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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보호?…골목상권에 무너지는 소비자 권리

2016-01-21 10:34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컨슈머워치가 올해 1월 창립 2주년을 맞아,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기념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한국의 소비자는 정부 실패로 피해를 보고 있으며 현재의 정부 정책 아래에서는 좋은 창업이나 창조경제는 공염불”이라고 입을 모았다. 컨슈머워치는 지난 2년간 소비자 입장에서 법률과 정책을 감시해온 소비자단체다. 컨슈머워치 2주년 세미나는 김진국 컨슈머워치 대표의 개회사 및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의 축사, 좌승희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의 사회로 시작했다. 좌 교수는 서두에서 “지금은 소비자 중심이 아니라 정치 중심의 경제가 되었다”면서 “경제의 정치화 현상은 우려스런 수준”이라고 밝혔다.

패널로 참석한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은 “월마트 이케아 등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기업이 대형화 되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면서 “대기업이 진출한 지역의 경우 물가는 떨어지고 일자리는 늘어나고 다른 산업이 함께 발전할 기회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곽은경 실장은 “보호 대신 경쟁을 강화하면 경쟁력 있는 골목상권도 등장한다면서 골목상권보호 논리에서 벗어나자”고 제언했다. 아래 글은 곽은경 실장이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

골목 앞에 무너진 소비자 권리

정부는 단말기통신법과 도서정가제, 대형마트 강제휴무 등의 정책들이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정부는 경제적 약자와 강자를 구분하고 약자를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규제 정책을 만들어 내고 있다.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에서는 골목상권을,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중소기업을, 부자와 저소득층에서는 저소득층을 우선한다.

이런 정책들의 가장 큰 피해자는 소비자다. 소비자들은 주말에 편안하게 대형마트를 이용할 권리를 빼앗겼으며, 책과 휴대폰을 비싼 돈을 내고 구입해야 한다. 또 정부가 대형 면세점 두 개의 특허권을 박탈해 단골 면세점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황당한 경험도 하게 됐다. 전 국민이 소비자임에도, 정부 정책에는 강자와 약자라는 틀만 있고 소비자에 대한 고려는 어디에도 없다.

시장을 왜곡 시키는 약자 보호 정책

약자를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경쟁’ 대신 ‘경쟁자’를 보호하는 정책은 시장을 위축, 왜곡 시킬 뿐 성공하기 어렵다. 소비자들은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주말에 전통시장에 가지 않고 다른 요일에 장을 본다. 도서정가제 이후 도서의 가격이 올라가자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였고, 이는 중소서점과 출판사의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이런 반시장, 반경쟁 정책들은 우리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대기업을 규제해야 중소기업, 골목상권이 살아날 것이라는 믿음은 시장을 국내로 국한할 때만 성립가능하다. 국제시장을 고려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2015년 말 정부는 국내 시장점유율이 높다는 이유로 롯데와 SK의 면세점 영업권을 박탈했다. 중국, 일본, 유럽 등 세계 여러 기업들이 한국 면세기업을 따라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이런 규제정책은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를 두고 외국 매체들조차 한국정부가 “자기 발등을 쐈다”라고 표현했다.

   
▲ 소비자의 선택행위가 현명해지고 있다. 인터넷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정보 접근이 쉬워지면서 소비자 단체를 가장한 정치단체의 주장에 현혹되는 소비자는 없다. 소비자들은 좋은 품질, 저렴한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이것이 시장에 자극이 된다./사진=미디어펜

골목상권 너무 많아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매우 높다. 정부의 약자 보호 정책 하에서 보조금과 각종 세제 혜택으로 경쟁력 없는 중소업체, 골목상권들이 시장에서 퇴출되지 못하고 남아있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27.4%로 미국(6.6%), 일본(11.5%), 독일(11.2%)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이며, OECD 회원국 중 4위다.

미용실의 경우 2013년 기준으로 전국에 약 10만개가 존재한다. 인구 500명당 1개의 미용실이 있다는 의미다. 한편 미국의 미용실 수는 8만 6천개, 3700명 당 1개의 미용실이 있다. 또 서울에서 영업 중인 치킨집이 6,100여개로 반경 1km 당 평균 28개의 치킨집이 있는 꼴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 자영업자들이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없을뿐더러 생존율도 매우 떨어진다.

높은 자영업자 비율과 낮은 생존률은 우리 경제의 체질을 약화시키고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비효율적인 기업과 경쟁력이 떨어지는 골목상권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될 수 있어야 경제의 효율성이 올라가고 국가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

골목상권보호 논리에서 벗어나라

사회 전반적으로 골목상권은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기업이 대형화 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월마트나 이케아와 같은 대기업이 진출한 지역의 경우 물가는 떨어지고 일자리는 늘어나고 다른 산업이 함께 발전할 기회가 생긴다. 이것이 생산성이 높아지고 국가경쟁력이 높아지는 길이다.

보호 대신 경쟁을 강화하면 경쟁력 있는 골목상권도 등장한다. 최근 성소수자 전문 서적을 취급하는 서점, 책방 주인과 대화하는 서점, 그림책만 취급하는 서점 등 특성화된 소형 전문서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대구의 복어가 들어간 일본 라면집 복진면, 홍대의 아비꼬 카레, 군산의 이성당, 튀김소보루가 유명한 대전의 성심당은 정부의 보호에 기대기보다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그 밖에도 의정부 부대찌개골목, 속초 아바이순대골목, 서울 회기동 파전골목, 강릉 순두부골목 등 성공하는 골목도 많다.

   
▲ 강자와 약자라는 틀만 있고 소비자에 대한 고려는 어디에도 없는 정부 정책의 가장 큰 피해자는 소비자다. 소비자들은 주말에 편안하게 대형마트를 이용할 권리를 빼앗겼으며, 책과 휴대폰을 비싼 돈을 내고 구입해야 한다./사진=미디어펜

소비자를 위한 소비자 단체 필요해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규제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도입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규제는 최소 행정단위를 기준으로 이루어지도록” 한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규제를 도입할 때 “소비자 선택권 침해” 여부를 반영하는 절차를 포함한다면 효과적으로 반소비자적인 정책을 막을 수 있겠다.

무엇보다도 소비자를 위한 소비자단체 운동이 절실하다. 도서정가제 법의 제정, 개정을 위한 국회 공청회나 관련부처 협의 과정을 보면 출판사와 서점의 입장만 반영되고 소비자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반소비자적인 규제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는 조직화된 목소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활동하고 있는 소비자 단체는 소비자의 입장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도서정가제, 대형마트 의무휴업, 단통법 등 소비자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소비자를 위한 단체가 아니라 정치단체로 변질한 모습이다.

다행히 소비자의 선택행위가 현명해지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정보의 접근이 쉬워지면서 소비자 단체를 가장한 정치단체의 주장에 현혹되는 소비자는 없다. 소비자들은 좋은 품질, 저렴한 가격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이것이 시장에 자극이 된다. 품질 좋은 물건은 기업에서 광고를 하지 않아도 SNS를 통해 소비자들이 적극 알리기도 한다. 이렇게 현명해진 소비자들에서 소비자운동의 희망이 보인다.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소비자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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