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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탓' 공방은 그만, 한국 제조업 냉정해야 웃는다

2016-01-07 13:08 | 김세헌 기자 | betterman89@gmail.com

가라앉는 제조업, 탈출구는 없는가(下)

[미디어펜=김세헌기자] 근래 들어 우리나라 경제의 양대 축 중 하나인 내수는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수출은 오히려 불황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지난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2%로 5년여 만에 가장 높았으나 제조업 중심의 수출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야 말았다. 국내총생산 성장률에서 내수 기여도는 1.9%포인트 증가했지만 순수출 부문은 0.7%포인트 감소했다.

   
▲ 올해 우리 수출 환경이 지난해보다 크게 나아지기 어려울 전망인 가운데,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중국 등 신흥시장에 대한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최근 이곳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제조업 육성정책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중국의 한 신발 공장 모습. / 연합뉴스

지난해 4분기 수출 통계를 부문별로 살펴봐도 휴대전화 분야를 빼면 주력 품목인 자동차, 철강, 조선 등이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출 부진을 겪는 것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저유가와 세계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전 세계 교역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본과 중국 등 경쟁국에 밀려 주력 수출 품목의 수출이 더욱 심각하게 줄어드는 상태다. 이에 향후 세계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우리나라 수출이 예전 궤도에 오르지 못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10대 산업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신성장 동력 발굴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우려했다.

2000년 이후 10대 산업 구성을 살펴보면 IT, 수송기계, 기계, 철강제품, 화학 등의 산업들이 주류를 이루며 큰 변화가 없다. 30대 수출품목의 경우도 2010년 이후 단 3개 품목(인쇄회로, 원동기, 철강관)만 새로 편입됐을 뿐 나머지는 그대로라는 것이다.

이처럼 특정 산업군에 의존도가 높으면 이들 산업이 부진할 경우 위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심해지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들 G2가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0년에는 30%대 초반이었지만 올해는 39%에 달한다.

여러 곳에서 수출 시장을 개척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갈수록 미국과 중국의 영향권에 휩쓸려 들어가는 모양새다.

선진국에 밀리고 후발국에 쫒기고…'재정비' 절실

앞으로 세계 시장에서의 수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루빨리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수출 체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현재 우리 제조업은 그야말로 '넛크래커(nutcracker·호두 까는 기계)'에 꽉 끼어 옴짝달싹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후발국이 기술력마저 턱밑까지 추격하고, 선진국도 환율을 등에 업고 역공을 펴기 때문이다.

넛크래커란 선진국에는 기술·품질 경쟁에서 밀리고, 후발국엔 가격 경쟁에서 뒤지는 제조업의 위기를 지칭한다. 과거 단순히 경고 수준으로 거론되던 '샌드위치론'에 비해 위기가 실제 현실로 닥친 개념이다.

그동안 국내 제조업을 몸살 나게 한 넛크래커 현상이 올해에는 더 깊숙이 기업 곳곳에 파고들 전망이다.

   
▲ 한·중·일·독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왼쪽)과 1위 품목수. / 자료= WTO, 무역협회, UN Comtrade.

특히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대규모 물량공세를 펴는 중국과의 규모 싸움에서는 일찌감치 어떤 기업도 이겨낼 재간이 없다고 두 손을 들어버린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 스마트폰, 자동차, 조선·해양, 석유화학, 정유, 철강 등 6개 주력 산업의 점유율이 중국에 역전당했다.

중국 3대 IT모바일인 화웨이·레노버·샤오미의 공세에 스마트폰 점유율이 1.2%포인트 차이로 뒤집혔고, 자동차도 물량에서는 1000만대 이상을 생산하는 중국에 200만대 넘게 뒤졌다.

조선업은 수주량과 건조량, 수주잔량 등 3대 지표에서 모두 중국에 추월당한 지 오래다.

업계는 올해 우리나라와 중국의 주력사업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철강·반도체·자동차를 제외한 모든 주력 업종의 대 중국 수출이 주춤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섬유·가전뿐만 아니라 석유화학·정유·일반기계·조선·디스플레이·정보디스플레이기기 등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업종으로 꼽혔다.

이유는 업종별로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중국 기업의 발 빠른 성장에 따라 기술력 격차가 좁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살려내려면 체질부터…'양보다 질'이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일본 기업과 빠른 속도로 기술력 격차를 좁혀오는 중국 기업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도 우리 기업들은 대규모 조직 재정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일본·중국 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개발에 집중하거나, 아직 개척하지 않은 신시장을 찾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한화 등 주요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한계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 사업에 역량을 모으려는 모습이 뚜렷해졌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주도해온 주요 산업은 중국 등 후발개도국의 도전에 직면해 변화의 계기를 찾아야만 할 형편이라고 진단한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과잉 등으로 우리나라 주력 품목인 석유화학, 조선, 철강 등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그동안 범용 제품 분야에서 고부가가치 분야로 제대로 이동하지 못해 경쟁이 되지 않는 상태라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수출 부진의 원인을 공급과잉이나 세계적 저성장 등의 대외 경기적인 부분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술개발, 혁신, 경쟁력 있는 제품 발굴 등 우리 내부를 돌아보면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올해 제조업부문 주요 기업들은 그동안 경쟁력을 해치는 것으로 지적돼온 한계사업을 과감히 내쳐 내실을 다지고 미래 먹을거리를 위한 신사업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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