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원은 지난 3일 자유경제원 리버티홀에서 ‘시민의 안전띠 폴리스라인, 이제는 선진 시위문화 시대를 열자’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최근 경찰의 폴리스라인 위반에 대한 처벌 강화방침에 대하여 폴리스라인 정착과 개선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패널로 나선 황성욱 자유와통일을향한변호사연대 변호사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찰버스를 차벽으로 설치하는 것은 폴리스라인(질서유지선)이 아니다 같은 흑백논리의 주장은 옳지 못하다”며 “국민의 안전, 교통 흐름과 더불어 집회 시위의 자유까지 보장해야 하는 측면을 고려해본다면 폴리스라인을 존중해주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어 황 변호사는 “폴리스 라인이 올바른 집회 및 시위문화를 보장하기 위한 방향으로 설정이 되고 국민들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보다 높은 수준의 시위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황 변호사는 “올바른 법집행에 대한 국민적 의지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공권력이 법치를 수행하므로 그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 글은 황성욱 변호사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소위 말하는 87체제 이후의 세대, 즉 필자와 같은 세대가 느끼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그 어느 자유보다도 보장되어 있다는 것이 아마 일반적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386세대 혹은 민주화 세대라고 일컫는 계층이 그들이 청년기에 느꼈던 집회 및 시위의 자유와 체감도가 정반대라는 것이다.
누구 덕에 이런 자유가 생겼는가는 논쟁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변호사가 아닌 일반국민으로 느끼는 감은 현재 우리 사회가 용인하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아직도 시민의 자유와 권리차원이 아니라 낡은 세력들의 정치투쟁의 자유 수준에서 한 치도 나아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8년 광우병 난동 때를 돌아보자. 그 상황 어디에 집회 및 시위의 성숙도가 있었나. 거짓된 정보와 선동을 주도하던 세력의 목적은 정치투쟁이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그 불법에 대하여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았다. 7년이 지난 2015년 민주노총이 주도한 광화문 폭력시위는 이제 더 이상 불법 폭력이 동원된 집회 및 시위는 그 자체로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2. 질서유지선 설정과 관련한 상황의 법적 특성
폴리스라인, 우리의 법적용어로는 질서유지선인데 관할 경찰서장이나 지방경찰청장이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보호하고 질서유지나 원활한 교통 소통을 위하여 집회 또는 시위의 장소나 행진 구간을 일정하게 구획하여 설정한 띠, 방책(防柵), 차선(車線) 등의 경계 표지(標識)를 말한다.1)
질서유지선과 관련한 상황을 법적평가의 관념에서 접근하면, 집회 및 시위에서 경찰이 질서유지선을 설정하는 차원은 경찰행정의 측면이고, 질서유지선이 침해되거나 붕괴되는 경우는 범죄수사의 측면이 부각된다는 점이다. 전자는 행정의 차원이기에 예방적이고 적극적이다. 그렇기에 상황의 추상성과 가변성에 따라 행정청의 자유재량이 상대적으로 매우 넓어지게 된다. 후자는 범죄라는 구체적 상황에 형사절차가 시작되는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와 적법절차(Due Process)라는 형사원칙이 적용되기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고 재량의 여지가 적어진다.
일반국민들은 경찰이라고 대표되는 공권력을 일상생활에서 범죄수사 측면에서 접하는 면이 있어서 질서유지선 설정단계도 후자의 이미지 속에서 판단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일부 전문가들도 이런 잘못된 인식에 기초하여 후자의 판단기준을 전자의 판단기준으로 몰고 가는 경향이 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11월 14일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복면을 쓴 채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경찰버스를 부수고 있는 시위꾼. 폴리스라인은 불법폭력시위 앞에 무용지물이었다./사진=한국대학생포럼
3. 질서유지선의 법적근거 및 정당성과 관련된 논쟁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질서유지선에 관련된 조문이 없다면 질서유지선을 설정할 수 없을 것인가? 실제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질서유지선이란 개념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999년부터이다. 즉 그 전에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질서유지선관련 조항이 없었다. 이 문제는 법적으로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제7호와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직무의 범위) 경찰관은 다음 각 호의 직무를 수행한다.
1.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
2.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3. 경비, 주요 인사(人士) 경호 및 대간첩·대테러 작전 수행
4. 치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
5. 교통 단속과 교통 위해(危害)의 방지
6. 외국 정부기관 및 국제기구와의 국제협력
7. 그 밖에 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
위 조항을 가지고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특히 제7호)가 단순한 직무규정(내부적 조직규범)인가 그에 근거하여 경찰권을 발동할 수 있는 수권규정으로도 볼 수 있는가를 가지고 학계에서는 오랫동안 논쟁해 왔다.
직접적인 판례는 없지만, 대법원은 공무집행방해죄(형법 제136조)의 성립여부와 관련하여 청원경찰법 제3조에서 규정하는 청원경찰의 직무 및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에서 규정하는 경찰관의 직무에 비추어 허가 없이 창고를 주택으로 개축하는 행위를 청원경찰이 단속하는 직무집행이 적법하고 이를 폭력으로 방해하는 소위는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1986. 1. 28. 선고 85도2448 판결). 헌법재판소는 서울광장 차벽 관련한 사안에서 의견이 나뉜 재판관들의 견해가 있었다.2)
위 대법원 판례를 대법원도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를 조직규범이 아니라 수권규범으로 보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게 일반적이다.
즉, 질서유지선 설정은 경찰행정의 일환으로서 구체적 법률이 없더라도 설정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는 측면에서 질서유지선에 대해서 구체적인 요건과 절차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판단된다. 더구나 현재 집시법에서 명확한 근거 규정까지 갖추고 있으므로 법적근거까지 명확히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2015년 12월 5일 서울대병원 앞까지 당도한 시위대 측은 주최 측의 요구에 따라 연신 함성을 내지르는 한편, 그들이 점거한 노상에서는 음식을 벌려놓고 취식하면서 술판을 벌였다. 사진은 서울대병원 앞에서 폴리스라인 앞에 도열한 경찰벽과 마주한 민중총궐기 시위대./사진=미디어펜
4. 질서유지선에 대한 올바른 시각
가. 질서유지선 설정에 관하여
따라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찰버스를 차벽으로 설치하는 것은 질서유지선이 아니다 같은 흑백논리의 주장은 옳지 못하다. 위에서 보았듯이 국민의 안전, 교통의 원활한 흐름과 더불어 집회 및 시위의 자유까지 보장해야 하는 다면적 행정의 측면을 고려해본다면, 재량권의 일탈 남용이 아닌 한 위법의 소지가 그다지 크지 않고 행정행위의 특성상(공정력) 일단은 존중해주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부합한다 할 것이다.
앞으로 경찰의 질서유지선 설정 관행과 판례에 의해서 구체화되겠지만, 발제자가 지적했듯이 그것이 집회 및 시위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장하기 위한 방향으로 설정이 되고 국민들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보다 높은 수준의 시위 문화가 형성될 수도 있을 것이라 본다.
나. 질서유지선 침해에 대하여
질서유지선을 제대로 설정하기만 한다고 하여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발제자가 지적했듯이 질서유지선 침해는 바로 형사범죄로 직결되고 이는 엄정한 법집행이 이루어져야한다. 경찰은 집회 및 시위를 무제한적 자유로 인식하는 일부 여론 때문에 카메라 촬영같은 채증작업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는데, 오히려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것이 더 정당하다고 본다. 올바른 법집행에 대한 국민적 의지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공권력이 법치를 수행하고 있으므로 그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질서유지선 침해를 엄정히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사전에 질서유지선 설정에 만전을 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경제원은 지난 3일 자유경제원 리버티홀에서 ‘시민의 안전띠 폴리스라인, 이제는 선진 시위문화 시대를 열자’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최근 경찰의 폴리스라인 위반에 대한 처벌 강화방침에 대하여 폴리스라인 정착과 개선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사진=자유경제원
5. 나오며
현재 신고된 집회에만 질서유지선을 설정할 수 있게끔 해석될 여지가 있는 집시법 제13조3)는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4) 신고되지 않은 집회도 합법적 집회인 경우가 많고 오히려 법을 지키려고 하는 신고집회에는 질서유지선이라는 제한이 가능한데, 미신고 집회에 더 많은 자유를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낡은 투쟁적 민주주의에 염증이 나기 시작했다. 무조건 법을 무시하고 상대방을 공격하고 타도하는 것이 정의인 시대는 이미 지나간 지 오래다. 오히려 그러한 자세가 반민주적 자세라는 것이 지난 몇 건의 대규모 폭력집회에서 드러났다. 또한 약자의 권리라고 포장되어온 권리가 사실은 강자의 권리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세를 모아 폭력과 위세로 자신의 이익을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소수의 독재라는 것을, 그리고 주장하여 힘으로 관철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토론과 합의를 통해 국회라는 입법과정 속에서 그것을 구현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한다. 물론 19대 국회에서 우리는 절망하였다. /황성욱 자유와통일을향한변호사연대 변호사
1)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2조 제5호
2) 헌법재판소 2011. 6. 30. 2009헌마406
3) 제13조(질서유지선의 설정) ① 제6조제1항에 따른 신고를 받은 관할경찰관서장은 집회 및 시위의 보호와 공공의 질서 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최소한의 범위를 정하여 질서유지선을 설정할 수 있다.
4) 물론 미신고된 집회에서도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법조문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황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