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지난해 28일 24년만의 지루한 싸움으로 치달았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문제에 대해 한·일양국은 역사적 결단을 했다. 종전 70년,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앞두고 과거와의 싸움을 벗어나 미래의 발전적 관계를 선언했다. 위안부 문제는 일본의 역사인식, 한·일 청구권 협정과 국민 감정, 현실 정치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안으로 지난 24년간 양국관계의 발목을 잡아왔다.
위안부 피해 사실은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가 실명으로 처음 공개했다. 그 후 들어선 정부마다 난제를 풀기 위해 나섰지만 양국관계와 국민감정만 거스르며 진전보다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좌파 정권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 우파였던 이명박 정부에서도 꼬여만 갔다.
살엄음판을 걷던 24년간 한일관계에서 가장 극우적인 인사로 치부되며 망언을 일삼아 오던 아베 총리로부터 박근혜 정부는 ‘사죄’와 ‘반성’을 받냈다. 박근혜 정부의 원칙과 진정성, 그리고 끈질긴 압박외교의 승리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역대 가장 극우적인 인사다. 지난 10년 간 국내 언론에서 망언으로 가장 논란이 된 일본 인물 역시 아베 신조 총리다. 가장 논란이 된 일본의 망언 주제는 위안부였다.
▲ 문재인 대표는 “정부가 10억엔에 우리 혼을 팔아넘겼다”며 선동적인 발언과 정치공세를 서슴치 않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미래지향적이 돼야 할 국제외교는 고사하고 과거의 책임 있는 위치에서 과연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반성도 없다./사진=연합뉴스 |
보도된 망언 건수는 하시모토 시장이 전체 595건 중 107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만 하시모토 시장은 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만 발언했다. 아베 총리는 93건으로 두 번째로 많았을 뿐만 아니라 과거사, 위안부, 야스쿠니, 평화헌법, 독도 등 망언으로 다룬 거의 모든 주제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분석 대상 기사에서 가장 많이 다룬 주제는 위안부(352건)였으며, 독도(302건), 과거사 및 침략(179건) 순이었다. 10년 전에는 독도 문제의 비중이 상당히 높았지만, 점차 위안부 문제가 더 주목을 받았다. 2005년 1년치 기사에선 주요어가 독도와 교과서였지만 2013년 기사에선 위안부와 야스쿠니가 부각됐다.
2013년 이후 한·일관계의 가장 큰 갈등이 위안부문제임을 시사하고 있다. 아베는 2012년 12월 취임 후 위안부문제에 대해 단 한 번도 ‘사죄’나 ‘반성’이란 표현을 쓴 적이 없다.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협상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외무상은 “아베 신조 내각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한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협상 타결 후 “일본의 잘못된 역사적 과오에 대해서는 한일관계 개선과 대승적 견지에서 이번 (위안부 문제 해결) 합의에 대해 피해자 분들과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이해를 해 주시기 바란다”며 “앞으로 중요한 것은 합의의 충실하고 신속한 이행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경감되도록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 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24년간 얼어붙었던 한일양국에 관계를 열어 새로운 미래 동반자로서 나가돼 결코 피해자분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주요외신들도 한일위안부 협상 타결을 신속하게 보도하며 환영의 입장을 전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번 협상의 성공적 타결은 매우 중요한 역사적 업적”이라며 “이번 협상을 가능하게 한 박근혜 대통령의 용기와 비전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중국은 “아베 사과”, 대만은 “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에 준해 대만 위안부들에게도 동등하게 결과를 적용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요구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1일 한일 위안부 협상 결과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문 총장은 박 대통령과의 신년 인사 통화에서 “한일 양국이 24년간 어려운 현안이었던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합의에 이른 것을 축하한다”며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의 해가 가기 전에 협상이 타결된 것을 매우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1998년 10월 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10월 8일 오부치이 게이조 일본 총리와의 도쿄 한일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배상책임을 더 이상 일본정부에 묻지 않겠다는 공동성명을 내놓았다. 김 전 대통령의 공동성명에 좌파는 물론 시민단체들은 발끈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도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언급조차 없는 점은 실망스럽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7월 22일 제주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한·일간에 새로운 미래, 그리고 동북아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를 갖고 논쟁을 지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가급적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지원해 온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노 전대통령의 발언은 작은 기대와 희망으로 주시했던 피해자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것”이라고 강력 항의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냐? 아니면 일본인들의 대통령이냐?”라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는 2011년 8월 헌법재판소가 정부의 부작위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일본정부와 해결책을 모색하려 했다. 2011년 9월부터 11월까지 일본정부에 청구권 협정상 분쟁해결 절차에 따른 양자협의 개시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면서 한·일관계는 또다시 냉각되면서 위안부 문제는 결국 아무런 해결책도 찾지 못한 채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공은 박근혜 정부로 넘어왔다.
▲ 반기문 유엔총장을 비난한 표창원 소장./사진=표창원 SNS 캡쳐 |
문재인 대표는 “정부가 10억엔에 우리 혼을 팔아넘겼다”며 선동적인 발언과 정치공세를 서슴치 않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미래지향적이 돼야 할 국제외교는 고사하고 과거의 책임 있는 위치에서 과연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반성도 없다. 야당 대표로서의 심각한 현실부정이다. 청산 대상인 운동권과 패권정치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다 파산 위기에 처한 야당의 현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문재인 대표는 더 먼 대한민국의 미래를 봐야 한다.
1일에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대한 지지 발언을 취소하라고 요청하는 웃지 못할 사태까지 일어났다.
표창원 소장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엔 사무총장 직을 개인 능력으로 쟁취했나”라며 “특별한 한일관계, 동북아 내 전범국인 일본의 특수성의 혜택을 입은 반 총장이다. 아파하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 할머니들과 대한민국을 비롯한 피해국 국민들의 아픔과 상처를 헤집고 분노를 유발하는 엉뚱한 ‘한일 협상 지지 발언’ 온당치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표창원 소장은 “지금의 윤병세 외교부 장관처럼, 그저 참여정부 외교장관에 불과했던 당신에게 유엔 사무총장 자리를 안겨준 것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었다”고 지적했다.
표창원 소장은 ‘한국인 최초의 국제연합 수장’을 한낱 자신의 정치적 견해에 따라 반기문 총장을 폄하했다. 더불어민주당 입당 며칠 만에 놀라운 변신이다. 본인의 정치입문 변에서 늘어놓았던 이야기들이 참으로 무색하다. 표소장이 반기문 총장에게 ‘존경받는 정치인’으로 남아 주길 부탁했듯 표소장도 양심 있는 정치인의 길을 걸어가길 바란다.
한일위안부 협상 여진은 한국에서만 시끄러운 것이 아니다. 일본 보수세력들도 아베에 대한 비판 글을 쏟아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아베 총리나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미래를 향해 헤쳐 나가야 할 파고 앞에서는 한 배를 탄 모양새다. 외교에서 100%는 없다. 협상은 절충점을 찾을 수 밖에 없고 그 절충점이 51%대 49%라면 성공한 협상이다.
이제 지나간 과거로 인해 미래의 한일관계가 더 이상 발목 잡혀선 안된다. 1차적인 피해자와 국민감정·현실정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은 피해자분들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경감되도록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굴욕의 역사를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굴욕의 역사를 더 이상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진정한 배상은 현재보다 미래 세대들에게 아픔의 역사를 물려주지 않는 것이다. 언제까지 문을 닫아걸고 과거의 기억에만 얽매여 있을 텐가.
24년만에 한일간 닫혔던 문이 열었다.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협상의 타결은 종지부가 아니라 시작점이다. 한일양국은 과거의 볼모에서 벗어나 미래를 향해 새로운 항해를 시작해야 한다. 병신년 새해는 한일국교 정상화 반세기의 새 원년이다.
양국 정부는 위안부 협상 타결을 화해의 발판으로 삼아 새로운 반세기의 청사진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골 깊은 반목의 감정을 치유하고, 소원했던 경제·문화 협력을 기반으로, 장차는 한반도 통일과 세계속에서 함께 해 나갈 전략을 세워야 한다. 과거의 역사는 기억하되 현재의 역사는 전진해야 한다. 더 이상 선동과 정략적 악용은 역사의 한 페이지에 또 다른 오욕의 기록을 남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