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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불확실성 제거…박근혜정부, 미래 낙관 까닭은?

2016-02-28 09:39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박근혜 정부가 집권4년차에 접어들었다. 2013년 2월 25일 박근혜 정부는 ‘국민 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비전으로 출발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4대 부분 구조개혁(공공, 노동, 금융, 교육)에 대해서는 개혁과제 설정부터 그 효과까지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한, IMF외환위기가 불러온 김대중 정부의 4대 개혁과도 강도와 효과에서 비교되고 있다. 그러나 4대 구조개혁은 개혁과제로 설정하기에는 우선순위가 잘못되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한 법안 통과 과정에서 보여준 국회와의 갈등은 박 정부의 한계로 지적된다. 정권 개혁과제가 임기 초중반에 주로 달성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4대 개혁과제는 박근혜 정부의 의지와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바른사회는 지난 24일 정부 4대 개혁과제에 대한 종합평가와 향후 과제를 진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바른사회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4일 개최한 ‘박근혜정부 4대개혁 평가와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민주화 여파와 저성장 국면은 구조개혁을 통해 반전을 시도해야 한다”며 “성장, 재산권, 법치 등 우파적 핵심가치의 불씨를 다시 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통진당 해산, 개성공단 전면 중단 등의 사례를 들어 “박근혜 정부의 미래를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경제인프라라 할 수 있는 이념 문제에서 분명한 선을 그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아래 글은 조동근 교수의 발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박근혜 정부 중간평가: 총론 및 공공부문개혁
- 경제민주화와 저성장, 구조개혁으로 반전 시도해야 -

1. “성장, 재산권, 법치” 우파적 핵심가치 빠진 취임사 

오는 25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지 3년 되는 날이다. 이 글의 목적은 임기 4년차를 맞이하는 박근혜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중간평가를 하는 데 있다. 이 글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사로부터 출발한다. 취임사는 대통령의 임기 시작을 국민에게 알리는 통과 의례적 인사가 아니다. 취임사에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정철학과 국민에 대한 정책약속이 청사진으로 그려져 있다. 취임사에 대한 복기(復棋) 이상의 중간평가 소재는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행복을 21번, 희망을 10번, 신뢰를 8번, 창조경제를 8번, 경제민주화를 2번” 언급했다.1) 그 외 ‘공동’은 3번2), ‘공정’은 3번3), ‘복지’는 2번4), ‘인재’는 4번 언급됐다. 하지만 “성장, 번영, 법치, 재산권”은 놀랍게도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언급되지 않은 이들 어휘는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본 골간을 이루는 핵심개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해 깊이 천착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진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이 선(善)순환하는 새로운 시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국민행복은 박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줄곧 내세운 정치구호였다. 하지만 행복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지극히 추상적인 개념이며 주관적인 가치다. 사람마다 가치관과 인생관이 다른 만큼 행복은 일률적으로 규정할 수 없다. 국정 비전으로서의 국민행복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전환되는 것에 대해 적지 않은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행복이 주관적인 가치이기는 하지만 모든 국민이 행복해지는 교집합은 분명 찾을 수 있다. 어떤 경제적 혹은 도덕적 선호체계에서도 그 첫째 조건은 경제의 ‘충분한 성장’이다. 경제성장은 국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소득을 높이며 그들이 속한 가정에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경제성장은 국민 행복의 원천이며 국가경영의 기본목표이며 어찌 보면 유일하게 ‘측정 가능한’ 관리지표이기도 하다.   
 
경제성장은 ‘정치 구호’로 이룩되지는 않는다. 경제성장은 경제주체의 경제활동의 총화가 커질 때 비로소 포착된다. “법치, 재산권” 같은 우파적이고 시장친화적인 가치가 충분히 존중될 때 경제는 성장하게 된다. 경제는 ‘심리와 흐름 그리고 유인’으로 압축된다. 이는 결국 경제주체의 ‘경제하려는 의지’(the will to economize)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잘 뒷받침해주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하지만 취임사에는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수레’(vehicle)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부흥(경제성장)을 위해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그리고 ‘새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는 이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5)에 맞춰 창조경제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져야”한다고 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를 통해 경제부흥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정합적이지 않다. 또한 미래창조과학부라는 행정부서를 통해 ‘창조경제’를 선도하겠다는 주장도 과거 회귀적이다. 끝으로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언명은 참으로 비논리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파 진영의 대통령이다. ‘진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보수 가치를 견지하는 대통령이다. 그럼에도 취임사에는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철학과 신념 그리고 우파적 가치에 충실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전략적 사고가 결여되어 있다. 출범 당시 경제적 측면에서 국정은 그만큼 표류할 개연성이 높았다. 

2. 예견된 저성장, 3년 평균성장률 2.93%

(1) 저성장의 근저요인 

경제가 성장하면 일반적으로 성장률은 낮아진다. 분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속도이다. 【표 1】은 역대 정부별 실질경제성장률 및 실질투자증가율 추이를 표시한 것이다. 김영삼 정부의 평균 경제성장률 7.82%는 이명박 정부 들어 3.20%로 낮아졌다. 불과 15년 만의 일이다. 최근 10년간(‘06~‘15) 경제성장률은 3.55%로 김영삼 정부 대비 반(半)토막이 났다. ‘경제민주화’ 담론이 정치권을 강타한 2011~2013년으로 기간을 좁혀보면 성장률은 3.0%로 급전직하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성장률은 더 떨어졌다. 3년간(2013~2015) 경제성장률 평균은 2.93%로, ‘3.0%’이하로 떨어졌다.
  

표 1. 역대 정부별 실질경제성장률 및 실질투자증가율 추이 (단위: %). /자료: 한국은행 DB



박근혜정부 들어 평균성장률이 3.0% 이하로 내려갔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근래의 저(低)성장은 대외경제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거나 또는 경기 순환적으로 잠시 저성장국면에 빠진 것이 아니라, 정책 실기(失機) 내지 정책인식이 잘못됐기 때문에 빚어진 ‘구조적 저성장’이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국민행복론의 추상에 탐닉되고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의 도식적 사고에 젖은 것도 저성장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시계열적으로 저성장을 가져온 요인은 투자 증가율 감소이다. 최근 10년간 투자(총고정자본형성) 증가율은 2.40%에 지나지 않는다. 투자증가율을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로 나누어보면, 각각 4.72%, 0.25%이다. 경제민주화 기간으로 좁혀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불과 1.1%에 지나지 않는다. 건설투자는 마이너스 0.2%이다. 

【그림 1】에서 보듯이 경제성장률은 설비투자와 정확하게 동행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로 경제부흥을 꾀하겠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이들 조치로 설비투자가 증가해야 한다. 하지만 설비투자 증가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규제완화 등을 통해 투자하기 좋은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주고 ‘기업가정신’이 살아나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느 것 하나 녹녹치 않았다.  

그림 1. 설비투자증가율과 실질성장률 추이. 주: 실질성장률은 좌축에 표시.



(2) ‘불평등 대 빈곤’: 정책초점 상실

불평등과 빈곤은 사회적 안정을 위해 마땅히 완화돼야 한다. 그러려면 이들 문제를 냉철하게 성찰해야 한다. 상식논리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그림 2】는 소득분포를 나타낸 것이다. 정책적 관심은 어디에 두어져야 하는가? A(평균 소득) 또는 B(빈곤층)에 정책 관심이 두어지는 것이 맞다. 하지만 최근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폭되면서6) 일반대중은 물론 정책입안자의 관심도 C(부유층)에 쏠리고 있다.  
 

그림 2. 소득분포



왜 ‘C’가 문제인가? C로 B가 고통 받아서인가 아니면 C 때문에 B의 빈곤탈출이 여의치 못해서인가? GDP는 생산개념으로 새로이 더해지는 ‘부가가치’의 합이기 때문에 고정된 그 무엇을 나누는 것이 아니다. 다른 계층의 희생 없이 전체 계층의 절대적 가용소득의 크기가 증가할 수 있다. 경제가 성장해 파이가 커지면 ‘정합게임’(positive-sum game)이 가능하다. 하지만 점유율에 초점을 두면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 된다. 누구의 점유율이 줄어야 다른 누군가의 점유율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C로 인해 B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앞집의 김서방이 성공하면 뒷집의 박서방은 반드시 실패해야 한다.7) C와 B가 ‘독립’이라면, 정책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빈곤층’ B여야 한다. 또한 구성원의 ‘소득분포 구조’ 자체가 정책목표가 될 수 없다. 소득분포 구조가 정책목표가 되려면 ‘적정 불평등’을 사전에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분배 문제의 본질은 ‘불평등이 아닌 불공정’이며, 불공정을 시정하려면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 

좌파 경제학자들은 지나친 소득집중은 ‘금권정치’(plutocracy)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대추구(地代追求)가 부를 축적하기 위해 정치를 이용하는 것이라면, 금권정치는 축적된 부를 이용해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타인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는 면에서 해악이 더 크다. 하지만 경계는 여기까지다. C가 금권정치를 낳는 충분조건일 수는 없다. 그 같은 편견에 충실하면 체격이 큰 사람은 폭력을 휘두르게 돼있다. 그렇게 믿는다면 그만한 억측도 없다. 

좌파의 주술(呪術)일 뿐이다. 우리 현실은 금권정치 보다 포퓰리즘정치를 더 우려해야 한다. 포퓰리즘 정치 하에서는 “대중이 반길만한, 그래서 보다 더 큰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 ‘사회적 의제’가 될 소지가 크다. 그렇다면 ‘B를 포함한 C이외의 사람들이’ 연대해 충분히 C를 옥조일 수 있다. 아니면 B가 정치인에게 C를 규제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골목상권보호도 본질적으로는 같은 논리이다.  

【그림 3】과 같이 경제가 성장해 평균소득이 A에서 A’으로 이동하면, 과거의 빈곤층은 ‘절대적 기준’에서 빈곤에서 벗어난다. 빈곤을 절대적으로 접근하면 빈곤은 떨칠 수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빈곤을 정의하면 ‘상대적 빈곤’은 영원히 떨칠 수 없다. 결코 떨칠 수 없는 문제라면, 이는 인간의 숙명이다. 그렇다면 ‘문제’ 자체가 잘못 정의된 것이다. 삶의 질과 후생을 상대적으로 평가하면 공존은 불가능하다. 남보다 상대적으로 앞서야 하기 때문이다. 

그림 3.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분포 곡선의 이동


 
빈곤과 불평등 중에 무엇이 더 해로운가? 우리는 불평등 보다 절대적 빈곤에 더 정책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다보면 결과적으로 불평등이 줄어든다. 하지만 역으로 불평등을 문제 삼는다고 빈곤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 3년 평균성장률이 3.0%가 안 된다는 것은, A에서 A’으로 이동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것을 의미한다.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경제가 3.0% 이하의 속도로 성장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성장판(成長版)이 닫힐 만큼 충분히 성정한 경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3) ‘근원적 오류’로서의 경제민주화 

‘저성장의 구조화’라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지 못한 연원은 분명하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하고서 1년 이상 경제민주화에 취해 있었다. 인기영합에 따른 ‘경제의 정치화’, 즉 경제민주화가 근원적 오류(mother fallacy)였다. 대중과 정치인은 ‘광범위한 이익’ 대신 ‘집중된 손실’에 이끌린다. 아주 공평한 사람들조차 공급증가와 새로운 발견으로 인해 광범위하게 퍼진 이익보다 집중된 손실을 더 잘 본다. 집중된 손실은 이해관계자의 ‘조직화’를 가져와 각종 ‘구제 법안’으로 구체화된다.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해 거간꾼의 역할을 수행한다. 

【표 2】는 월마트 출점의 효과를 분석한 것이다. 월마트 출점은 저소득층에게 가장 큰 혜택을 가져다주었다. 2004년 기준으로 하위 20% 소득계층의 소비 절약액(감소분)은 553달러로 세전소득($9,168)의 6%에 해당한다. 최상위 20% 소득계층의 절약액은 2,595달러로 세전소득($132,158) 대비 2.0%이다. 모든 소비자를 감안하면 절약액은 1,345달러로 세전소득($54,453) 대비 2.5%이다. 월마트는 저소득계층에게 상대적으로 큰 혜택을 가져다주었다. 대형 유통마트 출점으로 소비자는 싼 가격에 좋은 품질의 소비재를 소비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후생증진은 그만큼 개선된다. 대형 마트를 보는 한국과 미국의 눈은 ‘극과 극’이다. 미국은 ‘소비자후생 증진’에 우리는 골목상권 ‘피해’에 방점을 찍었다. 한국에서 누군가 【표 2】와 같은 연구를 수행했다면 그는 ‘공공의 적’으로 간주됐을 것이다.  

표 2. 월마트 입점으로 인한 지출감소효과 추정. /자료출처: (Global Insight, The Economic impact of Wallmart, 2005)



어떤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기술발전이 없듯이 대중기호나 공중도덕의 변화 역시 그것이 좋은 의미의 변화라 하더라도 반드시 어떤 사람에게는 불이익을 초래하게 된다. 누구에게는 ‘순풍’이고 다른 누구에겐 ‘역풍’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 이치이다. 모든 산업이 동시에 확장될 수는 없다. 새로운 산업이 충분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오래된 사업들이 축소되거나 소멸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 타이피스트와 워드프로세서의 관계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고속도로의 하이패스 차선은 검표원을 해고 시킨다. 

그러면 ‘대형마트의 영업규제’는 왜 일어나는 가? <그림-1>로 돌아가 보자. “C(대형마트)로 인해 B(영세상인)가 피해를 본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푼다. 대형마트 영업규제도 이 같은 풍선효과를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대형마트를 누르면 소비자가 재래시장을 선택할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정부가 의도한 대로 지갑을 열지 않는다. 대형 마트와 골목상권은 별개이기에,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을 죽인 것이 아니다. 골목상권 문제의 본질은 ‘밀집과 과밀’이다. 골목상권은 오히려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골목상권을 보호해주겠다는 것은 ‘300명 정원의 배에 500명을 태우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4) 재량적 처분에 의한 시장개입 

대형마트 규제는 ‘경제민주화의 상징적 조치’이다. 대형마트 영업규제 그 자체가 경제에 큰 충격을 가져다준 것은 아니다. 그렇게 여겼다면 이는 과장이다. 하지만 상징성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심장하다. 지난해 11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 휴일을 지정한 지방자치단체의 처분이 적법하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판결 요지는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등 영업규제 처분으로 달성될 수 있는 공익”은 보호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공익이 무엇인지’ 모른다. 사람들은 서로 경합하는 이익을 추구한다. 그들은 규제당국 보다 자신들의 이익에 정통하며 그 이익에 근거해 행동한다. 따라서 비(非)인격적 시장 말고 그 누구도 경합하는 이익의 균형을 잡아 줄 수는 없다. 

결국 공익은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식으로 밖에 정의될 수 없다. 규제가 정당화되려면 누군가 법을 위배해 유통질서를 어지럽혔음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대형마트가 위법을 저질렀다는 정황적 증거는 없다. 그렇다면 재량적 처분으로, 즉 “누군가를 유리하게 하고 다른 누군가를 불리하게 함으로써” 건전한 유통질서를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논리적으로 자가당착이고 어불성설이다. ‘공공성’은 그동안 정치권의 재량적 시장개입을 합리화시키는 방패로 기능해 왔다. 공공성의 개념이 남용되면 그만큼 정치인의 지대추구행위의 여지는 커지게 된다.  

3. 표류해 온 구조개혁

“서산에 해는 지는데 아낙네의 갈 길은 멀다. 머리에는 천근만근 보따리가 올려져있고 등에는 어린 자식이 업혀져 있다. 그런 아낙네의 손을 잡고 걷는 녀석은 힘들다고 칭얼댄다.” 한국경제의 위기 상황을 은유한 것이다. 그 동안의 먹거리는 점차 소진되고 있는데 새로운 먹거리는 오리무중이다. 가계부채는 경기회복을 짓누르고 임계점에 도달한 청년실업은 세대갈등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자체 생존능력을 상실한 채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에 의존하는 좀비기업은 경제 활력을 잠식하고 있다. 

표 3. 제조업 기업경영분석 지표. /자료=기업경영분석(제조업, 전수조사)



【표 3】은 한은 기업경영분석에 기초해 2009년 이후 우리나라 제조업의 주요 경영성과 지표를 표시한 것이다. 2015년 자료는 아직 가용하지 않다. 【표 3】에서 보듯 박근혜정부 들어 제조업의 경영성과가 나아지지 않았다. 구조개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최근 들어 급감하고 있다. 저금리로 금융비용부담률은 낮아지고 있지만 이자보상비율은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그만큼 기업의 수익성이 하락했다는 방증이다. 

최근의 제조업 저투자를 반영해 유형자산증가율도 크게 낮아지고 있다. 근래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실현한 2010년의 유형자산증가율이 11.2%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2014년에는 3.2%로 1/3 토막으로 격감했다. 2014년 제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마이너스 1.59%’이다. 이는 1961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초유의 현상이다. 금융비용 부담률은 감소하였지만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은 증가했다. 2014년에 매출액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함에도 불구하고,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은 9.9%를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경제가 ‘고비용구조’로 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2014년 평균 이자보상비율은 400%이지만 한계기업으로 내려가면 이자보상비율을 크게 낮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6.30일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 의하면 2014년말 2만1700여개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3년 연속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에 못 미치는(이자보상비율이 ‘1’ 이하) 기업이 3295개로 밝혀졌다.(【그림 4】 참조) 이는 총 외감기업의 15.2%로, 2009년말 12.8%(2698개)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리가 조금만 오르면 기업의 부실은 더 깊어지게 된다.

그림 4. 한계기업(이자보상비율이 3년 이상 100% 이하인 기업) 수 추이. /자료=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2015년 6월 기준)



부실징후는 중소기업의 정기신용위험 평가결과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2015년 정기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에서 C등급과 D등급의 부실징후기업으로 분류돼 구조조정 수술대에 오른 기업은 각각 70곳과 105곳으로 모두 175곳이다. 2013년 112곳, 2014년 125곳에 이어 증가세가 이어진 가운데 올해는 175곳으로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특히 최저등급인 D등급이 2014년(71곳)보다 34곳이나 늘어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C등급과 D등급은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각각 '있다'와 '없다'로 판단된 곳이다. 

구조개혁의 표류로 경쟁력을 갖지 못한 좀비 기업이 늘어났다. 좀비기업은 생산성이 낮아 다른 기업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죽은 기업이지만, 금융 및 정책지원을 받아 연명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too big to fail’로 대변되는 ‘대마불사’가 재벌의 생존논리였다면, 좀비기업은 ‘too many to fail’을 자기방어 수단으로 삼고 있다. 고용유지의 관성에 이끌려 좀비기업을 끝까지 끌고 갈수는 없다. 좀비기업들이 움켜지고 있는 자원을 방출하지 않으면 경제의 신진대사는 원활할 수 없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 모색되고 신산업이 만들어지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인과관계 도치이거나 희망 섞인 가정법에 지나지 않는다. ‘신산업이 만들어진다’는 가정은 내가 새라면 너에게 날아갈 텐 데와 다를 바 없다.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견할 수 있다. 힘겹고 지나한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반전(反轉)을 기할 수 없다.
 
4. 임기 3년차에 발표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박근혜 정부는 임기 3년차에 ‘경제혁신 3개년계획’을 발표했다. 왜 굳이 3개년계획인가? 임기 말까지 가용시간이 3년 남았기 때문이다. 만약 4년이 남았다면 혁신 4개년계획이 되었을 것이다. 혁신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경제혁신 3개년계획’은 과거 개발년대를 떠올리게 한다. 그만큼 구시대적 발상이다. 

임기 3년차가 ‘경제혁신’을 꾀하기에 또는 시도하기에 좋은 시점인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3년차에 들어오면서 겨우 ‘경제민주화와 국민행복’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임기 3년차에 겨우 혁신을 의제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만시지탄이지만 그래도 ‘경제혁신 2개년계획’보단 낫다.  

하지만 경제혁신 3개년계획은 참신성과는 거리가 멀다. 경제혁신 3개년계획은 ‘4대 부문 개혁’으로 압축된다. “공공, 노동, 금융, 교육개혁”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개혁을 접근해서는 실효적이지 못하다. 기능적 분업은 본질을 놓칠 수 있다. 그리고 전선(戰線)을 지나치게 넓히는 것도 현명한 정책접근이 아니다. 국가는 공공부터 금융, 노동, 교육에 이르기까지 현실을 개조할 만큼 전지(全知)하지도 전능(全能)하지도 않다. 한 부문의 개혁에 공을 들이고, 성공한 개혁이 다른 개혁을 이끌도록 해야 한다. 다시 말해 개혁이 또 다른 개혁을 자생적으로 가져오게끔 해야 한다. 개혁의 ‘모서리 돌’(corner stone)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정부문을 개혁할 것이 아니라 개혁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혁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유주의에 기초하고 시장에 의해 추동되는” 인프라 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고 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을 제어하고 정부부문의 팽창을 막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노동시장이 유연해지고 정부의 개입이 제어되어 민간의 창의가 살려진다면 금융개혁은 시장에 의해 추동될 수 있다. 교육개혁도 마찬가지다. 개혁 메뉴가 많아질수록 개혁피로가 쌓이게 된다.

박근혜정부가 가장 ‘공감’을 불러일으킨 개혁메뉴는 ‘노동개혁’이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한국경제의 질곡(桎梏)이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풀지 못하면 한국경제는 한 치도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노동개혁은 출발은 좋았지만, 들인 공에 비하면 결과는 빈손이다. 결정적 패착은 ‘노사정위원회’에 의지해 노동문제를 풀려한 것이다. 

5. 지록위마(指鹿爲馬) 연상케 하는 노사정 대타협 
 
박근혜 대통령은 2015. 9. 13에 이루어진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 노사정 대타협을 크게 치하했다. 하지만 노사정 대타협은 사자성어 ‘지록위마’(指鹿爲馬)를 연상시킨다.8) 노사정 합의는 소위 ‘agree to disagree’로 집약된다.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에 동의한다”는 것으로 결코 ‘가시적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다. 핵심 쟁점인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에 대해서, 노사 간 충분한 협의를 거쳐 추진하기로 합의함으로써 결론을 내지 못했다. 임금피크제 역시 정부가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는 내용을 담았을 뿐이다.

노동시장 개혁에 성공한 나라들의 공통점은 ‘이해관계자들로 하여금 손을 떼게’ 한 것이다. 독일의 ‘하르츠 위원회’는 이해관계자들을 배제하고 15명의 ‘전문가’로만 구성했다. 2002년 2월 22일 위원회가 구성되고 불과 10개월 만에 입법화가 이루어져 2003년 1월 1일 첫 번째 하르츠개혁이 시행되었다. 최근 영국 캐머런의 보수당 정권도 노동개혁을 노사정 타협에 의존하지 않고 ‘경제, 혁신, 노동’을 통합해 경제장관(business secretary)이 책임지고 주도하도록 했다.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성과’급이 아닌 ‘연공’급이기 때문에, 정년을 연장하려면 임금체계를 동시에 바꿔야 한다. 정년연장은 임금피크제와 ‘같은 테이블’ 위에 올려 졌어야 한다.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는 ‘등가교환’이기 때문에 임금피크제에 따른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은 정책의 조합을 달리했으면 노사정 아젠더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한국 노동시장에서 시급한 것은 ‘취업규칙 변경’이나 ‘일반해고 요건’의 문제가 아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파업 시 노조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돼있다.9) 노동문제의 본질은 ‘조직할 수 있는 10%의 노동자’가 ‘조직할 수 없는 90% 노동자’의 이익을 침탈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인 것이다. 소득불균형 심화를 말하고 있지만 그 같은 불균형은 노동시장의 2중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노노의 문제’인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과제는 “정부의 몸집을 줄이고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며 노조의 배타적 권한을 제어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 바탕 위에서 구조개편을 시도한다면 우리 경제는 체질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6. 공공부문 개혁평가: 공무원연금개혁 

본 정책토론회의 목적은 박근혜 정부의 4대부분 개혁에 대한 각론적 평가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개혁을 총론적인 시각에서 평가하지 않으면 ‘코끼리 장님 만지기’ 식의 부분평가의 나열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제1 발제자가 총론적인 평가를 수행한 것이다. 이하에서는 각론적 접근으로 공적연금 개혁,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10) 

(1) 공무원연금개혁의 당위성

공무원연금개혁은 one point 개혁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개혁의 당위성을 이해 당사자와 국민에게 설득해 공적연금의 ‘기여와 혜택’의 구조(pay off structure)를 공무원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공무원연금의 혜택을 줄이는 것이 개혁인 바, 이해 당사자인 공무원의 극렬한 반대는 당연하다고보 볼 수 있다.

공무원연금은 1960년에 시행됐다. 공무원연금은 의무납입기간 20년 가능납입기간 33년으로 출발했다. 1980년 수령자가 나오기 시작하고 1993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금이 지급됐다. 공무원 연금의 적자가 심해지자 2009년에 연금개혁을 시행했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2015. 5. 29 국회를 통과했으며 2016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11) 개혁의 핵심은 공무원들이 더 내고 덜 받도록 한 것이다.12) 2013년 공무원연금 적자에 2조원의 세금이 지원됐다. 이번 연금개혁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 공무원 기여율과 정부 부담률 인상

종전에는 기준 소득월액의 7%를 부담했으나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해 9%를 부담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2016년 8%, 2017년 8.25%, 2019년 8.75%, 2020년 9%로 단계적으로 기여율과 부담률이 인상된다. 

■ 연금지급률 인하

재직기간 1년당 1.9%의 기준 연금지급률을 2035년까지 단계적으로 인하하여 1.7%로 낮춘다. 구체적으로 2016년 1.878%, 2020년 1.79%, 2025년 1.74%, 2035년 1.7%로 인하된다. 예를 들어 평균소득월액이 320만원 재직연수 30년이면, 지급률 1.7%를 곱해 매월 연금지급액은 1,632,000원(300만원*30년*1.7%)이 된다. 

■ 재분배 요소 반영 

기존에는 소득재분배 요소가 없었으나 개정으로 연금지급률 1.7% 중 1%에 한해 소득재분배 요소를 도입해, 상위 직급의 연금액은 더 많이 줄고, 하위 직급은 두텁게 보장하는 식으로 조정했다. 구체적으로 9급 공무원의 경우 2016년도부터 들어오는 사람들은 현행대로 30년 동안 근무하면 연금으로 137만원에서 134만원을 수령해 2% 감소한다. 7급 공무원은 173만원에서 157만원으로, 5급 공무원은 205만원에서 177만원으로 줄면서 14% 감소한다. 

■ 연금지급개시 연령 연장

종전에는 2009년 이전 임용자는 60세에 지급하고, 2010년 이후 임용자는 65세에 지급하던 연금개시연령을 임용시기 구분 없이 단계적으로 적용해, 개시 연령을 65세로 일치시켰다. 구체적으로 2016년~2021년 퇴직자는 60세 지급, 2022년~2023년 퇴직자는 61세 지급, 2024년~2026년 퇴직자는 62세 지급, 2027년~2029년 퇴직자는 63세 지급, 2030년~2032년 퇴직자는 64세 지급, 2033년 이후 퇴직자는 65세에 지급된다. 그러나 1995년 12월 31일 이전 임용자는 종전규정이 적용되어 예전에 미리 정해진 연도에 도달하면 연금을 지급받는다. 

■ 유족연금지급률 인하

종전에는 2009년 이전 임용자는 70%, 2010년 이후 임용자는 60%여지만 법 개정으로 재직자와 퇴직자 모두 60%를 적용받는다. 단 기존 유족연급수급자는 종전지급률 70%를 적용받는다.

■ 연금액 한시동결

연금수급자의 경우 매년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라 연금액을 조정 지급받았으나, 5년간 동결되어 2016년~2020년까지 연금수급자의 연금액은 동결된다. 

■ 기준소득월액 상한 하향조정

종전 전체 공무원 기준소득월액 평균액 1.8배를 1.6배로 하향조정했다. 따라서 소득이 높은 공무원은 기준소득월액 평균액의 1.6배까지만 연금을 들을 수 있다. 

■ 연금지급정지제도 강화

퇴직 후 공무원으로 재임용 시에만 연금지급을 전액 정지했으나, 선거직 및 정부전액출자, 출연기관에 재취업한 고소득자까지도 연금 전액을 지급정지 한다.  연금일시 정지의 영우 종전엔 소득심사 기준 ‘근로자 평균임금월액’을 적용했으나 법 개정으로 소득심시 기준 ‘평균연금월액’이 적용되며 부동산 임대소득도 일부 정지 사유에 포함된다. 

■ 비공무상 장애연금 신설

종전에는 없던 제도로 비공무상 장애로 퇴직할 때 공무상 장애연금의 1/2를 지급한다.

■ 재직기간 상한 연장 등 연금수급요건 완화

종전에는 기여금 납부 및 퇴직급여 산정 재직기간을 최대 33년까지 인정했으나 최대 36년으로 단계적으로 연장된다. 재직기간 21년 미만부터 단계적으로 연장되며, 이미 재직기간이 21년인 자는 33년으로 변동 없으며, 17년 이상 21년 미만은 34년, 15년 이상 17년 미만은 35년, 15년 미만으로 36년으로 연장된다.

또한 종전에는 20년 이상 근무해야 연금수급요건이 성립되었으나, 10년 이상 재직하면 요건이 성립하는 것으로 개정되었다.

■ 최저 생계비 이하 연금 압류 금지 신설

기존에 없던 제도로 연금액 중 월 150만원은 압류가 금지된다.  

■ 공무상 유족연금 친 유족보상금 지급요선 개선

종전에는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퇴직 후 3년 이내 사망했을 때 적용하였으나,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퇴직 후 사망으로 개정하여, 시점을 적용하지 않는다. 

■ 재정절감 기대효과

연금개혁으로 현행 제도에 비교해 70년간 보전금은 497조원 재정부담은 333조원 절감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일정한 가정에 기초해 추산된 것으로 ‘제한된 의미’를 가진다.13) 종전에는 공무원연금의 수익비(연금총액/보험료 총액)가 ‘2.08배’였으나 이번 개혁으로 ‘1.48배’ 수준으로 낮아졌다. 그만큼 국민연금 가입자와의 격차가 줄어들었다. 

(2) 공무원 노조 등 야권의 공무원연금개혁 반대논리

공무원노조와 야권 등의 공무원 연금개혁 반대논리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 국가가 공무원연금 적립금을 유용

국가가 필요할 때 마다 공무원들이 자신의 봉급의 일부들을 모아서 만든 재정건정성이 우수한 기금을 곶감 빼 먹듯이 유용해 왔다는 것이다.14) 사실 관계에 입각해 원상회복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으로 공무원 연금개혁을 중단시킬 수는 없다.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집단이다. 자신의 연금급여를 높이기 위해 그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시켜서는 안 된다.  

공무원연금개혁은 one point 개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개혁을 추진하기 용이하다. 연금개혁 이외의 공공부문 개혁의 미완의 과제는 ‘정부의 몸집’을 줄이는 것이다. 사진은 2015년 상반기 공무원연금개혁에 반대했던 전국공무원노조의 시위 모습./사진=연합뉴스



■ 연금의 정부재정 투입은 당연 

반대론자들은 연금을 정부 재정으로 투입한다고 해서 이것을 적자라고 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기초노령연금’과 비교하고 있다. 기초노령연금은 2014년에 3조원, 2015년에 5조 2000억원을 순수 세금으로 충당했다. 기초노령연금 시행 1년 6개월 만에  8조 2000억의 기금 적자를 봤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은 최소 20년의 납입기간이 있어야만 연금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기초노령연금의 기여적립금은 ‘0원’이며 그저 나이만 먹으면 수혜자격이 충족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연금을 기초노령연금과 비교하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기초노령연금은 연금이란 말이 붙었지만 국가재정으로 지급하는 일종의 ‘노령수당’이다.  

■ 공적연금을 무력화하고 재벌연금을 강화하려는 꼼수

재벌 타령하는 좌파지식인의 상투적인 비판이 아닐 수 없다.15) 비판자의 견해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 공무원연금의 노후보장 성격 약화시키고 공적연금을 축소, 재벌들의 사적연금 시장을 키우고자 함. 보험회사 연금 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무원연금도 깎고 국민연금도 깎으면 되죠. 결국 공적연금을 무력화하고 사적연금, 재벌연금을 강화하려는 속내가 드러난 것입니다.

재벌연금 들라고 공무원 연금의 노후보장성을 약화시킨 것이 아니라, 공무원연금 지급액 부족분을 국민세금으로 메우지 말라고 연금을 개혁한 것이다. 공적연금은 말 그대로 “공적이고 강제적”(public and compulsory)이다. 따라서 평균적 ‘최소 수준’의 노후보장을 하는 것이 맞다. 공적연금 이외에 사적연금을 통해 자신의 노후보장을 두텁게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노후준비는 개인의 몫이며, 공적연금은 기본적인 노후준비를 위해 설계된 것이다. 일반시민들은 민주화만큼이나 재벌타령에 식상해 있다. 

야권 정치인은 공적연금 개혁의 미명하에 공무원연금의 보장성을 낮출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의 보장성을 공무원연금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본에 충실하면 판단은 명료하다. 국민연금은 말 그대로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적이고 강제적”인 연금이다. 하지만 공무원 연금을 국민이 아닌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직역연금’이다. 직역연금과 국민연금이 병존하는 것을 탓할 이유는 없다. 

■ 공무원연금 개혁안 만든 연금학회는 보험업체 이익단체16)

비판론자들은 연금학회가 개혁안의 밑그림을 그린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논거는 참으로 유별나다. 연금학회가 이익단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학회에 ‘기업회원’이 들어가지 못할 이유는 없다. 통상적으로 학회의 연구비는 기업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한국경제학회가 학술대회를 하면 기업이 스폰서가 된다. 그러면 한국경제학회가 이익단체인가?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 한다. 구사하는 언어를 보면 그 사람의 여러 모를 집작할 수 있다. 세상은 아는 만큼만 보게 돼있다. 

7. 공공부문 개혁의 미완의 과제

공무원연금개혁은 one point 개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개혁을 추진하기 용이하다. 연금개혁 이외의 공공부문 개혁의 미완의 과제는 ‘정부의 몸집’을 줄이는 것이다. 【표 4】는 2013년 현재 295개의 정부기관을 정리한 것이다. 공공기관은 2007년 제정된 '공공 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부가 관리 대상으로 지정한 기관을 지칭한다. 민영화라는 거대한 산맥을 넘어야 한다.  

표 4. 정부기관 유형 및 기관수



국가채무는 성격에 따라 융자금 회수, 자산 매각 등으로 자체상환이 가능한 금융성 채무와 조세 등 국민부담으로 상환해야 할 ‘적자성 채무’로 나뉜다. 【표 5】에서 보듯이 2013년에는 적자성 채무의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재정건전성의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표 5. 적자성 채무비중. /자료=기획재정부



8. 에필로그: 낙관적 전망이 가능한 이유

박근혜 대통령은 우파적 가치에 대한 확신과 천착 없이 임기를 시작했다. 취임사에서 “성장, 시장, 재산권, 법치”는 간과되었다. 따라서 경제적 측면에서의 국정 운영이 일관되지 못했다. 인기영합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었다. 집권 후 2년 동안 ‘경제민주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임기 3년차부터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규제완화, 시장중심의 구조조정 등을 주요 국책과제로 선정해 이를 추진했다. 일종의 자유주의 정책에의 회귀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이미 취임사의 행간에 숨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정 책임은 대통령이 지지만 ‘나라의 운명은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사에서 백미에 해당하는 부분을 꼽으라면 바로 국민책임을 언급한 이 대목이다. 국민 행복도 결국 국민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행복추구권 역시 개개인의 자기결정권에 다름 아니다. 선택과 자기책임원리가 그 근저에 흐르고 있다.

대처가 영국병을 치유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확신에 찬 신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1987. 9. 23일 woman’s own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사회는 없다. 사회는 개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남자와 여자 그리고 가족만이 있다. 정부는 사람을 통해서만 일을 한다. 사람들이 먼저 스스로를 도와야 한다”고 했다.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같은 생각을 하는 다수가 아니라, 다르게 생각하는 소수라고 했다. 제대로 방향을 잡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대통령의 신념만큼 소중한 국가 자산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남은 임기를 잘 활용해 성공할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경제가 겹겹이 불확실성으로 뒤덮여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조심스럽게 낙관하는 것은, 경제의 인프라라 할 수 있는 이념 문제에서 분명한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통진당 해산,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그것이다. 

복기하면 개성공단은 순진한(innocent) 발상에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가 더해진 최악의 오판이었다.17) ‘대화’와 ‘대북 지원’은 동전의 앞뒤 면이다. 북한은 대화를 빌미로 핵무장에 성공했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정치적 결정이지만, 이로써 경제에 미치는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과제는 “정부의 몸집을 줄이고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며 노조의 배타적 권한을 제어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 바탕 위에서 구조개편을 시도한다면 우리 경제는 체질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국회의 협조를 받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핵심 메시지를 준비해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국민을 돕는다. 정치지도자가 갖는 ‘신념과 가치관’, 그 것 이상의 국민자산은 없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1) ‘신뢰’는 8번 언급됐지만 반복 언급된 ‘남북 신뢰프로세스’를 제외하면 2번이다. ‘신뢰의 자본’과 ‘역내국가들 간의 신뢰구축’이 그것이다. 

2) ‘공동’은 3번 언급됐다. ‘공동발전’, ‘공동의 이익’, ‘공동과 공유의 삶’ 등 3회다.

3) ‘공정’은 3번 언급됐다. ‘공정한 시장질서’, ‘불공정행위 근절’, ‘공정한 법’ 등 3회다. 

4) ‘복지’는 2번 언급됐다. ‘맞춤형의 복지패러다임’, ‘문화가 있는 복지’ 등 2회다.

5) 취임사에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창조경제는 과학기술과 산업이 융합하고, 문화와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 간의 벽을 허문 경계선에 창조의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기존의 시장을 단순히 확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융합의 터전 위에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6) 피케티의 열풍도 그러한 점에서 일조했다. 

7) 그 같은 논리라면 김서방이 건강해서 다른 누군가가 아픈 것이 된다.

8) 일각에서는 노사정 대타협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 제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알곡이 아닌 쭉정이를 알곡으로 국민 앞에서 치부했으니” 지록위마의 비판을 자초했다고 봐야 한다.

9) 이른바 ‘5개 독소조항’이 그것이다. 파업 시 사측의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반면 노조 측의 ‘사업장 점거 파업’을 허용하고 있는 조항이 대표적이다. 사측의 직장폐쇄 요건은 매우 까다롭게 돼있으며, 사측에겐 부당노동행위가 매우 엄격하게 적용된다. 그리고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제한되어 있다. ‘동등한 조건에서의 싸움’(equal footing)은 애시당초 불가능하다. 파업이 쉽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10) 공적연금(public pension)은 질병, 사망, 퇴직 등으로부터 본인이나 가족의 소득상실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의 주도하에 사회보험의 원리로 운영되는 장기 소득보장제도를 의미한다.

11) 2009년 개혁당시 공무원들의 희생이 수반됐다는 것이 공무원의 시각이다. 2009년 개혁을 밀어붙이면서 정부가 10년간은 공무원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깼다고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12) 여교사 B씨는 62세 정년퇴직 후 매달 연금을 300만원 탄다. 건강관리를 잘 해 기대수명을 92세로 잡으면 월 300만원씩 30년, 총 10억8000만원(현재가치)을 연금으로 받는다. 이는 자신이 낸 기여금의 3배이며, 수령액중 약 7억2000만원은 국민세금이다. 한 번의 과거급제로 풍요와 안정을 평생 누린다. 반면 낙방한 나머지는 퇴직공무원들의 안정적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세금을 더 낸다.  

13) http://blog.naver.com/hellopolicy/220348736850

14)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25&articleId=1072893

15) http://blog.naver.com/haasimi/220555691131

16)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55901.html

17) ‘민주·민족·자주·평화통일’이라는 주술에 취해 있었다. 

[조동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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