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 지자체의 역할과 권한, 그에 따른 책임이 명확하게 나누어지지 않아 다양한 사회적 갈등과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이슈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청년수당 및 교육감들의 예산편성 거부로 인한 누리과정 보육대란이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는 1월 25일 이들 논란을 분석해보고 중앙 및 지자체 간 재정분권과 권한쟁의 문제를 짚어봄으로써, 바람직한 관계 개선방향을 논의했다. 바른사회가 25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입을 모아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역할 및 책임에 대하여 명확하게 재설정해야 한다”며 “지자체가 법적 근거나 중앙정부와 협의 없이 자의적으로 무상복지나 예산삭감 등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 있다”라고 지적했다. 세간의 누리과정 보육대란 및 청년수당이 인기영합 정치쇼라는 설명이다.
발표자로 나선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둘러싸고 교육부와 지자체, 지방의회, 시도교육청이 책임을 미루면서 시민을 무시하는 공급자 중심의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근본적인 문제는 세출권한과 세입의무의 비대칭에 있다”고 지적했다. 지출권한은 있는데 이에 필요한 세입을 부담해야 할 의무는 비례하지 않는 경우, 중앙정부 지방정부 각지에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 할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아래 글은 박정수 교수의 발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
정부간 역할과 책임분담: 재정관점
1. 분권형 중앙-지방정부관계의 모색과 혁신
지난 3일 열린 미국 경제학회에서도 강조된 바 있듯이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고, 나아가 정부가 해야 할 일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광역과 기초)의 기능을 가능한 한 명료하게 구분해 책임을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첩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현재와 같이 기획은 중앙정부가 담당하고 광역 정부는 도관(conduit) 역할을 담당하고 실제 집행을 공공기관이나 기초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구조는 경쟁중립성(competitive neutrality, leveling play field)의 차원에서 문제가 있으며 국가경쟁력 확보에 어렵다.
우리나라의 국가 거버넌스(지배구조)의 위기는 저신뢰, 저효율, 고비용 등 구조적 문제에 최근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 복지사회 진전, 요원한 통일비용 등이 가중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미지근한 물(또는 서서히 덥혀지는 물)에 철없이 편안한 개구리’ 비유에서 보듯이 중국과 신흥국의 추격, 선진국과의 여전한 격차 상존 등에 기인한 잠재적 위기로 지속가능성장 차원에서 중앙과 지방관계를 국가개조의 차원에서 지금까지와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 여기에 가계부채, 대기업 및 중견, 중소기업의 경쟁력 저하 및 기업가정신의 쇠퇴, 공공부문의 비대, 분배문제의 악화 등으로 획일적 해법이 어려운 실정으로 단계적 분권화로의 구조개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축적의 시간’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바와 같이 “가마우지 경제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경제로 도약하는 핵심은 창조적 개념설계 역량을 가능케 하는 축적된 경험지식에 있다”, “고부가가치 경험지식을 축적하려면 시행착오를 격려하고,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축적 지향의 문화와 사회시스템을 구축하라”에 착안, 지방자치 20여년의 경험을 통해 이제는 학습의 효과가 서서히 기대되니다. 정부의 정책결정이 창의적, 혁신적이려면 가능한 한 주민과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야 토론이 가능하고 실행을 모니터링하기 쉽다는 점에서 지방의 실험이 새롭게 조망될 수 있다.
▲ 표 1. 잠재성장률의 구성: 추이와 전망./자료=신석하 외, 한국의 잠재성장률 전망 및 하락요인 분석, KDI, 2012 |
과거의 경제성장은 노동과 자본의 투입에 의해 이루어졌으나, 향후 기술진보를 반영하는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의 증가에 의존해야 한다. 1980년대 총요소생산성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바가 29%에 불과했으나, 2010년대에는 44.4%로 증가했다. 나아가 2040년 이후에는 모든 잠재성장률이 총요소생산성에 의해 견인될 것으로 전망된다.
2. 중앙과 지방자치단체의 갈등과 해법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둘러싸고 교육부와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 시도교육청이 책임은 미루면서 세금을 내고 당연히 편익을 수혜해야 하는 시민은 무시하고 공급자 중심의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혁신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이 결정이 원활하게 집행되기 위해서는 먼저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축적되어야 하는바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기능과 재정을 과감하게 지방에 이양함으로써 정부내에 경쟁을 제고해야 한다.
우리나라 중앙-지방재정관계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세출권한과 세입의무의 비대칭에 있다. 기본적으로 지출권한은 있는데 이에 필요한 세입을 부담해야 할 의무가 비례하지 않는 경우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소지가 생기게 마련이다. 따라서 지방재정영역에서는 보충성의 원칙(principle of subsidiarity), 정치경제학적인 논점의 공공선택론(public choice) 등의 분권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대칭적 세입원마련은 나라마다 다르기는 해도 정부계층간 재정조정이라는 공통적인 과제로 해결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민간과 정부간의 교육, 복지, 산업진흥 지원 등 역할을 분명히 하고 그 기초 하에 중앙과 지방의 역할을 구분하며 이에 따라 세입부담과 세출권한을 동시에 조정해야 한다. 중앙과 지방은 중장기적 시각에서 우리나라의 재정 및 사회경제 여건을 감안해, 재정분권의 적정수준을 찾아야 할 것이다.
▲ 바른사회가 지난 1월 25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악화일로를 걷는 중앙-지자체 갈등, 어떻게 풀어야 하나’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입을 모아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역할 및 책임에 대하여 명확하게 재설정해야 한다”며 “지자체가 법적 근거나 중앙정부와 협의 없이 자의적으로 무상복지나 예산삭감 등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 있다”라고 지적했다./사진=연합뉴스 |
헌법 개정을 통해 중앙정부, 광역정부, 기초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보다 명확하게 재설정할 필요가 있으며 보다 분권적 접근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공공부문의 상시적 기능점검 및 존치평가 등을 통해 자율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고 시장의 공정경쟁을 저해하거나 좀비기업의 연명을 지원하는 부분은 과감하게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누리과정의 경우도 중앙정부가 획일적으로 프로그램의 A부터 Z까지를 정할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는 기본적인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각 자치단체가 이에 추가적인 서비스를 고민하여 더하도록 하는 플랫폼을 생각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작은 정부 큰 사회(big society)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경우 국가경쟁력을 구성하는 부문 중 가장 처져있는 부문이 사회자본(social capital) 영역이며 이를 시민의 참여, 구체적으로 지역의 자조·협동노력을 통해 자발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정부에 과도하게 의존하기에는 우리나라 정부경쟁력이, 그리고 정치수준이 후진적이라는 점에서 해결책은 협치(거버넌스) 차원에서 시민으로부터의 신뢰 및 사회자본 축적, 주민과 가까운 기초자치단체로의 기능 및 재정이양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부패수준이 낮고 투명한 사회일수록 정부와 국민간의 신뢰가 확보되며, 정부의 정책에 대한 순응이 보장된다. 정부가 모든 것을 간여하고 지도하기보다 시민사회의 몫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선진국에 비해 청렴도(integrity)의 수준이 낮아 국가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많이 뒤지고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발전인프라 구축과 같은 제도적 장치의 경우 세계경제포럼 등의 국가경쟁력지수에서 높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현 시점에서 시민참여제고가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주요 전략임을 시사한다. 정부간 역할과 책임분담을 국가개조 수준의 분권화 개혁이 제도와 실제 운용의 이중구조 간극을 좁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3. 지방세 비중 확대와 지방재정조정제도의 개편을 통한 책임성 제고
지방재정의 경우 최근 다시 일반재원인 지방교부세 대비 국고보조금의 비중이 커지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4년 현재 국고보조금 37.7조원(25.3%), 지방교부세 31.6조원(21.2%)수준을 감안해야 한다. 지방지출 전체 중 30% 수준으로 지방세 비중 확대를 통해 세입부담과 지출결정의 괴리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0%의 지방자치단체 들이 자체수입으로 지출의 30%를 충당하지 못하는 지방재정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
▲ 표 2. 지방재정의 특성: 중앙정부 의존적 구조./자료=지방재정연감, 2015 |
평균 재정자립도보다 더 심각한 개별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로 지방세가 두 배로 증가한다 하더라도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성 해소가 가능하지 아니하다. 중앙과 지방의 재원중립성 확보를 위해 지방교부세 축소보다는 국고보조금 사업을 줄이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고보조금 평가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의하면 국고보조금 대상 사무들을 현재보다 80% 가량 축소할 수 있다고 한다.
지방교부세의 본질적인 문제는 자치단체별로 기준재정수요액과 기준재정수입액을 산정하여 그 부족액을 산출하고 이를 보전해주다보니 자체세입확충을 게을리하고 공공서비스를 과잉공급하는 소위 ‘끈끈이효과(flypaper effect)’등 도덕적 해이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근본적인 해결방법으로 재정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재정기초(base)를 배분해주고 한계적인 지출은 자체재원, 특히 지방세로 살림을 해결해 나가는 자치단체의 수를 보다 늘이는 것이 필요하다.
지방재정개혁은 지방분권의 개념인식이나 시대적 의미의 강조보다는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제도의 마련과 함께 구성원의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성과관리의 시행이 필수적이다. 세입의 자치, 세출의 자치에 대한 논쟁도 필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지자체의 전략적 행태를 통제할 수 있는 기본에 충실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세원이양과 함께 지방교부세제도의 재설계가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각 중앙부처의 통제위주 국고보조금은 주기적인 정비를 제도화하는 일몰제 검토가 필요하다(기금존치평가와 유사한 기제).
▲ 서울, 경기, 광주, 전남 등 누리과정 예산이 제로인 곳의 예결위 및 본회의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더민주 시도 의원들이 누리과정 전액 삭감 수정안을 주도하고 통과시켰다. 누리과정 예산을 유보금으로 묶어놓으면서 당장의 보육대란을 강 건너 불 구경하는 이들 지방의원들의 행태는 아이들과 학부모, 유치원 및 어린이집을 볼모로 정치 싸움, 정치쇼를 벌이는 것이다./사진=연합뉴스 |
4. 세출구조조정은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공기관 모두에 해당
세입의 가격기능회복, 일반보조금의 형평화기제로서 재정조정의 기반(floor) 조정 원칙과 함께 근본적 지방재정 개혁의 우선 과제는 과감한 세출구조조정이다. 세출의 효율성 차원에서 유사중복사업의 통폐합은 예산, 기금, 공기업을 모두 포함한 공공부문의 전 영역에서 기능조정의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특히 지역발전특별회계와 교통시설특별회계 사업간의 조정이 강조되어야 한다. 예산낭비는 편성과 집행과정에서 모두 발생하는바 이를 지방중기재정계획과 중앙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연계하고 하나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로서의 조정이 필요하다.
영유아보육, 누리과정 등에서 불거진 매칭비율이나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간의 책임에 대한 논쟁은 사무배분의 적정화관점에서 보다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프로그램예산체계에서 각 부처별 국고보조금의 총량을 사전에 정하고 과감하게 포괄보조금제도를 활용해 세출구조조정의 실효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앙재정과 지방재정-지방교육재정을 주민의 비용과 편익의 차원에서 연계해 검토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3.0의 차원에서 재정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재정정보의 공개 및 연계 활용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국고보조금의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며 이 때 중앙정부는 단순히 정부만이 아니라 진흥 지원역할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을 모두 포함하는 일반정부의 수준에서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유사중복과 부가가치가 낮은 사업의 사례들(구체적으로 다문화가족정책 관련 국고보조사업은 12개 부처 93개 사업이 시행 중)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북구형도 아니고 미국형도 아닌 우리의 맞춤형 균형이 필요한바 중앙정부의 스마트화와 함께 분권화의 문제점도 감안, 재정분권의 균형 잡힌 논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의 경쟁체제도입과 실험을 통한 문제해결역량제고 시사점, 행정권한과 재정책임의 일치를 통한 책임성의 제고에 방점이 두어져야 함은 분명하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