 코스피 시장의 신규상장된 기업은 지난해 7개사에서 올해 16개사로 증가했다. 상장 기업수가 늘고 지수도 상승하면서 연말 코스피의 시가총액은 1243조원으로, 1년 전보다 51조원 늘었다. 코스피 시총이 12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저금리와 개인투자자의 활발한 주식시장 참여로 거래량도 늘었다. 올해 코스피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5조4000억원으로 작년보다 1조4000억원(35%) 늘고 거래량은 4억6000만주로 64%나 증가했다. 가격제한폭 확대와 액면분할 활성화 등의 정책이 활발히 시행된데다 개인 거래 비중이 지난해 45%에서 올해 54%로 높아진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과 기관, 개인이 모두 코스피 시장에서 올 한해 순매도세를 보이면서 취약한 수급 상황을 드러냈다. 외국인은 유로존 위기 이후 2012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 25조700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순매수 기조를 이어왔지만, 올해 3조600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4년 만에 ‘필자’로 돌아섰다.
기관도 투신과 금융투자 부문을 중심으로 5000억원어치를 팔았다. 개인도 4000억원 상당을 순매도해 7년째 '팔자' 행진을 지속했다.
업종별로는 의약·내수주 등이 강세를 보였다. 의약품(88.1%)과 화장품이 포함된 화학(44.7%)과 음식료(36.2%) 등은 크게 올랐다. 반면, 운수창고(-28.5%)와 철강금속(-21.0%) 등 대형 경기민감주는 약세를 보였다.
◆‘약 먹고’ 몸집불린 코스닥
올해는 코스닥시장이 급성장한 한해였다. 코스닥지수는 지난 7월 20일 782.64까지 오르면서 800선을 넘보기도 했다. 코스닥 시장의 시총은 지난해 143조1000억원에서 올해 201조6000억원으로 40.9%나 증가했다. 연고점을 기록한 7월 20일에는 213조4000억원으로 치솟기도 했다.
정부의 중소·벤처기업 지원 강화, 신규상장 증가에 따른 시장 활성화 등에 더해 저금리로 유동성이 제약·바이오주로 몰리면서 코스닥시장을 이끌었다.올해 코스닥시장의 신규상장기업수는 122사로 2002년 이후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코스닥시장의 제약 업종은 올해 들어서만 75.02% 급등했고 의료기기 업종도 48.23% 상승했다.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 중 제약·바이오 관련 기업이 9개(45%)나 된다.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의 주가는 지난해 말 3만8850원에서 이날 8만4500원으로 117.5%나 폭등했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3조5200억원으로 지난해 1조97억원보다 78.7%나 늘었고, 일평균 거래량은 6억400만주로 지난해 3억5500만주보다 70.1% 증가했다.다만 코스닥시장에서도 개인을 제외한 기관과 외국인은 매도세를 보였다. 개인은 올해 코스닥시장에서 2조3788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302억원, 2372억원씩 팔아치웠다.
또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가 불거지면서 급등세를 보이던 제약·바이오주의 주가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는 등 유동성 장세에 따른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