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
하층은 있어도 천민사회(phriah society)는 생겨나지 않았다. 모두가 중류(中流)에 처해서 사는 ‘더 미들 클라시스(the middle classes)’였다. 지위가 높아도 아무리 돈이 많아도 서구서 보듯이, 미국에서 보듯이 사회적 양태로서 상류사회는 형성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스스로 하층민이라고 간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사회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절반가량(46.7%)이 “나는 하층민이다”고 답변했다. 이는 88년의 두배가 넘는다. 75%에 달하던 중간층도 51.4%로 급감했다. 청년백수도 72만명을 넘어섰다.
21세기 세계화 시대의 특징은 취직 빙하기라는 점이다. 저성장도 고착화하고 있다. 빈부격차와 양극화는 심화하고 있다. 분배시스템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60년대 가난했던 시절엔 ‘캔 두 스피리트(can-do-spirit)’가 왕성했다. 하지만 지금은 캔 두 스피리트가 희박해지고 있다. 의지는 상실되었지만, 사회적 불만과 분노, 증오심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더 높아만 간다. 이는 기득권자가 신분사회를 형성하고, 반대쪽에선 비기득권자가 천민사회로 떨어지고 있다.
이것이 아니라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남의 탓’이라는 유전인자를 갖고 있다. 내 탓이 아니라 사회가 잘못돼서, 그 놈의 구조 때문에 그렇다고 간주한다. 이로인해 사회적 갈등은 커지고, 사회통합은 깨지고 있다.
격화되는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 역시 답은 하나다.
그 답은 우리보다 앞서 경험한 사회가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그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다. 신분이 높을수록 군대에 가야 한다. 그것도 전방으로 가야 한다. 세금을 내야 한다. 그것도 절세하려하지 말고 한 푼이라도 더 내야 한다.
▲ 대기업및 공기업 노조도 기득권세력화하면서 공권력의 정당한 법집행에 저항하는 등 사회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 22일 불법 파업중인 철도노조 지도부 검거에 나선 경찰과 민노총 노조원들이 민노총 본부앞에서 격렬하게 대치하고 있다. |
적이 포를 쏘면 가장 앞장 서 싸우다 죽어야 한다. 영국의 상류층 자제들이 다니는 명문사학 이튼스쿨 졸업생들은 세계 1, 2차 대전기간에 무려 5000명이나 전사했다. 옥스퍼드대학의 교회 건물 벽에는 무려 40미터나 되는 곳에 전쟁터에서 사망한 동문들의 명단이 적혀있다. 영국의 상류층들이 이처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솔선수범하면서 지난 300년간의 외국과의 전쟁에서 한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
가난한 이웃을 보면 뒤주를 털어서라도 헌금해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제 1수칙(守則)이 견위수명(見危授命)이다. 국가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하거나 위태로워지면 생명을 내던져야 한다. 또 견리사의(見利思義)해야 한다. 사업이나 장사에서 이득을 보면 그것이 바른 이득인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사회적 존경심을 획득하는 첫 번째 길이다.
남보다 지위가 아무리 높아도, 남보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존경을 받으면 그를 향해 사람들이 모인다. 원한, 분노, 증오심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뭉치고, 뭉치면 통합이 된다.
기득권자가 비기득권자에게 존경받는 방법은 오직 그것이다. 이는 서구 선진사회가 우리에게 알려준 준정언명령(定言命令) 같은 것이다. 또 2500년전 공자(孔子)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성인의 말씀이기도 하다.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