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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신영복을 ‘좋은 지식인’으로 포장하나

2016-01-16 17:18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조우석 주필
“한국사회에서 지식인으로 높은 평판을 얻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회과학이건 뭐를 전공하건 ‘온건한 NL(민족해방)’ 노선을 유지하면 된다. 합리적이고, 열린 지식인이란 호평을 당장 듣게 될텐데 훗날 통일에도 기여했다는 말까지 덤으로 듣는다. 온건한 NL노선은 현실적인 이득도 있다. 좌파 정부는 물론, 심지어 보수정부에서도 기용될 기회가 늘어난다. 이 정부 통일준비위원회 참여 인사의 면면을 보라.”

꼭 일주일 전 모시고 식사를 했던 모 학계 인사로부터 들었던 얘기다. 전혀 이견을 제시할 수 없었다. 아팠다. 입맛이 소태처럼 쓰디썼는데, 그게 엄연히 ‘기울어진 운동장’인 한국 지식사회의 분위기이고 현실임을 나 역시 알기 때문이다.

온건한 NL(민족해방) 노선이라는 게 뭔가? 1980년대 학생운동권의 멘탈리티를 연상하면 정확하다. 같은 좌경세력으로 계급투쟁-재벌타도 어쩌구를 외치지만 PD(민중민주)노선과 달리 우리민족끼리 정서를 깔고 들어가며, 통일 타령을 강조한다. 때문에 주사파와는 사촌관계인데, 한국사회 먹물의 대다수가 이쪽이다.

그래서 나는 평소 ‘NL정서’란 용어를 쓰곤 했다. 지식사회의 병든 집단정서로서의 NL마인드 말이다. 물론 NL정서란 자유민주의-자본주의시장경제라는 헌법가치와 정면에서 충돌한다. 헌법 위에 떼법이 있다면, 헌법가치 위에 NL정서라는 게 있는 셈일까? 그 NL정서를 상징하는 인물이 어제 갔다.

1941년 생 전(前) 성공회대 교수 신영복이 사망한 것이다. 비교적 일찍 간 편인데, 이 나라 미디어들은 이 ‘미스터 NL정서’를 애도하느라고 법석이다. 포털에서 주요 뉴스로 띄우고 운구행렬까지 시시콜콜 보도하더니 정치권의 애도행렬까지 이어진다. NL정서가 얼마나 막강한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일테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신영복 선생님의 미소는 달빛 비친 잔잔한 호수의 평온함을 떠올리게 한다”고 추모했다. 이어 “성공회대 더불어숲 강의 다녔던 나에게 신영복 선생은 ‘얼마나 힘들어요?’ 하시면서 서예를 권하며 붓 잡는 법을 가르쳐주셨다. 먹을 가는 단아한 마음처럼 제련된 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뜻이였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이게 ‘뉴스1’ 기사를 다음카카오 메인화면에 띄운 글의 앞대목인데, 내 경우 감동은커녕 헛웃음부터 나왔다. 털어놓고 말하자. 이건 아니다. 도무지 정상에서 멀다. 지난해부터 내가 지속적으로 밝혀온대로 이건 온전한 지식사회가 못된다.

   
▲ 신영복, 역사상 최대 간첩단인 1968년 통혁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그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 저술로 젊은이들에게 끼친 해악은 무시무시하다. 해사한 외모에 지적(知的) 센티멘탈리즘을 섞어 파괴적 영향력을 세상에 줬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해 봄 “대한민국은 민족반역자가 세운 나라”라며 평생 대한민국을 저주해온 재일교포 작가 김석범(89)이 제주 4.3평화상을 받았던 것부터 충격이었다. 그 상은 대한민국 정부가 설립한 제주4.3평화재단이 제정했기 때문이다. 재단 감독기관인 행정자치부와 제주특별자치 모두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던 경우였다. “4.3은 제3세계 피압박 민중이 제국주의와 맞서 싸운 민족해방투쟁”이라는 게 시대착오적 좌파 김석범의 주장인데, 그럼 행자부도 반(反)대한민국을 표방하는 이 따위 주장에 기꺼이 동의했다는 뜻인가? 그 직후 당혹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종북 토크콘서트’ 등으로 세간에 물의를 자아냈던 신은미가 7월 말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수여하는 한겨레통일문화상을 받은 사건이다. 당시 칼럼에서 밝힌대로 그 일 역시 부적절한 수상자, 더 부적절한 시상자 사이의 조합이었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한겨레신문이 1996년 창립한 재단법인이다.

그런 시상을 좌파동네의 자기들끼리의 일로 덮어둘 순 없는데, 재단 이사장이란 위인도 좀 걸렸다.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임동원이 이사장이다. 문제는 지난해 여름 조선일보가 다시 큰 사고를 쳤다. 놀랍게도 그 신문은 2015년 만해대상 수상자로 좌파 신영복을 뽑았다.

한겨레가 신은미에게 상을 준 것은 일관성이라도 있지만, 조선일보 이건 또 뭐란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신은미에게 상을 준 한겨례신문보다 이 쪽에 더 질이 안 좋다. 대표적인 위장 지식인 신영복의 머리에 월계관을 씌워줘서 대체 무얼 하자는 것인가?

신영복, 역사상 최대 간첩단인 1968년 통혁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그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 저술로 젊은이들에게 끼친 해악은 무시무시하다. 해사한 외모에 지적(知的) 센티멘탈리즘을 섞어 파괴적 영향력을 세상에 줬다.

이걸 견제해야 할 조선일보가 엉뚱한 일을 벌인 게 그래서 더욱 당혹스럽다.(물론 신영복을 띄운 것은 2000년도를 전후해 장기연재를 했던 중앙일보였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놀라운 건 또 있다. 인터넷백과사전 위키백과에는 이렇게 신영복을 소개하는데, 지금까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상을 한 번도 전향한 바도 없는 이 골수 좌익을 비호하는 투로 일관하고 있다. “육군 교관으로 장교였던 신영복은 군사재판에서 사형이 구형된 후 충격을 받고 '아,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고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마침내, 그 고뇌와 사색은 20년 내내 이어져 완전히 '인간성이 개조'되는 내적 자기혁명을 이루어 낸다. (중략) 특히 감옥에서의 비전향 장기수들과의 만남은 인생관을 결정짓는 계기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단과 전쟁의 피투성이 현대사의 이야기를 직접 이를 경험한 빨치산과 투사들을 통해 생생히 들음으로써 피가 통하고 숨결이 이는 화석처럼, 살아있는 역사체험을 한다. (중략)그래서 그는 감옥 20년의 삶이 완전히 인생을 바꾼 진정한 '나의 대학시절'이었다고 고백했다. 그의 동무들은 그가 출소하자 '야, 너 하나도 안 변했네'라고 감탄했다고 한다. 그의 삶의 철학과 신념은 변함없이 "더불어 숲"을 이루는 것이었기에….”

그럼 좌익에 대해 관용을 베풀고, 한국사회의 무장해제를 재촉하는 게 과연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계, 그리고 지식사회의 뜻이란 말인가? 그건 지적(知的) 파산이자 정치적 기회주의에 불과하지 않던가? 밝히지만 ‘온건한 NL(민족해방) 지식인’이 화제였던 그날 자리에서 신영복 얘기도 잠시 나왔다.

그 분이 이런 말을 했던 걸 나는 기억한다. “아니 언제부터 신영복이가 ‘세인트 신’즉 성인 반열에 들었죠?” 맞는 말이다. 온갖 매체가 뭐라고 그를 떠받들 건 신영복은 ‘온건한 NL’도 아닌 그저 ‘과격한 NL’일뿐이다.
1968년 통혁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던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상을 전향한 바도 없는 이 골수 좌익 먹물이다. 그래서 ‘위장 지식인’인데, 이렇게 대중적 추앙을 유도하는 사회는 비정상이고 병든 사회가 분명하다. 이래저래 마음 무거운 주말이다. /조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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