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오는 14일부터 판매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중 신탁형이 금융당국의 ‘고집’에 ‘계륵’으로 전략할 위기에 놓였다.
신탁형 ISA에는 해당 증권사나 은행이 자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나 자산배분 프로그램의 자문을 일체 허용되지 않으면서 자칫 고객이 외부 자문사를 이용해 이중 수수료를 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자문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예금·채권형 펀드처럼 저위험 상품 위주로 구성하면 ISA의 세제혜택을 제대로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투자자가 직접 운용 상품을 지정하는 신탁형 ISA는 일임형 ISA와는 달리 모델포트폴리오(MP) 제시는 물론, 고객에 대한 적극적인 자문이 허용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는 신탁형과 일임형 ISA의 명확한 구별을 위해 신탁형 ISA에 대한 로보어드바이저 등 금융사 자체 자문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신탁형 ISA는 고객에 대한 적극적 투자권유가 금지돼 있어 통상적으로 말하는 자문행위를 받을 수 없다”며 “금융사가 수탁자(고객)에 투자의견 제시는 할 수 없고 수동적인 답변 정도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탁형 ISA는 개개인이 직접 상품과 규모를 선정하고 투자관련 사항과 운용지시를 내린다. 때문에 투자전문가가 아닌 이상 투자자문을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금융사의 자체적인 자문이 허용되지 않으면 신탁형 ISA 가입자는 외부 자문사를 통해 추가 수수료를 부담하고 자문을 받아야 한다. 신탁형 ISA가 일임형 ISA에 비해 수수료가 다소 낮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추가 자문료를 지급할 정도로 ISA의 세제혜택이 크지 않다는 게 문제다.
ISA는 매년 2000만원씩 5년 동안 모두 1억원을 넣을 수 있지만 세제혜택은 연간 급여가 5000만원 이하인 경우 5년간 250만원, 5000만원 초과인 경우 5년간 200만원에 불과하다. 세제혜택 최대 규모가 250만원에 대해 15.4%의 세율을 적용한 비과세 혜택 규모가 38만5000원에 그치는 것이다. 때문에 ISA 수수료율이 1%로 가정하면 적립금이 3850원만원을 넘어서면 세제혜택보다 오히려 수수료 부담이 커지게 된다. 그것도 250만원 이상 수익을 냈을 경우다.
그렇다고 무작정 신탁형 ISA에 예금·적금만 넣어둘 수도 없다.
신탁형 ISA 속 연리 1.5%의 예금 상품에 1000만원을 넣어놓으면 연간 이자 15만원에 대한 세금 2만3000원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수수료율이 0.5%만 되도 수수료로 5만원을 금융사에 내놓아야 한다. 신탁형 ISA라고 안정한 저위험 상품으로만 구성할 수 없는 이유다. 예·적금도 ISA 계좌로 편입되면 수수료가 붙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자문업 라이센스만 있으면 신탁형 ISA도 금융사가 자체 자문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신탁형 ISA 자문 범위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어 혼란이 예상된다. 신탁형 ISA 자문에 대해 금융당국은 그간 금융사 자체 자문이 금지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와 은행들은 전혀 준비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가 막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는데 신탁형 ISA에 어느 정도까지 자문이 허용되는지 금융당국이 전혀 밝힌 바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신탁형 ISA 자문에 대해 전혀 들은 바 없다”며 “자체 자문을 위해 자문업 라이센스가 필요하다는 것도 처음 접하는 얘기”라고 전했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