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해병대 병사가 지난해 6월 선임들의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뛰어내린 사건과 관련해 해당 사실을 알고서도 ‘쉬쉬’한 헌병대장에게 죄가 없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해병대사령부 보통군사법원은 병사 한 명이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뛰어내린 사건에 대해 축소 및 은폐한 혐의(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등)로 기소된 해병대 2사단 헌병대장 변모 중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변 중령은 지난해 5월 A 일병(21)이 부대 전입 직후 '군기가 빠졌다'는 이유로 선임병들로부터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린 사실을 파악하고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들을) 입건하지 말고 징계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그해 6월 A 일병이 생활관 3층에서 투신했다는 보고를 받고도 관련 보고서에 '존안'(군에서 상급부대에 보고하지 말라는 의미로 통용되는 말)이라고 표시해 상급부대에 보고하지 않았으며, 투신 사실이 언론에 보도될 때까지 추가적인 수사지휘도 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도 추가로 받았다.
법원은 변 중령의 이러한 행위들이 처벌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무죄 판결 이유에 대해 “(구타 사건 가해자를 입건하지 않도록 지시한 것은) 실제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만큼 입건을 통해 형사처벌하기보다는 징계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변 중령이 A 일병의 투신을 보고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서는 "사단 내 사고가 빈발해 부대 이미지가 실추될 것을 우려했고, A 일병이 사망할 개연성이 적어 사건이 가볍다고 생각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변 중령의 행위를 직무유기로 볼 수 없다"고 전했다.
A 일병은 생활관 3층에서 7m 아래로 뛰어내린 것에 대해 변 중령은 "7m는 사람이 죽을 수 있는 높이가 아니어서 자살 시도로 보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이를 무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다만 법원은 변 중령이 상부에 투신을 보고하지 않은 것은 내부 규정에 어긋나 징계 대상으로 논의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군 검찰은 고등군사법원에 항소했다.
A 일병 가족은 "인권보다 부대 이미지 실추를 더 우려해 조사도 안 해보고 사건이 가볍다고 판단하는 등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헌병대장이 무죄 판결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군이 가혹행위를 뿌리 뽑을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반발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