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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님 연봉은 얼마?…증오법 전락한 자본시장법

2016-02-20 23:07 | 김재현 기자 | s891158@nate.com

"당신의 연봉은 얼마입니까?"

누군가 당신에게 이같은 질문은 던진다면 당신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하다. 심지어 모르는 사람이 이같은 질문을 한다면 당황할 수 밖에 없다. "왜 이 사람이 내 연봉을 물어볼까" 의아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심기가 불편할 것이다.

친한 친구끼리도 연봉은 매우 민감한 부분이다. 어렴풋 짐작은 하겠지만 "요새 잘나간다며 술 한잔 사라"며 자신과의 격차를 인정할 뿐 "왜 넌 능력이 안되는데 그만큼 받느냐"며 시기하지 않는다.

물론 알아야 할 권리도 없고 답변을 해줄 권리도 없다. 더욱 내 연봉을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한다는 것은 알몸을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다.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 정무위 법안소위와 전체회의에서 미등기 재벌총수도 보수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규제이익도 없는 처분벙이고 일종의 작위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연합뉴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처럼 연봉을 공개하면서 발생되는 시기와 갈등은 기업 내 직원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고 사회적인 반목과 증오만 남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한 일명 증오법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지난 17일 정무위 법안소위와 전체회의에서 미등기 재벌총수도 보수를 의무적으로 공개토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법사위 의결을 거쳐 오는 23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등기임원이 아니더라도 보수총액 상위 5명에 해당하면 개인별보수를 의무적으로 공개토록 했다.

2013년 5월28일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등기임원의 개별보수를 공개토록했다. 6개월 유예기간이 지난 후 2014년 3월31일 개별임원 보수가 첫 공개됐다.

하지만 보수공개 대상을 등기임원으로 한정한 법적 미비점을 이용해 재벌총수와 2~3세들이 등기임원에서 사퇴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재벌총수를 겨냥해 등기임원의 개별보수 공개에서 한발짝 더 나간 강한 드라이브를 건 것이다. 

여야의 합의로 정무위 통과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 재벌총수 연봉공개법에 대해 찬반이 엇갈린다.

"재벌 총수가 과도한 연봉과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등기임원에서 사퇴해 책임경영을 회피하는 문제점이 해소됐다. 과도한 고액연봉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더욱 활성화 돼 소득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주들은 책임경영이라는 명목으로 공개될 수 있지만 주주가 아닌 사람들까지 알 필요가 있겠는가, 미등기임원까지 공개해서 뭐가 달라지는건가?"

미등기 임원이라면 CEO보다 전무, 상무가 대부분일텐데 그런 사람들에게 있어 프라이버시도 하나의 권리다. 주주가 아닌 사람들도 공개되거나 알아야 될 이유도 없고 권리도 없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프라이버시권을 박탈 당하는 것이오, 비밀보장 등 인권을 유린 당하는 것과 다름없다.

일례로 자신과 무관한 제3자에게 아파트는 몇 평에 살고, 어떤 차를 몰고, 급여는 어떻게 받는지까지 까발려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재벌총수 연봉공개법은 일종의 규제다. 그로인한 얻는 이익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주주가 아닌 이상 알 필요가 없다. 입장 바꿔 보면 프라이버시권을 무시한 처사다.

우리나라만큼 샐러리 차이가 안나는 나라도 없다고 한다.

상장사들은 2014년 3월31일 이후 사업보고서를 통해 5억원 이상 보수임원 명단을 공시한 바 있다.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그룹 상장사 임원들이 지난해 받은 보수가 평균 10억원 정도로 직원 평균 보수의 14배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임원들의 보수가 과다하는데 초점을 맞춰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했다.

2013년 10대 그룹 상장사 임원의 평균 보수는 10억4000만원이다. 이는 일반 직원들의 평균 보수 7500만원 보다 14배 가까이 많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 연봉 정보 제공업체 '페이스케일' 자료를 보면 '포춘'지 기준 1위 기업인 엑손모빌의 CEO와 일반 직원의 연봉 평균은 121배에 달한다. 월마트는 1034배다. GE와 포드자동차도 각각 105배, 304배로 대다수 대기업이 세자리 수에 달하는 연봉 격차를 보인다.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은 스톡옵션을 포함해 지난 3년간 연평균 3780만 달러(한화 약 402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팀쿡은 2011년 무려 3억7618만 달러에 달하는 스톡옵션을 포함해 3억7800만 달러(약 4011억원)을 수령했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 된 애플 경영진 5명의 평균연봉도 6240만 달러로 삼성전자의 8배를 넘었다.

일반 근로자와 CEO의 소득 격차도 미국이 354배, 일본이 67배 정도 차이가 난다. 물론 단순 비교할 수 없지만 대기업 임원이 과도한 보수를 받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이번 재벌총수 연봉공개법을 두고 우리나라만 특히 많으면 성과없이도 과다한 보수를 받는다는 식의 여론형성은 반기업정서만 확대할 뿐 책임경영을 회피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임원보수를 공개토록 하고 있다. 이는 주주들이 직접적으로 임원들의 보수를 통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미흡한 상황에서 최소한 간접적으로나마 임원들의 보수를 통제하고자 하는데 있다.

국민의 알 권리,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할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마녀사냥식의 보수공개가 목적은 아니다.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의 근거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재벌총수들과 2~3세들의 미등기 전환을 꼽았다. 이들 몇몇 재벌총수들을 근거로 연봉공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건다는 건 '빈대를 태우려 초간삼간을 다 태우는 격이다.

이들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CEO들은 어떤 형태로든 등기가 돼 있다. 그럼에도 일부 재벌총수를 표적으로 한 법적 규제는 선량한 CEO에게도  탐욕스러운 굴레를 씌우는 꼴이다. 일한 만큼 보상을 받는 것은 인센티브다.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산물이다.

내가 열심히 한 노력에 대한 성과를 기업이 평가하고 댓가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다. 모두가 원하는 현상이다. 그러나 그 노력과 상관없이 남들이 그들의 기준에서 그 보상을 폄하당할 수 있다는 현실이 우울하다.

우리나라는 상법상(제388조) 이사의 보수는 정관으로 정하도록 하고 정관에 정하지 않은 경우 주주총회가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묻고 싶다. 주총에서 상법에 의한 사적 자치를 보장하지 않고 또 다른 규제법으로 공개적으로 압박할 이유가 있을까? 규제를 강하게 하면 피해나가는 구멍도 크고 미등기로만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업마다 이사의 보수총액 한도를 둔다. 보통 이 한도의 80~90%를 소진한다. 가령 100억원이라 치면 80억원에서 90억원 가량 이사들에게 십시일반 지급되고 1인당 얼마가량 받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재정지원을 받은 기업에 대해 회사별 최고연봉 25명의 보수를 감시토록 한 바 있다. 즉 미국은 리먼 사태 이후 구제금융을 받는 기업들에 대한 보수 통제와 주주총회의 승인이라는 제도적 개선을 추진한 바 있다.

미국의 임원보수공개제도는 주주통제의 대안으로 제도화된 것이다.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리먼 사태이후 구제금융 대상 기업들의 경우 임원보수는 주주총회의 승인을 요하는 것으로 개선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상법 제정당시인 1962년부터 상법 제388조에 의해 이사의 보수는 주주총회에서 정하도록 한 바 있다. 미국이 2008년 부실기업 CEO들의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를 우리는 이미 50여년 이전부터 시행해 왔던 것이다.

단순비교를 하면 삼성전자 CEO 의 연봉이 미국 부실기업 CEO연봉의 5분의 1에 불과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은 이들 CEO들의 연봉과 공개에 있어 신랄한 비난이 아닌 암묵적인 인정을 한다.

열심히 일하는 만큼 상대방과 차이는 날 수 있다. 그 연봉의 산정과 공개는 기업 자치에 맡겨야 한다. 주총의 자치를 통해 자율적인 통제와 공개로 보상을 인정해야 한다.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자신을 기준으로 잣대를 세워놓고 내 연봉보다 많다, 적다 지적할 수 없다. 이는 사적인 시기이자 증오다. 그들의 권리를 빼앗은 채 알 권리를 강요하는 것은 정당한 논리는 아니다.

CEO 등 등기임원에 대한 보수 공개는 투명경영, 책임경영이라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미등기 임원까지 보수공개를 하겠다는 것은 논리도 없다. 몰래카메라와 같은 일종의 관음증이자 증오를 부추길 뿐이다.

그렇다고 규제이익도 법적인 이익도 없다. 국회에서 방망이 세번 두드리면 되겠다는 생각은 법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 처분법이고 일종의 작위법이다. 또  가장 촌스럽고 증오법 밖에 안된다.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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