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고려대 교수(경영학)가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독설을 퍼부었다. 장 교수는 3일자 중앙일보에 게재한 칼럼에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실적을 혹독하게 깎아내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에 대해 '잊어버리고 싶은 10년'이라고 프레임을 씌운 것. 좌파 이명박-노무현대통령 10년에 대해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비판에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그는 사실상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이 창당한 국민의당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당원은 아니지만, 안철수 의원의 정치행사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안과 토크쇼를 벌이며 국민의당을 돕고 있다. 안 의원의 경제특보 역할을 하고 있는 셈. 안철수 의원과 장 교수는 바늘과 실의 관계다. 그는 안 의원이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과 후보단일화를 놓고 경합할 때 안 캠프의 핵심역할을 했다.
특정 정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그가 메이저 언론의 칼럼란을 최대한 활용해 칼럼선거를 하고 있다. 이는 문제가 있다. 칼럼 내용도 박근혜 정부의 경제실적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치적 선동성이 강한 칼럼이 공정하고 투명한지는 독자들이 판단할 것이다. 메이저 언론이 정치활동을 하는 그의 칼럼을 허용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편향논란을 부를 수 있다.
안철수 의원과 장하성 교수는 바늘과 실의 관계다. 장 교수가 다시금 정치일선에 나서면서 안철수 의원 돕기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장 교수는 보수정권의 '잊어버리고 싶은 10년'의 근거로 성장률, 1인당 국내총생산(GDP), 실질 가계소득, 재정상황이 좌파정부 10년보다 더 나빠졌다는 점을 제시했다.
예컨대 새누리당 집권 10년 성장률은 38%로 좌파정부 10년은 누적으로 60% 성장했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런가? 장 교수의 주장은 주요 사안마다 사실과 다르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성장을 흠집내려는 의도가 강하다. 견강부회가 뚜렷하다. 예컨대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및 불황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세계경제 성장률 평균에 근접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세계성장률을 보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13~15년)가 각각 3.2%, 3.3%였다. 이 기간 국내 성장률은 각각 3.2%, 2.9%였다. 이명박 정부 5년의 평균 성장률은 세계성장률과 동일했다. 박근혜 정부의 성장률은 세월호와 메르스, 글로벌 교역 침체 및 저유가 등으로 세계 경제 성장률에 비해 0.4%포인트 낮았다. 이는 노무현 정부의 성장률과 세계성장률간의 차이(0.6%포인트)에 비해선 낮은 수치다.
장 교수는 1인당 GDP도 박근혜 정부 3년간 2800달러 증가하고, 이명박 정부 5년간 1300달러 늘었다고 했다. 새누리당 집권 8년간 4100달러 증가했다는 것. 반면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1만1000달러 늘었다고 강조했다. 장교수의 이같은 추론도 틀렸다.
달러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환율영향이 크다. 환율의 기준 통일을 위해 97년 평균환율인 951원으로 고정하여 평가해 보자. 이같은 기준으로 계산하면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의 국민소득은 1만443달러 증가했다. 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8년간 1만139달러 늘었다. 좌파정부기간 국민소득이 소폭 앞섰다. 연평균 증가액 기준으로 보면 보수정부 8년이 앞선다. 좌파정부기간 1044달러 증가한 반면, 보수정부 기간에는 1267달러였다. 이명박-박근혜정부의 보수정부가 223달러나 많은 것. 보수정부가 좌파정부에 비해서 우월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일자리 지표에서도 우파정부가 더 나은 성적을 올렸다. 일자리 증가율은 성장의 체감지표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취업자 증가율은 각각 25%, 41.9%로 조사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경우 19.1%, 25.3%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의 취업자 증가율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청년 실업이 문제되고 있지만, 청년 취업자 증가율면에서 좌파정부 이래 박근혜 정부가 가장 앞선 점이 주목된다. 박근혜 정부의 청년취업자 증가율은 3.2%로 이명박 정부(마이너스 7.2%), 노무현 정부(마이너스 21.0%), 김대중 정부(마이너스 11.0%)보다 선전했다고 하겠다.
장 교수는 국민들의 살림살이도 좌파정부가 더 좋았다고 강변했다. 이것도 진실이 아니다. 좌파정부 10년간 실질가계소득은 8.5% 증가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간은 10.3% (도시 2인이상 기준) 늘었다. 전국 통계는 2003년부터 산출됐다.
연평균 증가율로 비교할 경우 좌파정부 10년간 실질가계 소득 증가율은 0.8%인 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1.2%를 기록했다. 최저임금도 우파정부 때 더 많이 인상됐다. 좌파정부 10년간 2080원 올랐지만, 우파정부 9년간 2550원이나 인상됐다.
소득분배도 우파정부에서 더 개선됐다. 지니계수를 보면 노무현 정부의 말기인 2007년 0.292였으나, 박근혜 정부는 2014년에 0.277로 낮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악화된 소득분배가 박근혜 정부 들어 호전된 것이다.
장 교수는 가계부채비율도 우파정부 들어 악화했다고 비판했다. 장교수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무채비율이 김대중 정부 97%, 노무현 정부 105%, 이명박 정부 125%, 박근혜 정부 129%로 늘었다고 했다. 장 교수 지적처럼 가계부채 총량이 증가한 것은 맞다. 건전성 측면에선 박근혜 정부가 그 어느 때보다 양호하다.
가계신용 평균 증가율은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비슷했다. 연체율과 질적 구조 등 건전성은 박근혜 정부가 가장 우월했다. 가계신용 증가율을 보면 노무현 정부 7.5%, 이명박 정부 7.7%, 박근혜 정부(13~15년) 7.8%로 엇비슷했다. 반면 가계대출 연체율을 보자. 2002년 1.80%에서 2007년 0.55%, 2012년 0.78%로 상승세를 보였다가 2015년에 0.33%로 대폭 떨어졌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 가계연체율이 가장 낮아진 것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가 지난달 4일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수(가운데)와 '위기의 대한민국, 공정성장으로 길을 찾다'를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재정 건전성 측면을 보자. 재정적자가 우파정부 시절 증가했다는 장 교수 지적은 맞다. 국가채무를 보면 김대중 정부 18%, 노무현 정부 29%, 이명박 정부 32%, 박근혜 정부 39%로 나타났다. 국가채무가 증가한 것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극심한 경기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경기가 고꾸라지고, 소비도 극도로 얼어붙는 상황에서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했다. 채무 증가세에도 불구,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으로 관리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경제위기에 직면할 경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과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국가채무는 17% 증가했다. 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12%만 늘었다. 국가채무비율은 97년 11.4%에서 2007년 28.7%로 증가했다. 이 기간 17.3%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에는 28.7%에서 2017년에는 41.1%로 늘어날 전망이다. 증가율은 12.3%포인트로 예상된다.
한국은 지난해말 국가신용등급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상향조정됐다. 무디스는 재전건정성과 외환보유액등이 대외적 충격을 견뎌내기에 충분하다면서 기존 Aa3에서 Aa2로 한 단계 올렸다. 반면 중국에 대해선 최근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일본과 싱가포르도 최근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아시아 주요국가들이 최근 신용등급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한국은 선전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의 재정건전성이 여전히 탄탄하고, 외환보유액도 외환유출을 막아내는 데 든든한 방파제가된다고 보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25개 개혁정책과 규제혁파도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발목만 잡는 야당이 경제활성화법안과 노동개혁법안만 동의해주면 신용등급이 더 올라갈텐데 아쉽기만 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증가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4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OECD회원국 평균 국가채무비율은 2007년 74.5%에서 지난해 115.2%로 급증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 기간 28.7%에서 38.5%로 9.8% 증가했다.
장 교수는 한국을 먹여 살리는 수출도 2015년 1월 이래 14개월째 뒷걸음을 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수출감소는 국제 원유가 하락에 따른 단가 하락 요인이 가장 크다. 주요국가와 비교하면 그래도 선전하고 있는 편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수출증가율은 10대 수출국가중 4위를 기록했다. 세계평균 수출감소율은 11.0%였으며, 우리나라는 마이너스 8.0%로 홍콩(마이너스 2.6%), 중국(마이너스 2.9%), 미국(마이너스 7.1%)에 이어 4번째로 감소폭이 적었다. 영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는 우리나라보다 수출 뒷걸음 폭이 더 컸다.
수출 규모는 오히려 한계단 올랐다. 2014년 세계 7위에서 지난해 영국을 제치고 6위로 상승했다. 전 세계 수입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의 비중이 상승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세계수입금액에서 우리나라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김대중 정부 2.46%, 노무현 정부 2.62%, 이명박 정부 2.90%에서 박근혜 정부(13~15년8월) 3.07%로 가장 높았다.
장 교수가 이런 칼럼을 쓰려면 적어도 정치권과 고리를 끊은 다음에 해야 한다. 학자적 품격과 양심을 갖고 쓰면 존중해 줄 만하다. 국민의당에 깊숙하게 개입한 상태에서 이런 칼럼을 쓰는 것은 누가봐도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편견으로 가득한 총선용 글을 썼다면 국민들도 이를 무시할 것이다.
장 교수는 지난해말 <왜 분노해야 하는가>라는 책을 출간했다. 보수정권이 지속되고, 좌파 야당은 수권정당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그는 이 책을 통해서 청년들이 분노로 무장한 채 투표장으로 몰려가라고 했다. 그래야 좌파정권이 탄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중앙일보 칼럼도 청년들과 좌파지지자들을 규합하려는 노림수가 깔려있다.
청년들이 진정으로 분노해야 할 것은 야당의 반개혁적 행태일 것이다. 청년일자리와 투자를 늘리려는 노동개혁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등에 대해 기를 쓰고 발목만 잡는 곳은 어디인가. 더불어민주당이다. 더민주는 기득권만 옹호하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귀족을 감싸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노동개혁법은 한사코 반대하고 있다. 전체 근로자의 10%에도 못미치는 노동귀족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
호텔 관광 의료 등 서비스산업은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분야다. 서비스산업의 규제를 풀어 일자리를 늘리려는 박근혜 정부의 간절한 희망도 짓밟고 있다. 서비스산업발전법안도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제출된 것이다. 자기네 정권이 내놓았던 것을 기반으로 만든 법안을 야당이 됐다고 짓밟는 것은 자가당착적이다. 국가경영을 내팽개치는 정당이다.
국민들은 장 교수의 편향된 글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할 것이다. 일자리와 투자, 성장을 위해 누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를 헤아릴 것이다. 청년들이여 제발 분노하시길 바란다. 돌이 향하는 방향이 어디인지는 잘 헤아려야 한다. 모략과 선동, 견강부회에 속으면 안된다.
[미디어펜=이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