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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 박근혜 창조경제의 행방불명

2013-12-23 09:39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얼마나 수고가 많으십니까? 오래 전 유머 하나를 패러디 해보렵니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는 방법이었을 겁니다. 참 부드러운 문화의 힘이랄까.. 그런 기품을 전해 받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제 저는 한국의 창조경제를 냉동실에 넣어 박제화 시키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아주 확실한 방법이 하나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기업은행장 내정설입니다. 얼마 전 신문에서 임기 만료되는 IBK 기업은행장 자리에 기획재정부 차관을 하셨던 분이 내정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그냥 속절없이 얼어붙었습니다. 누런 녹물에 고드름 성에까지 칭칭 감긴 낡은 업소용 냉동고 하나가 마음을 점령해버렸습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그냥 씨알의 소리라 여기고 한 번 들어봐주시길 바랍니다.


우리나라에서 제 1금융권이 문화콘텐츠산업을 직접 다루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입니다. 다룬다는 뜻은 투자도 하고 융자도 하고 담당조직도 신설하고 현장 속으로 들어간다는 얘기입니다.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공연과 같은 문화콘텐츠 여신심사를 위해 필수적인 콘텐츠 가치평가 방안도 관련기관인 보증보험 등과 마련한다는 말입니다.

5천개를 헤아리는 콘텐츠 업체들 90%가 영세 벤처라는 소식에 자립을 도모하는 콘텐츠공제조합을 만드는 고역을 분담한다는 뜻입니다. 마침 김종민 전 문화부장관이 어렵사리 올 10월 발족한 한국콘텐츠공제조합을 문화 새마을운동이라고 표현했었지요. 이런 문화새마을운동은 참 일꾼 없이 그냥 되는 활동이 아니랍니다.

노상 장화 신고 행장, 부행장, 행원들이 뛰어 와서 문화콘텐츠 사업하고 창작하는 종사자들과 부대껴야만 한 발짝이라도 뗄 수 있는 과업입니다. 어쩌면 구국의 횃불도 되고 새 먹을거리 일자리 만드는 큰 농사입니다. 창조경제가 바로 여기, 문화콘텐츠 새마을운동 안에 있습니다.
 

이런 운동을 듬직하게 수행해온 일꾼이 IBK 기업은행입니다. 유형자산 담보 대출이나 기술 평가에만 맴돌았던 관행을 창의성, 상상력, 꿈의 공장 쪽으로 돌려놓으면서요. 문화콘텐츠, 미디어 전공자를 20명 가까이나 선발해 문화산업팀이라는 제대로 된 전담조직을 가동했습니다.

2011년부터 기금을 조성했고요. 정말 실력은 있지만 자금이 궁핍한 콘텐츠 업체들을 발굴해 프로젝트 자금뿐만 아니라 운영 자금도 적절하게 지원해온 겁니다. 벌써 4천8백억원 규모가 된 이 파이낸싱 활동은 그야말로 콘텐츠 현장 단비입니다. 국내 영화 관객이 총 2억명을 넘고 음악, 드라마, 뮤지컬 공연 한류가 세계를 호령하게끔 기여한 조력자이지요.

그것도 아무 돈 버는 콘텐츠가 아니라 <7번방의 선물> 같은 훈훈한 성공작을 만들어 왔습니다. 굳이 우리 씨름, 국산 애니메이션, 국민 MC 송해 선생님과 광고를 제작한 것도 콘텐츠산업 거름이 되고자 함이었죠. 기업은행이 미담을 만드니까 산업은행이나 KT와 같은 큰 이름들도 속속 콘텐츠 금융에 합류하고 있는 중입니다.

   
▲영화 '7번방의 선물'

이윽고 우리 콘텐츠가 한국 사회 주류 주력 사업으로 진입하는 쾌거를 지켜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많습니다. 이 분들 눈물을 닦아줄 필요는 없을 테지만 만일 잘못된 인사를 하고 만다면 감동을 역류하는 성난 울음이 북받칠지 모릅니다.
 

3년 전 처음으로 내부 승진한 조준희 기업은행장이 10년을 준비하여 꽃 피운 결실이 선진화된 콘텐츠 파이낸싱 제 1편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지점 근무 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애니메이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성공을 목도하면서 결심했다고 합니다.

콘텐츠가 진짜 대단하구나, 창조산업이구나, 하청을 맡은 한국도 잘 준비하면 성공하겠구나.. 하면서요. 이런 리더가 있었기에 기업은행 창조산업 구원 스토리가 가능했다는 걸 현장에서는 죄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즌 1도 아니고 1편 하고서 일꾼 갈아치우는 만행은 할리우드에도 일삼지 않습니다. 더구나 일류 대박 리더십을 인정받기 시작한 명품 연출자를요. 창조경제 기승전결에서 ‘기’자만 남길 요량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기업은행 지배구조 꼭짓점에 있는 정부 분들에게 다짐하고 싶습니다. 오직 Right Person (적임자)만을 생각해보시라고. 이번 기업은행장 인사가 우리 창조경제 평가 지표가 될 겁니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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