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 2013년 4월 매각 관련 기자회견 당시 “주가를 떨어뜨려 이익을 챙기려는 공매도 세력 때문에 경영이 어려울 지경”이라고 호소한 바 있다./사진=셀트리온 |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공매도에 대한 항의로 주식 대여(대차)를 하지 않는 증권사로 계좌를 옮기는 개인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불평등한 공매도 제도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매도는 해당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것으로 주가가 하락할수록 수익을 본다. 특히 최근 국제유가 하락과 중국 경기부진 등으로 증시가 불안한 흐름을 보이면 공매도는 급격히 증가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42조7013억원이었던 대차잔고는 이달 2일 54조8155억원으로 30%가량 늘었다. 기관투자자 또는 외국인이 주식을 빌린 규모를 말하는 대차잔고는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활용될 정도로 공매도와 관련이 깊다.
주가 하락의 원인이라는 뚜렷한 증거는 아직 없지만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를 원망한다. 가장 큰 이유는 기관투자자나 외국인에 비해 공매도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증권사와 같은 기관투자자와는 달리 개인은 한국예탁결제원이나 같은 예탁회사에서 주식을 자유롭고 싸게 빌릴 수 없어 실질적으로 공매도를 할 수 없는 입장이다.
물론 증권사에서 미리 주식을 빌려 파는 신용대주거래가 가능하지만 담보를 제공해야 하고 증권사의 보유 종목이나 물량에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비용도 기관투자자의 대차거래에 비해 높다. 개인은 기관이나 외국인에 비해 더 높은 수익을 올려야하는 것이다. 또 증권사는 개인투자자의 신용을 까다롭게 점검하는 등 신용대주거래에 소극적이다.
이에 대해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예탁결제원은 주로 증권을 장기 보유하는 기관의 결제부족분 충당 등을 위해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증권을 빌려주고 있다”며 “주식의 예탁자는 법인만 될 수 있고 법인 간에만 대차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외국 예탁결제회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처럼 개인이 공매도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개인들은 대차 서비스를 하지 않는 증권사로 계좌를 옮기는 집단행동을 하고 있다. 사실 개인투자자가 주식대여를 허용하지 않으면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빌려줄 수는 없다. 이는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피해의식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개인의 신용대주거래를 통한 공매도 대응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172억원이었던 신용거래대주 잔액은 이달 2일 284억까지 불어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은 기관이나 외국인에 담보나 신용도가 약하기 때문에 공매도에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