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개인투자자의 공매도에 대한 비난의 수위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에 대한 비판의 강도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대차(대여) 잔고는 27조6827억원에 달한다. 올 1월 4일 23조3508억원에 머물던 것에 비하면 4조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대차거래는 국민연금 등 주로 기관들이 주식이 필요한 다른 투자자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보유 주식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대차잔고는 거의 공매도 대기물량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그만큼 주가 하락의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를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주식 대차 서비스를 하지 않는 증권사로 주식 이관 운동을 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간 공매도를 두둔해오던 금융당국도 오는 23일 공매도 공시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계기로 6월부터 공매도 잔고 공시 기준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도 공매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화가 없지만 투명성 강화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기준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 공매도 비난의 화살은 국민연금으로 쏠리고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공매도에 이용될 수 있는 주식 대차로 200억원가량을 벌어들었다는 소식까지 겹치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대여로 얻은 수입은 2013년 98억원이었지만 2014년 146억원, 2015년 190억원으로 증가했다.
국민연금도 할 말은 있다. 53조원에 이르는 국내주식 전체 대여시장에서 국민연금이 참여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한데다 공매도를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세계 대여 거래 시장에서 다른 공적 연기금 기관의 대여시장에서의 비중은 약 5% 수준인 것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는 것. 대차거래가 모두 공매도로 이어진다는 것도 오해라는 주장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금운용지침에 따라 주식대여는 허용된 사업이고 수익률 제고를 위해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차거래에서의 비중과 상관없이 국민연금에 대한 비판 여론은 가시지 않고 있다. 국민이 납부한 연금으로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대차 거래를 통해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심한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민연금의 주식 대여자 중 외국인이 절반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개인투자자의 허탈감을 더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역의 증권사나 운용사와의 커넥션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주식 대여를 금지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실 관계자는 “국민연금 기금 운용역이 90%는 외부에서 데려온 사람들이라 이전 직장인 증권사나 운용사와 커넥션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며 “기금운용에서 손실이 난다고 잘리는 것도 아닌데 주식 대여를 안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민이 낸 돈 때문에 국민이 손해를 본다면 국민연금이 주식 대여사업을 안 하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금 산적한 이슈와 선거철로 법안 통과에 엄두를 못 내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지만 시간을 갖고 올 하반기에 법안 통과를 다시 시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의혹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제도적으로 운용역이 주식 대여나 특정 증권사·운용사를 선택하는 데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돼 있다”며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부인했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