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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사물인터넷·ESS…규제 칼날에 새싹 잘릴라

2016-01-25 12:09 | 김세헌 기자 | betterman89@gmail.com

기업 신사업 장벽 산재…"성장 걸림돌 뽑아야"

[미디어펜=김세헌기자] #. 에너지 분야 유망사업인 대용량전기저장장치(ESS)는 소방법상 건물의 비상전원공급장치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열거주의식 규제가 새로운 사업유형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수·공기·해수 등의 온도차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히트펌프’도 신재생에너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드론택배를 허용하는 등 무인산업 육성을 위한 주요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활성화법 제정조차 불확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전기자전거는 일반자전거와 속도(20~30km/h)가 비슷하나 원동기 면허취득과 헬멧착용이 의무화된다. 모터가 달렸다는 이유로 오토바이나 스쿠터와 같은 원동기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보험회사가 자동차 사고정보나 신용정보 등을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없다. 개인식별요소를 삭제해도 개인정보로 보는 등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기술과 시장이 급변하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지금도 정부의 엄격한 규제로 인해 신시장 선점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모습이다.

기업들이 사물인터넷(IoT)이나 3D프린터, 드론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해외시장에 나서고 있으나 경쟁국보다 불리한 규제가 사업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산업계에 따르면 먼저 사물인터넷사업의 경우 통신망과 규격, 기술 등에 전문노하우가 풍부한 기간통신사업자의 IoT용 무선센서 등 통신장비 개발이 막혀있다. 통신사업에 대해 서비스와 기기제조가 각각의 잣대에 의해 엄격하게 제한된다.

3D프린터 분야에서는 인공장기, 인공피부, 의수·의족 등을 제작하고 있지만 안전성 인증기준이 없어 시장에서 국내산 구매를 꺼려해 판로난을 겪고 있다.

또한 혈당관리나 심박수 분석 등에 필요한 스마트폰앱을 개발해 출시하는 경우에도 임상실험과 같은 까다로운 허가절차를 거쳐야 한다. 비교적 간단한 의료용 소프트웨어에도 의료기기와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식품이나 제약업체의 질병치료용식품(메디컬푸드: 의약품+식품) 개발, 혈액을 활용한 희귀병 치료약 개발 등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전자의 경우 당뇨환자용특수식 등 8종만 인정되고, 후자의 경우 혈액관리법상 혈액이용 의약품은 22가지만 허용되기 때문이다.

기능성 화장품도 주름개선, 미백, 자외선차단 등 3종만 인정되고 있어 피부회복, 노화예방 등의 영역으로의 확장이 어려운 실정이다.

방재업체들이 스마트센서가 부착된 비상안내지시등, 연기감지 피난유도설비 등 지능형 설비를 개발하더라도 인증기준이 없는 관계로 적기납품이 쉽지 않다.

엘리베이터 운전제어는 사람만 할 수 있도록 규제되어 있어 인공지능(A·I)을 통해 원격으로 엘리베이터를 제어하는 무인환자이송, 무인물품이동 등도 어렵다.

   
▲ 올해 정부는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며, 특히 고부가가치 산업과 해외진출 신산업에 대해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이와 함께 신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국가 간 규제환경 개선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미국과 캐나다 등은 자율주행 자동차 운행기준을 마련해 상용화 허용수순을 밟고 있고, 일본은 드론택배를 허용하는 등 무인산업 육성을 위한 경쟁국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드론은 전남, 자율주행차는 대구지역에 국한해 시범서비스를 허용하는 등 규제프리존을 도입할 방침이지만 관련법이 제때 제정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일본은 최근 수소차 시장형성 촉진을 위해 수소충전소에서 도시가스를 원료로 직접 수소가스를 제조·판매할 수 있게 했다. 세계최초로 수소차 제조라인을 구축해 놓고도 시장형성에 애로를 겪는 우리 산업계와는 대조적이라는 평가다.

빅데이터 기반의 신사업과 맞춤형 서비스 개발을 위해 개인의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엄격하게 제한된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등 사물의 위치정보를 개인식별이 불가능한 ‘익명정보’로 간주해 활용상 제약을 두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보호차원에서 정보제공에 대한 사전동의를 의무화하고 있다. 위치정보도 다른 정보와 결합되면 개인식별이 가능해 진다는 이유에서다.

줄기세포 연구도 미국과 일본은 특별한 제한이 없거나 연구기관의 자율심의로 허용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의 엄격한 사전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어 2009년 이후 6년 동안 연구 승인사례가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산업계에서는 기업의 자율규제를 확대하고 입법취지에 위배되는 사항만 예외적으로 제한하는 등 규제의 근본틀을 새롭게 바꾸고, 융복합 신산업 규제환경도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각 분야별 다양한 규제는 글로벌 경쟁의 현장에서 뛰는 기업의 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필수적인 기업의 대응력과 경쟁력을 저해하는 규제들을 완화하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영향력이 작은 규제를 고치며 양적 규제개선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지양하고 영향력이 큰 규제를 바꿔 규제개혁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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