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터널 속을 빠른 속도로 통과할 때에도 차량 내부에서는 소음을 감지하기가 어려웠다.
통상 고속으로 터널에 진입하면 벽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차량의 주행 소음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는데 EQ900은 달랐다. 실내 정숙성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유지됐다.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고급차 시장에 '제네시스' 브랜드로 도전장을 내면서 처음 선보인 최상위 모델 EQ900를 서울 광장동에서 강원도 남춘천까지 왕복 140㎞ 구간에서직접 체험해봤다.
차량에 올라 문을 닫는 순간 실내는 완벽에 가깝게 외부와 차단된 공간이 됐다. 탁월한 정숙성의 비결은 3중으로 된 도어 실링(밀봉)장치와 두 겹으로 접합된 차음 유리 그리고 차체 바닥 전체에 적용된 커버 등이 결합된 기술력에 있었다.
작년 말 현대차에 영입돼 고성능차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알베르트 비어만 부사장은 한국에 유난히 터널이 많다는 점을 눈여겨보고 벤츠나 BMW가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정숙성이 유지되는 차량을 만들자고 개발진을 독려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현대차 개발진은 남양연구소에 인공터널까지 설치해 놓고 수없이 많은 시험을 통해 실내가 가장 조용한 차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강력한 포스를 내뿜으며 주행중인 제네시스 EQ900/제네시스
올림픽대로를 지나 서울-춘천 고속도로에 진입한 뒤 액셀러레이터를 힘줘 밟자 EQ900은 총알처럼 앞으로 튀어나갔다. 순식간에 제한속도를 넘나들게 되어도 차체 흔들림은 거의 없었다. 운전자 앞유리에 투사되는 차량운행 정보장치(헤드업 디스플레이)에 주행속도가 시속 150㎞로 뜨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서둘러 속도를 줄였다.
핸들 오른쪽에 있는 '크루즈' 버튼을 누르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이 작동하며 차량 스스로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했다. 잠시 운전대에서 손을 떼어도 차선을 유지한 채 나아갔다.
앞차가 속도를 줄이면 알아서 감속하고 굽은 도로에서도 차선을 벗어나지 않고 스스로 운행을 했다. 정체구간에서 운전자의 피로도를 크게 줄여줄 장치라는 현대차 측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첨단 장치는 이뿐만이 아니다. EQ900 개발진과 서울대 의대가 산학합동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은 운전자가 키, 앉은키, 몸무게 등 체형 정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시트, 핸들, 아웃사이드 미러, 헤드업 디스플레이 위치를 최적의 상태로 맞춰준다.
특히 뒷좌석은 항공기 1등석과 다를 바 없었다. 최고급 나파 가죽으로 된 시트에 앉으면 몸이 부드럽게 감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14개 방향으로 조절되는 시트의 전동기능은 뒷좌석을 편안한 휴식 공간으로 변화시켜줬다.
뒷좌석 팔걸이 옆면에 있는 '프런트' 버튼을 누르면 조수석이 앞쪽으로 당겨지면서 접혀 뒷좌석에 앉아서도 앞유리를 통해 전방을 훤히 내다볼 수 있었다. 심지어 다리를 꼬고 앉아도 발끝이 앞좌석에 닿지 않았다.
앞뒤 차축 간 거리, 즉 축거(휠베이스)가 기존 모델보다 115㎜ 늘어나다 보니 여유로운 실내 공간이 확보된 것이다.
다른 차량의 것보다 두 배쯤 커 보이는 12.3인치 대화면 와이드 내비게이션이나 전 세계 명품시계를 분석해 디자인했다는 아날로그 시계, 실내 곳곳을 감싸고 있는 우드 재질의 내장재는 최고급 세단 EQ900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현대차는 자사의 기함(플래그십) 모델인 EQ900이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에 견줘 성능이나 사양에서 뒤질 게 없다고 자신한다. EQ900은 내년에 'G90'이라는 명칭으로 해외 시장에 데뷔한다. 그리 멀지 않은 시일 내에 글로벌 소비자들로부터 고급차의 대명사 중 하나로 인식되길 기대해 본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