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야권이 24일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발언)를 12시간 넘게 이어가고 있다.
전날 오후 7시7분쯤 무제한 토론의 첫 주자로 단상에 오른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음날 오전 0시39분까지 총 5시간32분간 발언했다.
이어 더민주에 비해 테러방지법 처리에 전향적인 입장을 취해온 국민의당의 문병호 의원이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서 오전 0시40분부터 2시29분까지 발언했고, 은수미 더민주 의원이 오전 2시30분부터 3번째로 나서 오전 9시30분 현재 발언대를 지키고 있다.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전 2시30분부터 무제한 토론 세 번째 발언자로 나서 오전 9시30분 현재 7시간 넘게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 의원이 지난 1964년 4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세운 최장시간 발언 기록인 5시간19분을 돌파해 주목을 받은 가운데 은 의원이 연이어 기록을 경신했다.
전날부터 이어진 더민주의 무제한 토론은 이종걸 원내대표가 제안하고 김광진, 은수미 등 강경파 의원들이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면서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여당이 야당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도록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토론 첫 주자인 김 의원이 시작할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은 항의의 표시로 본회의장을 떠났고 더민주 의원들은 김 의원에게 "천천히, 천천히!"라고 주문했다.
김 의원은 평소보다 느린 어조로 A4 용지 15장짜리 '국가 대테러활동 지침'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등 '시간 끌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앞서 사회를 보던 정의화 국회의장은 눈을 감고 앉아 김 의원의 발언내용을 듣고 있다가 전날 오후 8시쯤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교대했다.
이후 이 부의장이 "4시간 하셨는데 목이 괜찮겠느냐. 다른 의원에게 넘겨도 괜찮을 것 같은데"라고 제안했지만, 김 의원은 "조금 더 하겠다"며 발언을 이어갔다.
세 번째 주자인 은 의원의 경우 오전 6시25분경 테러방지법과 무관한 복지 사각지대 관련 발언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이에 홍철호 새누리당 의원이 강력하게 항의, 당시 사회를 보던 정갑윤 부의장이 국회법 제 102조에 따라 의제 관련 내용만 발언할 것을 지시하라고 명하기도 했다.
이춘석 더민주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 간담회에서 "여당이 직권상정을 한다고 해도 반영해주기로 약속한 부분이 있는데 제출된 법안을 보니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조항은 ▲대테러센터장에 국정원장 임명금지 ▲여야 합의로 상설감독관 설치 ▲국정원 정보수집활동의 국회보고 등 3가지다.
더민주는 하루에 5명씩 조를 편성해 24시간 쉬지 않고 토론을 이어가기로 했으며 은 의원 이후 박원석 정의당 의원, 유승희 최민희 강기정 김경협 의원 등이 후발 토론 주자로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새누리당은 테러방지법의 국회 통과는 시간 문제일 뿐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에 출연해 필리버스터는 국회법에 따른 절차로서 제재할 방안은 없다며 "3월10일까지 (2월 임시국회) 회기가 계속되는 동안 필리버스터를 하면 다음 회기에 바로 (법안이) 상정돼 처리하기 때문에 우리는 기다릴 수밖에 없다"면서도 "시간의 문제지 처리되는 건 틀림없다"고 못박았다.
이 의원은 국정원에 감청권과 계좌추적권을 부여하는 법안 내용과 관련 "전화감청은 현재 국정원에서도 간첩을 잡을 때 하고 있다"며 "그것을 테러 관련 인물에 대해서도 하도록 법을 정해달라는 것이다.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아서 하는 것은 똑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계좌추적에 대해서도 대상자의 폭이 감청과 마찬가지로 테러 관련 인물로 한정된다고 밝혔으며, 대테러 기구와 정보기관이 이원화될 경우 외국 정보기관과 공조가 어렵다는 입장도 견지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