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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진보교육감 짬짜미 '으리으리' 인사

2016-02-26 11:19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의리를 철저히 지킨다. 남의 것을 빼앗아서라도 우리 식구들에게 나눠준다. 때로는 사회의 비난을 감수하는 철면피는 물론, 법을 어길 각오도 한다. 조직을 위해서니 어떤 행위도 용서된다. 흡사 영화에나 나올 법한 조직폭력배들의 철칙 같다.

그런데 이 법도 도덕도 없는 의리 이야기는 조폭 얘기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버젓이 '선생' 행세를 하는 조직과 민주와 진보를 입에 달고 사는 선출직 공무원 사이에 지킨 의리에 대한 이야기다.
각 시·도교육청 3월 1일자 인사가 발표됐다. 매번 편향·보은 인사가 도마에 올랐으니 이번에야말로 겉으로나마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랐다면 당신은 아직 조직의 진한 '으리'를 맛보지 못하고 팍팍한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온 불쌍한 중생일 뿐이다. '으리'는 남들이 비난한다고 해서 그렇게 쉽게 저버리는 것이 아니다.

이 '으리으리' 인사 이야기를 하려니 한두 건이 아니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건지 혼란스럽다. 그래도 우리나라 교육의 중심이라는 서울시교육청부터 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대다수 언론이 사실의 일부만을 이용해 만든 궁색한 해명을 그대로 받아쓰고 편들어줬으니 매번 서울부터 언급한다고 억울할 건 없겠다.
 
서울시교육청은 전교조 핵심인사인 모 교사를 연구관으로 2단계 승진시켰다. 그는 전교조 학교혁신특위 집행위원장과 혁신학교 평가위원을 동시에 맡아 '셀프' 평가를 주도하면서 정상적인 평가를 무산시키고 혁신학교 재지정 취소를 막아냈다. 서울형 혁신학교 확대의 일등공신이다. 그는 조 희연 교육감의 ‘혁신미래교육추진단’에 이름을 올린 13명의 현직 교사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서울시교육청은 전교조 핵심인사인 모 교사를 연구관으로 2단계 승진시켰다. 그는 전교조 학교혁신특위 집행위원장과 혁신학교 평가위원을 동시에 맡아 '셀프' 평가를 주도하면서 정상적인 평가를 무산시키고 혁신학교 재지정 취소를 막아냈다. 서울형 혁신학교 확대의 일등공신이다. 그는 조 희연 교육감의 '혁신미래교육추진단'에 이름을 올린 13명의 현직 교사 중 한 명이기도 하다./사진=연합뉴스


시교육청의 해명은 '승진'이 아니라 '전직'이라는 것과 교육공무원법 '별표1'에 따라 박사학위 소지자는 관급 전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말은 그자체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실상 말장난에 불과한 해명이다.
 
관급 전문직원은 통상 교장과 상호 전직을 하는 자리다. 평교사를 교감도 거치지 않고 교장과 동급의 직위에 보임한 것은 우리 사회의 상식으로는 전승의 일등공신에 대한 '2계급 특진'의 모양새지 단순한 전직이 아니다.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해명도 마찬가지다. 교육공무원법 별표는 분명히 박사학위 소지자를 관급 전문직원의 자격기준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의 2016학년도 '중등학교 교원 및 교육전문직원 인사관리원칙'은 자격 요건을 두 가지로 규정하고 있는데 하나는 '승진순위 해당자'이며 '다른 하나는 '교장 또는 교감 근무경력 2년 이상인 자'다. 해당 교사는 두 요건 중 어느 하나도 만족하지 않는다.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해명하면서도 규정의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 자체가 없다는 것이 시교육청의 해명이 얼마나 궁색한지 드러낸다. 스스로 만든 인사관리원칙을 위반했으니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물론 이 부분을 짚어 물어본다면 하위규정보다 상위법이 우선이라는 식의 논리를 내세울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논리대로라면 상위법보다 그 범위를 좁혀놓은 시․도교육청의 현행규정은 아무 쓸모가 없게 된다. 상위법대로만 하면 규정은 무시해도 된다는 말은 지방자치를 포기하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갈 길이 머니 이쯤 해두자. 광주시교육청 얘기를 하면 더 가관이다. 정말 '으리으리'한 더블 으리를 달성한 인사를 보여줬다. 사립학교 교원 특채 과정에서 전교조 교사를 합격시키기 위해 점수를 조작하는 비리를 저질러 검찰 기소와 함께 징계를 받은 교육연구원 교수부장을 학생해양수련원장으로 영전시켰다. 아무리 같은 직급이라 승진은 아니라고 하나 이는 변명이 될 수 없다. 당연히 일개 교수부장보다는 기관장이 영전하는 자리다. 조직원을 챙겨주는 의리를 지키기 위한 범죄는 용서되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치하해야 할 일인 모양이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 같지 않은가? 조직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고 처벌을 받은 자를 조직에서 챙겨주고 좋은 자리를 주는 모습. 어디서 많이 나오는 장면인지는 우리나라 성인 국민이라면 다 알 법하니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현재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이 회장으로 있는 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장을 교육국장으로 임명한 인사도 두 번 의리를 지킨 사례다. 현재는 이미 관급에 임명되어 규정에 어긋나거 편법으로 시행한 인사는 아니지만 교감, 교장 경력이 전무한 평교사 출신을 교육청의 요직인 교육국장에 임명한 것은 부적절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2011년 관급에 임명될 당시 선거의 일등공신으로 서울의 사례처럼 평교사에서 2계급 올라가 당시에도 논란이 된 바 있다.
 
두 번 논란을 일으키며 교육감이 챙겨준 일은 강원에도 있다. 민병희 도교육감의 비서실장 역시 2012년 평교사에서 2단계 파격 승진하며 논란의 대상이 된 인사다. 그는 특히 논란 끝에 도의회에서 학교 복귀를 요구하자 사직서를 내고 의원면직한 이후 다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교육감 비서실장으로 들어온 이력이 있다. 단순히 보통의 우수한 연구관이 진로교육연구원장에 임명된 것이 아니다.
 
이 외에도 충북과 경기도 파견교사 신분의 교육감 비서나 보좌관을 공모교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공모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도교육청은 주장하지만, 교육감의 핵심 측근이 공모에 응했는데 누가 경쟁적으로 공모에 응하겠는가? 애초에 정상적인 공모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게 교육감들이 애써 의리를 지킨 인사들이 모두 교육감 선거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어떤 조직의 핵심인사들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고 보니 진보교육감들의 의리는 인사에 그치지 않았다. 법원은 이 조직이 법상 노조가 아니라고 판결했지만 소위 진보교육감 진영의 9개 시․도교육청은 이들에 대한 후속 조치를 거부하고 있다. 특히 이 조직의 간부 출신이 교육감으로 있는 6개 시․도교육청은 사무실 등 재정적인 지원 중단도 이행하고 있지 않다. 하긴 법원 판결 자체도 결국은 교원노조법보다는 선거 불법 개입, 국가보안법 위반 등을 행한 조직의 행동대원 9명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로 한 선택의 결과였다.
 
불법을 공공연히 감행하면서 지키는 이들의 진한 의리는 조폭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감동을 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교단에서 아이들에게 민주시민의식을 가르치기를 바라는 국민의 눈살은 찌푸려질 수밖에 없다./박남규 교육전문가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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