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전쟁’으로 생존위기 몰린 제과업계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완판’하는 조건으로 연말 성과급이 지급돼 왔는데 최근 몇 년 사이 커피전문점 뿐 아니라 편의점 등 유통업체까지 케이크 판매에 가세하기 시작하면서 연말 성과급을 받아 본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예요.”
▲ 지난해 GS25가 선보인 스누피케익./GS25 |
최근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 직장인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연말 성과급’에 대한 얘기가 오가던 중 제과업계 관계자의 푸념입니다. 그 관계자는 업체간 경쟁구도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연말 성과급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돼 버린 지 오래"라는 하소연을 늘어놓았습니다.
"연말 성과급과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무슨 연관이지?" 가만히 들여다보면 케이크 시장도 전쟁통이 돼 버린지 오래인 듯 합니다.
제과·제빵업계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케이크 판매에 타 업계까지 가세하면서 '케이크= 제과점'이라는 공식이 깨져버렸습니다.
특히 각종 모임과 행사가 몰려있는 연말에는 다양한 업계에서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앞다퉈 선보이기 때문에 ‘케이크 전쟁’은 각오해야 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CU, GS25, 미니스톱 등 편의점 업계는 각각 3~22종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출시 혹은 예약판매에 나섰습니다.
편의점들은 케이크가 가장 많이 팔리는 성탄절을 앞두고 ‘크리스마스 마케팅’에 힘을 쏟은 결과, 매출을 견인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사전예약 판매를 통한 할인율을 높이는가 하면, 1인가구를 겨냥한 미니사이즈 케이크 출시 등 ‘취향전략’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통한 것이지요.
지난해 미니스톱이 선보인 크리스마스 9종 케이크의 사전예약 판매량은 전년 대비 15%가량 올랐고, 지난 11월부터 사전 예약 판매한 GS25의 스누피 캐릭터 크리스마스 케이크 역시 75%의 예약판매율을 보였습니다.
유통업체 뿐 아니라 커피전문점 역시 케이크에 대한 수요가 가장 많은 12월 다양한 크리스마스 케이크 판매에 돌입합니다. 가족끼리 대형 케이크를 놓고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모습은 사라지고 연인이나 솔로족들을 위한 소형 케이크, 그것도 남다른 자태를 뽐내며 유혹하는 다양한 케이크가 취향저격에 성공한 듯 합니다.
대표적으로 스타벅스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해 블랙쿠키 크림치즈 케이크, 피넛버터 가나슈 케이크 등 4종류에 대한 예약판매를 실시해 전년 동기 대비 30%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과거 제과업계 위주로 팔던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지금은 다양한 업계에서 여러 전략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며 “이제는 단순한 영업이익 하락이 아닌 생존경쟁을 모색해야 하는 수준이다”고 귀뜸했습니다.
크리스마스 등 연말시즌의 주인공인 케이크, 그것도 완판대작전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추운 겨울을 보낼 수 밖에 없는 제과업체의 숙명, 또 다른 크리스마스의 뒷 모습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