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번져가는 대목은 바로 이 지점이다. 이 사실은 아주 간단하지만 매우 중요하고 핵심적인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최 의원은 평소 소위 해직 언론인 복직 문제를 최우선 과제인 것처럼 주장해 왔다. 그리고 실제 많은 언론노조원들은 그렇게 믿고 있을 것이다. 최 의원에 비판적인 필자 역시 언론을 통해 비친 그의 언행을 통해 그 점만큼은 진심으로 알고 있었다.
최 의원은 해고자들 문제에 정부가 손 놓고 있다고 ‘해직 언론인 등의 복직 및 명예회복 등에 관한 촉구 결의안’을 내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YTN 해고자들 대법원 판결이 났을 때에는 “경영진은 이들에게 ‘해고’라는 무지막지한 칼을 휘둘렀다.”며 “지난 6년간 해고자들과 그 가족들은 숱한 병을 얻고 기나긴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했다.”고 논평까지 내면서 지대한 관심을 보였었다. 소위 해직자 문제를 하루라도 빨리 해결하라고 기회가 날 때마다 정부를 다그친 적도 여러 번이다.
녹취록을 3개월 숙성시킨 최민희와 엇나간 분노
필자의 의문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해고된 언론인들과 가족들의 고통까지 그렇게 염려하던 최 의원이 입수한 녹취 파일을 한 달도 아니고 무려 3개월간 ‘숙성’시켰기 때문이다. 최 의원은 MBC 해고자 복직이 시급하며, MBC 녹취록을 먼저 공개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그렇게 시급한 문제를 왜, 무엇 때문에 3개월을 침묵하다가 25일에서야 폭로에 나섰을까.
해직언론인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이가, 고통을 보듬는다는 이의 눈엔 하루가 급한 그들 처지는 눈에 안 들어왔다는 얘긴가. 그들 가족들이 겪을 고통의 깊이는 가늠이 안 됐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최 의원을 무려 3개월간이나 입을 닫고 있게 만든 녹취 파일의 비밀은 무엇인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환자에게 당장 투여해야 할 진통제를 주사기에 주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변명은 과연 가능한가. 시급한 MBC 녹취부터 들고 나왔다면서 고작 6시간 정도 분량 가지고 시간을 핑계 대는 건 궁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다.
▲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MBC 노조원 해고와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최민희를 비판하지 않는 이상한 침묵의 커넥션
언론노조가 발행하는 미디어오늘이 최 의원에 대해 일체 비판하지 않는 것도 비상식적이다. 필자는 최 의원이 녹취록을 품에 안고 있던 의문의 3개월에 대해 가장 먼저 앞장서서 크게 비판해야 할 언론이라면 바로 미디어오늘이라고 생각한다. 미디어오늘은 해고자들의 눈물과 고통 운운하며 해고자 문제를 빨리 해결하라고 정부여당을 줄기차게 공격해 온 매체다.
그런 미디어오늘이 최 의원이 무슨 이유로 3개월씩이나 녹취 파일을 공개하지 않았는지, 왜 빨리 공개하지 않았는지 낱낱이 취재하고 비판해야 옳은 일 아닌가. 그것이 진정 공익 아닌가. 사적인 모임에서 나눈 실없는 대화들을 공익으로 억지 포장하는 짓이 아니라 그렇게 자신들이 마르고 닳도록 주장했던 해고자 복직 해결을 늦췄던 최 의원 비판이 우선 아닌가. 녹취록 공개 시점으로 가장 먼저 최 의원에 매를 들었어야 할 매체는 다름 아닌 미디어오늘이었다. 그런데도 이 매체는 그에 대해 일체의 비판을 하지 않고 있다. 심각한 논리적 모순이다.
MBC 녹취록 사건은 한 개인이 자신의 악감정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고백한 명확한 성격의 사건이다. 불편한 진실이라면 한 개인의 사감에 의해 까발려진 녹취록을 특정 세력이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공익으로 열심히 포장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녹취록 폭로자인 국회의원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치 때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3개월을 숙성시켰고, 공개된 후 이 사실을 알았을 언론노조는 그에 대해 어떤 비판이나 분노의 표시도 하지 않고 있다. 언론인 해고자 문제를 평소 앞장서서 제기해왔던 자칭 언론사는 그렇게 중요한 사안이라면서 단 한 건의 해당 의원 비판 기사도 내지 않고 있다.
대신 감도 안 되는 허접한 기사들로 폴리뷰에 떼로 달려들어 공격하고 있다. 우스운 일이다. 우리 폴리뷰는 이미 제보자의 악의를 토대로 나온 모든 기사들에 대해 법적 대응에 착수했다. 한 가지 더 밝혀두고 싶은 것이 있다. 이번 사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세력의 갖가지 행태들에 대해 그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적극 취재에 나설 것이라는 점이다.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