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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위한 NH농협, 왜 금융덩치키우기에 집착하나

2013-12-19 16:49 |

   
▲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프리미어리그 축구선수가 메이저리그 야구선수와 싸우겠다는 것. 왼쪽 주머니에서 돈을 빼서 오른쪽 주머니에 넣기.’

요즘 NH농협금융지주의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자산운용에 대한 인수행보를 보면 이같은 비유가 생각난다.

만약 NH농협지주가 우리투자증권과 자회사를 인수한다면 정부은행이 또다른 국책은행같은 특수은행에 경영권을 넘기는 것과 같이 때문이다. 특수은행이 시장논리대로 금융회사를 경영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생긴다. 이 경우 진정한 민영화라고 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NH농협금융지주는 이명박 정부시절 출범했다. 당시 농협에서 금융비리가 자고나면 잇따라 터졌다. 국민적 공분이 심했다. 세종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정치권 로비와 비자금조성 및 뇌물수수 스캔들이 터졌다. 원철희 ·정대근 등 역대회장들은 줄줄이 금품수수로 구속되는 등 창립 이래 최대위기를 겪었다. 농협을 이대로 둬서는 안된다는 국민여론이 높았다.

농산물의 복잡다단한 유통단계로 인해 농축산물가격이 요지부동이었던 것도 정부와 국민들의 불만을 초래했다. 농협에 대한 대수술을 하라는 국민적 공분을 수용한 이명박정부는 유통단계 축소를 통한 농가소득 증대와 소비자 가격 인하를 위해 농협을 경제사업부와 신용사업부로 분리하는 결단을 내렸다.

농협에 대해 농촌경쟁력향상과 소득증대 등 경제사업과 상관이 없는 금융사업보다는 본연의 경제사업에 전념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이전대통령은 농협이 농촌이 아닌 도회지에서 왜 금융사업으로 돈벌이를 하느냐고 질책했다.

이런 환경속에서 출범한 NH농협지주는 산업금융지주와 함께 사실상 국책은행의 성격이 강하다. 이는 KB금융지주 등 일반은행이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에서 감독 및 검사를 받는 반면, NH농협과 산업금융지주는 특수감독국에서 담당하고 있는 데서 잘 드러난다.

NH농협은 신경분리 과정에서 부실자산 해소와 재정확충, 그리고 농민들에 대한 융자사업 활성화를 위해 2조원이나 받았다 국민세금을 천문학적으로 투입해준 것이다.

정부가 농협에 대해 아낌없는 지원을 한 것은 산업화과정에서 소외된 농민을 배려하고, 농민과 농촌의 경쟁력강화와 소득증대를 지원하기위한 배려에서 비롯됐다. 우리의 고향이요 뿌리인 농촌의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을 되살리려는 애틋한 국민적 합의가 아니면 불가능했다.

역대 정부는 농촌에 아낌없이 지원했다.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 타결된 김영삼정부 시절엔 농어촌구조개선사업비로 무려 45조원이 투입됐다. 김대중 대통령은 농가부채 탕감등의 큰 선물을 안겼다. 노무현정부, 이명박정부 등도 농촌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동안 농촌에 투입된 돈은 100조원이상 된다.

신용사업의 본질은 ‘농민의, 농민에 의한, 농민을 위한’ 융자사업과 금융지원에 주력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NH가 최근 우리투자증권 등 우리금융지주 계열 4개사를 몽땅 인수하며 금융덩치를 키우겠다는 것은 신용사업 본질에서 벗어난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정부로부터 특혜 지원을 받은 특수은행이 무분별하게 덩치를 마구 키워 시장논리로 움직이는 일반금융지주들과 경쟁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축구단이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즈팀과 경기하겠다는 것과 같다. 축구선수가 야구선수와 경쟁하겠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노는 물이 다른데 막무가내로 같인 놀자고 우기는 꼴이다.

공적자금을 받은 우리금융지주가 재정지원을 받은 NH농협지주에 우리투자증권을 매각하면 민영화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금융분야 덩치키우기는 마치 본업은 소홀히 한 채 곁가지 사업에 몰두하는 것과 같다.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NH농협금융지주는 농협법상 특수법인이어서 비금융인인 NH농협회장이 인사권을 좌지우지하는 것도 문제다. 금융에 문외한인 인사가 수백조원이 넘는 농협금융지주의 인사권을 컨트롤하는 셈이다.

NH농협지주 회장의 위상이 농협 내에서 낮은 것도 문제다. 신동규 전 NH금융지주 회장은 재임시 농협 행사시 자신의 자리배치가 1001번째라는 것을 알고 무척 당황했다. 농협 회장단은 물론 전국 지방단위농협조합장보다 자신의 위상이 더 낮았다는 것이다.

정부돈과 농민들의 돈을 소중히 관리하고 키워서 농민들을 위해 써야 할 농협금융지주가 금융의 정글시장에 뛰어들어 금융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 지금은 농민을 위한 금융회사에 충실해야 할 때이다. [미디어펜=이의춘 발행인 junglee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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