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용선료 인하·비협약채권 채무조정 '급한불'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현대그룹이 추가 자구안을 발표하며 현대상선 살리기에 적극 나선 가운데 자구안이 신속하게 이행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현대상선은 당장 4월말에 2208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이 중 만기 연장이 어려워 기간 내 반드시 갚아야 하는 공모채 규모는 1200억원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현대상선 채권단은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와 비협약채권 채무조정 등을 조속히 이행했을 때 지원에 나설 것이라 의견을 모았다. 조건부 지원인 셈이다.
▲ 지난 2일 현대그룹은 기존 자구안만으로는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수 없다고 판단해 고강도의 추가 자구안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사진=현대상선 |
채권단의 지원은 출자전환일 가능성이 높다. 비협약채권이 많아 자율협약이나 추가 자금지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채권단의 의견이다. 해운업계가 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 과잉 등으로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영향도 있다.
지난 2일 현대그룹은 기존 자구안만으로는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수 없다고 판단해 고강도의 추가 자구안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매각이 무산된 현대증권을 비롯한 금융3사에 대한 공개 매각, 벌크전용선사업부와 부산신항만터미널의 지분 매각, 현정은 회장의 300억원 규모 사재출연 등이다.
현대상선이 보유중인 현대증권 지분 담보대출과 현대아산 지분 매각으로 마련한 700억원도 지원 자금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채권단이 주목한 것은 현대상선이 해외 선주와의 고가 용선료 계약도 책임지고 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회사채와 선박금융 등 비협약채권에 대한 채무재조정을 통해 만기연장이나 출자전환 등을 추진하겠다는 것도 포함됐다.
고가의 용선료는 현대상선 수익성 저하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왔다. 현대상선은 매년 약 2조원의 용선료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황기에 장기계약을 한 탓에 매년 시세보다 높은 용선료를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그룹은 공모·사모사채, 선박금융 등 비협약채권에 대한 채무조정도 신속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채권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이해관계가 달라 채무조정에 관한 통일된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며 “현대상선이 얼마나 자구책을 성실히 이행하는지에 따라 채권단들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 말했다.
현대그룹측은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고강도 추가 자구안을 마련했다”며 “용선료 문제와 비협약채권 등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지속적으로 주채권은행 등과 협조를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