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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책임지라는 효녀연합…애국이란 무엇인가

2016-01-23 10:10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애국이란 무엇인가

"대한민국 같은 나라에 애국할 필요 따윈 없습니다." 라고 본심을 말하기엔 전력이 너무 화려해서일까. 자칭 대한민국 효녀연합은 '무엇이 애국이냐' 는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그들이 든 피켓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애국이란, 태극기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물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효녀연합의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부분도 있다. 그들 말의 앞부분처럼 태극 문양과 사괘가 그려진 천 조각에 경례하며 충성을 표하는 것이 애국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국기에 대한 경례에서 태극기를 향해 눈을 돌릴 때 바라보는 것은 그 속에 담긴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다. 따라서 태극기에 대한 경례는 대한민국이 담고 있는 자유와 민주의 가치에 경의를 표하는 행위다. 그러한 의미에서 경례는 애국이 되고, 그것을 거부하는 것은 매국이 되는 것이다.

'애국'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자. 따지고 보면 우리는 어디까지나 결과적, 사후적으로 애국을 하게 된다. 역사적으로도 '애국'의 이름을 달고 행한 일이 그릇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경우는 무수히 많지 않았나. 매국노의 대명사 이완용도 당시 한일합방은 조선을 구하고 나아가 민족과 만백성을 영원한 안녕으로 인도하는 일이라고 하지 않았냐는 말이다. 그래서 결과 없이 말로만 하는 애국은 너무나도 가볍고 사치스러운 것이다.

   
▲ 국기에 대한 경례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지, 대한민국 그 자체에 경의를 표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는 어디까지나 개인과의 계약관계에 의해 존재한다. 개인이 있는 다음에야 국가가 있다./사진=연합뉴스

모든 애국 행위는 '나를 위한 일'에서 시작된다. 내가 나를 위해 행한 일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나아가 이 사회에도 이익을 창출해낼 때 그것이 바로 '애국'이 된다. 나의 경우도, '이 나라 교육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마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내가 맡은 제자들이 온전히 자라 이 사회에서 한 명의 시민으로서 자기 밥값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욕심으로 교단에 서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개인적인 욕심이 결과적으로 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면 나는 애국을 한 것이고, 나는 애국자가 되는 것이다.

비단 개인만 그러한가? 대한민국의 수많은 기업을 보라. 그들은 '대한민국'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다. 각자 그 기업이 많은 이윤을 남기고 그 이윤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마음에서 일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업을 위한 일'이 결과적으로는 국부를 창출해내고 이 사회의 많은 이들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며, 나아가 하나의 국가 브랜드가 되어 위상을 높인다. 이 과정에서 불법적인 일이 없다면, 이러한 기업 활동은 애국이다.

서두에서도 말했듯 국기에 대한 경례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지, 대한민국 그 자체에 경의를 표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는 어디까지나 개인과의 계약관계에 의해 존재한다. 개인이 있는 다음에야 국가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닭과 달걀처럼 무엇이 먼저인지 헷갈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인류사적으로 봤을 때도 나와 나의 가족을 비롯한 지인들, 그리고 나의 재산. 그것을 지키기 위해 탄생한 것이 국가가 아니던가?

   
▲ 자칭 대한민국 효녀연합은 '무엇이 애국이냐' 는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그들이 든 피켓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애국이란, 태극기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물에 빠진 (세월호) 아이들을 구하는 것입니다"./사진=연합뉴스

신과 왕에게 종속되어 있던 인간의 존엄을 발견했을 때 비로소 근대가 왔다. 이성과 과학은 신성의 시대와 절대복종의 시대를 깨뜨리고 눈부신 '인간 승리'의 역사를 써내려왔다. 그런 시대에, 과거 신과 왕이 앉았던 자리에 '국가'를 앉히는 것은 스스로 노예가 되겠다는 슬픈 선언이다.

“왜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나”
“국가가 책임져라”

물론 현실에서 그 선언은 직접적으로 '노예가 되겠다'는 구절을 언급하지는 않는다. 보통 그 슬픈 무식함은 이런 식으로 드러날 뿐이다. /정경봉 부산교육대학교 교육학 석사과정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젊은함성 게시판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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