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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석3조' 야당 의원들, 필리버스터로 선거운동

2016-02-24 18:12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겠다고 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시작한 무제한 토론, 즉 필리버스터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첫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5시간32분의 기록을 세우고 내려왔다. 1964년 4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세운 최장시간 발언 기록인 5시간19분을 조금 넘긴 기록이다. 그러자 다음 더민주의 은수미 의원이 그 두배에 달하는 10시간18분을 기록했다. 주제와 상관없는 넋두리 같은 연설도 이어졌다. 그러자 본회의장에선 삿대질에 고성이 오고갔다. 10시간 돌파해 최장기간 기록을 깬 여성 의원은 내려와서 눈물을 흘렸다. 
 
지난 1973년 폐지됐다가 2012년 국회선진화법이 입법되면서 43년만에 부활한 필리버스터가 국가안보를 위해 제정하려는 테러방지법 저지에 활용되고 있다. 대표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에 권한을 주지 않겠다는 이유에서다. 

개정 국회법 106조2항은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해 재적의원 3분의 1(현재 재적 의원 293명 기준 98명) 이상이 무제한 토론을 요구하는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하면 의장은 해당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필리버스터 주자들이 경쟁하듯 기록시간을 늘려가자 야당의원들끼리 SNS에서 “기록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는 호소의 글도 올라왔다. 양산에 있는 문재인 대표는 SNS에서 “대단하다. 힘내라”라고 응원하며 부추겼다. 

이를 지켜보던 한 여당 의원은 SNS에서 “참으로 한심한 국회와 무기력한 제 자신에게 욕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광우병 때가 생각난다. 일어나지 않을 일을 미리 예단해 선전선동하는 모습들이 씁쓸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처리를 막기 위한 야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사실 자체가 틀렸다. 지금 야당 의원들은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일반인에 대한 무제한 감청을 할 수 있다고 선전한다. 또 국가 대테러활동지침이 있어서 충분한데 왜 국정원이 주도하는 테러방지법을 만들자고 하냐는 것이 요지이다.

그런데 이들이 말하는 국가 대테러활동지침은 대통령령으로 지정돼 있는 공무원들의 행동 수칙일 뿐이다. 이를 마치 민간인에 대한 활동제약인 것처럼 오해의 소지를 만들고 있다. 게다가 현행법으로는 테러를 예비 음모하는 세력에 대해 기껏 추방 정도밖에 제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모르거나 외면한 행태이다. 그것도 출입국관리법을 통해서라고 하니 한심한 수준인데도 딴소리를 한다.

지난 1973년 폐지됐다가 2012년 국회선진화법이 입법되면서 43년만에 부활한 필리버스터가 국가안보를 위해 제정하려는 테러방지법 저지에 활용되고 있다. 대표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에 권한을 주지 않겠다는 이유에서다./사진=미디어펜



야당 의원들이 기껏 부활한 필리버스터를 선거용으로 전락시켰으니 수준 낮은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까발려준 셈이다. 

필리버스터가 일단 시작됐으니 자정을 넘겨도 본회의처럼 차수를 변경할 필요없이 ‘종결 선포’ 전까지 토론을 이어갈 수 있다. 야당 의원들은 필리버스터를 2월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3월10일까지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금 야당 의원들이 ‘민의의 전당’에서 벌이고 있는 필리버스터의 목적은 테러방지법 저지이다. 야당 의원들은 “이 법이 통과되면 국정원이 무차별적 정보수집권을 갖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야말로 허위선전이다.  

이들은 “테러방지법을 만들지 않아도 충분히 테러를 막을 수 있다”며 “국정원의 통신감청과 계좌추적을 막아서 국민탄압을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으로는 IS에 가입하려고 하거나, 가입하기 위해 논의하거나, 폭발물 제조를 논의해도 처벌할 방법이 없다. 이를 처벌하는 조항을 만들자는 것이 테러방지법이다. 실제로 지난해 1월 10대 김모군이 IS에 가담한 일이 있었고, 이어 올해 1월에도 20대 여성을 포함한 우리 국민 두명이 추가로 IS 가담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준 일도 있다.

게다가 이번 테러방지법이 국민을 탄압한다는 야당의 주장도 틀렸다. 현행 국정원에 대한 테러 관련 정보수집은 국정원법 제3조로 이미 보장돼 있다. 대공, 대정부, 방첩, 테러, 국제범죄 5가지에 대해서는 정보수집이 가능하다. 국정원이 일반인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려고 해도 법원에서 영장 발부 자체가 안되는 것이다. 

간과해선 안될 것은 우리나라도 분명 테러 위험국가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파리테러 이후 세계에서 48개국에서 480여건의 테러가 일어났다. 많게는 하루에 5건, 2700명 정도 목숨을 잃었으니 하루 평균 25~26명이 매일 목숨을 잃고 있다. 우리나라도 IS에서 지정한 테러 대상국이며, IS가 우리를 상대로 테러전쟁선포도 했다. 또한 개성공단 폐쇄 이후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정찰총국에 대남테러 사이버테러 역량강화를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이에 대한 대비에 총력을 기울일 때이다. 

당초 필리버스터는 국회에서 소수파 의원들이 다수파의 독주를 막는 등 필요에 따라 합법적인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 의사진행을 고의로 방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장시간 연설, 각종 동의안과 수정안의 연속적 제의 등이 해당된다.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필리버스터는 196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했다. 박정희 정부가 일본정부로부터 1억3000만달러를 수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자유민주당 김준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상정을 막기 위해 현장에서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연설한 것이다. 최장 기록은 1969년 박한상 신민당 의원이 3선 개헌을 막기 위해 10시간15분 발언한 적이 있다. 필리버스터는 재적의원의 5분의 3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중단시킬 수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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