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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예산·청년 수당…국민 볼모 '법치 위의 정치'

2016-01-26 09:02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중앙정부 지자체의 역할과 권한, 그에 따른 책임이 명확하게 나누어지지 않아 다양한 사회적 갈등과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이슈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청년수당 및 교육감들의 예산편성 거부로 인한 누리과정 보육대란이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5일 이들 논란을 분석해보고 중앙 및 지자체 간 재정분권과 권한쟁의 문제를 짚어봄으로써, 바람직한 관계 개선방향을 논의했다. 바른사회가 25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입을 모아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역할 및 책임에 대하여 명확하게 재설정해야 한다”며 “지자체가 법적 근거나 중앙정부와 협의 없이 자의적으로 무상복지나 예산삭감 등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 있다”라고 지적했다. 세간의 누리과정 보육대란 및 청년수당이 인기영합 정치쇼라는 설명이다.

발표자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이번 이슈에 대해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부담을 떠넘긴 것이라기보다는 실정법의 체계에서 보아야 할 문제”라며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에 지방자치단체나 지방교육청이 제 때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실정법에 문제가 있다면 권한쟁의나 기관쟁송 등 분쟁해결수단을 동원해야지 예산편성 조차하지 않고 국민을 볼모로 잡는 행위는 더 이상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치가 법치를 무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래 글은 김상겸 교수의 발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중앙·지자체 권한쟁의 문제

Ⅰ. 문제의 제기

최근 언론을 보면 누리예산문제와 청년수당문제로 시끌시끌하다. 우선 누리예산은 3-5세 무상 보육을 위하여 지원하는 예산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예산집행의 대상이다. 누리예산은 지방 교육청이 예산을 편성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를 미편성하면서 문제가 야기되었다. 즉 누리과정은 만 3~5세 유아에게 공통적으로 제공하는 교육·보육 과정으로 2012년 3월 처음 5세를 대상으로 시행에 들어가 2013년에 3~4세까지 확대됐다. 이렇게 누리과정은 어린이집, 유치원을 다니는 3-5세에게 적용하는 보육·교육과정으로, 이 때 지출되는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는 일종의 무상 보육·교육과정이다.

누리과정 예산은 2012년 도입된 이래 작년까지 수년간 편성·집행되었다. 그런데 2015년 10월 전국 시도 교육감협의회에서 2016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결의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누리과정 예산은 교육청의 법정 예산편성 사업임에도 교육감협의회에서 이를 편성하지 않기로 한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이를 시정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해가 바뀌어 예산을 집행해야 할 시점이 오면서 문제가 증폭된 것이다. 교육감협의회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이유는 일단 2015년 10월 지방재정법 시행령 제39조가 개정되면서 의무지출의 범위에 누리 교육·보육과정 지원비가 추가된 것에 반발하였기 때문이다. 즉 교육감협의회에서는 초·중등교육에도 예산이 빠듯한데 누리과정까지 편성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결정의 이면에는 정부의 결정에 반발뿐만 아니라 반대하는 것도 있다고 본다.

누리예산문제가 3-5세 무상보육에 관한 문제라고 한다면, 청년수당문제는 취업과 관련된 문제이다. 청년수당은 청년실업이 사회문제화된 것이 상당히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장기화된 구직 기간에 사회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청년활동지원사업으로서 청년수당은 서울시와 경기도 성남시, 우선 두 지자체에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다.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을 보면, 서울시는 진로에 대한 자기설계를 가진 청년을 선발해 매월 최소 사회참여활동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1) 이에 반하여 성남시 청년수당은 청년배당 정책으로 2015년 9월 발표되었는데 청년의 복지향상과 취업역량 강화를 통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2) 서울시와 성남시의 차이는 소득이나 취업 여부 등 청년의 상태를 고려하고 있는지 단지 연령으로만 선발하는지 여부이다. 아무튼 서울시의 청년수당이나 성남시의 청년배당이 현금 내지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지급되고, 지급에 상응하는 근로나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무상복지의 일종이라 볼 수 있다. 청년수당문제와 관련하여 찬반여론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 이 문제는 청년수당에 관한 특별한 법적 근거가 없는 데도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한다는 것에 문제가 있으며, 중앙정부와 협의도 없이 추진하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 상품권 깡 부른 청년배당금…이재명의 위험한 포츌리즘. 정부 반대에도 올해부터 '3대 무상복지사업'을 강행하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가 20일부터 '청년배당' 지급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중원구 금광2동 주민센터를 찾은 이재명 시장이 청년배당금을 받은 청년들을 격려했다./사진=연합뉴스

Ⅱ. 논란의 쟁점과 법적 근거

누리예산의 쟁점은 지방교육청이 편성해야 할 예산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지원해야 할 예산이라는 것이 쟁점이다. 청년수당의 쟁점은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예산을 편성하여 집행해서는 안 되며, 이와 관련하여 중앙정부와 협의해야만 하는 대상이라는 것이 쟁점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이에 관한 권한소재의 여부와 그 법적 근거 등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누리예산이나 청년수당 등 이 문제들은 교육이나 실업문제도 있지만 사회복지차원에서도 다루어져야 할 문제이다. 물론 교육이나 근로권을 기초로 하는 취업문제도 사회보장 내지 사회복지의 문제이기 때문에 양자를 완전히 분리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먼저 누리과정 예산문제와 관련하여 법적 근거를 보면 헌법 제31조가 제1항에서부터 제6항까지 교육에 관한 국민의 권리를 교육을 받을 권리부터 무상 의무교육, 평생교육, 교육의 정치적 중립과 대학의 자치 및 교육법정주의 등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누리과정은 만3-5세까지 유아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유아교육법 제2조 제1호를 보면 유아를 “만 3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의 어린이”라고 하고 있어서, 이 연령대가 누리과정의 대상이다. 또한 동법 제24조는 무상교육에 관하여 규정하여 “초등학교 취학직전 3년의 유아교육은 무상으로 실시한다.”고 하고 있다. 그리고 헌법 제34조는 제1항에서 인간다운 생활권을 보장하고, 제2항에서 사회보장과 사회복지에 관한 국가의 노력의무를 규정하여 사회복지에 관한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이에 근거하여 제정된 영유아보육법은 제1조에서 보듯이 영유아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동 법 제2조 제1호를 보면 영유아는 6세 미만의 취학 전 아동을 말하고, 제2호에 따라 보육은 “영유아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호·양육하고 영유아의 발달 특성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는 어린이집 및 가정양육 지원에 관한 사회복지서비스”를 의미하기 때문에 누리과정이 교육·보육과정이라는 점에서 유아교육법뿐만 아니라 영유아보육법의 적용을 받는다.

누리과정 예산은 유아교육법 제24조와 영유아보육법 제34조에 따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을 통한 3-5세 어린이의 무상교육·무상보육에 대한 재원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예산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체인지 여부에 따라 국가재정법이나 지방재정법에 따라 편성되어야 할 것이고,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교육에 관하여 예산을 편성할 권한은 지방교육감에 부여되어 있다. 게다가 2015년 10월 지방재정법에 따라 의무지출의 범위 규정한 동 시행령을 개정하여 유아교육법 제24조에 따른 교육·보육과정 지원비에 관하여 제39조 제4호를 신설하여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 교육청 예산으로 하였다. 이로 인하여 국가가 부담해야 할 예산을 지자체로 넘겼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청년수당은 취업을 하지 못하는 취업적령기에 도달한 청년을 대상으로 한 취업대책으로 일종의 사회복지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헌법상 근로권이 국민의 기본권이며 의무로 규정되어 있지만, 국가가 국민의 근로할 권리를 무조건 보장해주어야 한다든가 국민이 헌법상의 의무로 근로의 의무를 이행해야 할 강제성은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헌법 제15조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지만,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자유를 갖는다는 의미 이외에는 없기 때문에 취업을 전적으로 보장해야 할 의무가 국가에게는 없다. 그러다보니 청년의 취업문제가 경제상황에 따라 좌우되다보니 취업난이 지속되었고, 청년실업이 사회문제로 비화되었다.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면 이에 대한 국가의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하는 것은 필요하다.

헌법 제34조 제2항에 근거한 사회보장기본법은 제1조 목적과 제2조 기본 이념에 따라 모든 국민이 다양한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행복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자립을 지원하고, 사회보장정책의 수립·추진을 통하여 국민의 복지증진에 이바지 할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법 제3조 제1호에 따르면 사회보장이란 “출산, 양육, 실업, 노령, 장애, 질병, 빈곤 및 사망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소득·서비스를 보장하는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라 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역시 사회보장을 위한 제도를 운영할 수 있지만, 제25조에 보면 사회보장제도의 운영원칙을 규정하고 있는데 제1항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운영할 때에는 이 제도를 필요로 하는 모든 국민에게 적용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필요로 하는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어야 하지 일부에게만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다. 또한 동 법 제26조는 제1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기존 제도와의 관계, 사회보장 전달체계와 재정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상호협력하여 사회보장급여가 중복 또는 누락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하면서, 제2항에서는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신설 또는 변경의 타당성, 기존 제도와의 관계, 사회보장 전달체계에 미치는 영향 및 운영방안 등에 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협의를 의무화하고 있다. 나아가 협의가 안 될 경우 동 조 제3항에 따라 사회보장위원회로 하여금 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 서울시 청년수당이나 성남시 청년배당이 현금 내지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지급되고, 지급에 상응하는 근로나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무상복지의 일종이다. 이에 관해 청년수당에 관한 특별한 법적 근거가 없는 데도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한다는 것에 문제가 있으며, 중앙정부와 협의도 없이 추진하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사진=연합뉴스

Ⅲ. 쟁점해결의 방향과 방법

청년수당과 관련하여 서울시에 대하여 보건복지부에서는 사회보장법 제26조에 근거하여 합의되지 않은 사회보장제도로 대법원에 청년수당에 관한 예산의결 무효 확인청구소송과 예산 집행정지결정을 신청하였다. 이에 대하여 서울시뿐만 아니라 청년단체와 복지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중앙정부에 대응하여 사회보장기본법 상의 협의·조정 결과에 따르지 않는 경우 지방교부세를 감액하도록 규정한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제12조 제1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문제는 청년실업이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이 사회에 깔려 있는 가운데 야기된 것이라는 점에서 볼 때 자칫 실정법을 넘어서 감정적으로 처리될 수도 있으나,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재정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누리과정 예산의 경우도 국가가 예산의 규모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지방정부나 지방교육청에 책임을 전가하였다는 주장이 있다. 이는 2015년 10월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지방교육청의 예산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게 하였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누리과정 예산은 3-5세 어린이의 무상교육·보육예산이기 때문에, 교육재정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교육청의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부담을 떠넘긴 것이라기보다는 실정법의 체계에서 보아야 할 문제이다. 누리과정 예산문제가 지방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며, 그렇다면 지방재정에 영향을 주는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에 지방자치단체나 지방교육청이 그 때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아무튼 실정법에 문제가 있다면 권한쟁의나 기관쟁송 등 분쟁해결수단을 동원해야지 예산편성 조차하지 않고 국민을 볼모로 잡는 행위는 더 이상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결국 이런 문제들을 보면 정치가 법을 무시하는 것은 아닌지, 악법도 법이라는 소크라테스의 명언이 21세기에도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법치국가를 지향한다면 우리 모두 오늘의 현실에서 가슴에 손을 얹고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1) 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보면 서울시 청년수당은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19~29세 청년 중 중위소득 60% 이하 미취업자나 졸업유예자 등을 대상으로 지급된다. 선정 예정자는 약 3,000명으로 최대 6개월 동안 매월 50만 원(1년 최대 300만원)의 청년수당을 지원받는다. 서울시는 2016년 2월까지 서울연구원 연구를 통하여 대상 및 선발기준 등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2) 성남시 청년배당 정책의 대상은 성남에 3년 이상 거주한 청년들로, 배당금은 연 100만 원으로 분기별로 나누어 25만 원씩 지급된다. 성남시는 먼저 24세를 대상으로 청년배당을 지급하고, 이후 19~24세까지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미 상품권으로 청년배당이 지급되고 있다. 성남시 청년배당은 서울시 청년수당과 달리 소득이나 취업 여부와 관계없이 연령에 맞는 모든 청년에게 지급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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