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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패권·운동권 청산?…더민주 김종인의 무뎌진 칼

2016-03-12 10:01 | 문상진 기자 | mediapen@mediapen.com
더불어민주당 김종인표 물갈이가 가시화 되면서 애초 공언한 친노·운동권 퇴출이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패권정치 청산 및 운동권 정치 탈피'를 화두로 삼아 더민주의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고 수차례 강조해 왔다. 특히 운동권식 정치는 시대착오적이라며 척결 의지를 내비췄다.

10일에 이어 11일 더민주 공천 발표를 보면 과연 김종인 대표의 '대국민 약속'이 지켜질 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일각에서는 김종인 대표가 선거에서 '이기는 공천'을 위해 '쇄신 공천'을 슬며시 접은 게 아니냐는 평도 나오고 있다.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친 공천 발표를 보면 막말·갑질에는 엄격한 잣대를, 친노·운동권에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잣대를 들이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숨길 수 없다.

공천 결과를 지켜 본 정치권과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도 “패권 청산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10일 더민주는 정청래(재선·서울 마포을), 윤후덕(초선·경기 파주갑), 최규성(전북 김제·부안), 부좌현(경기 안산 단원을), 강동원(전북 남원·임실·순창) 의원 등 5명의 현역 탈락자를 발표했다. 11일에는 오영식(강북갑), 전병헌(동작갑) 의원을 추가로 공천 배제했다.

정청래 의원은 지난해 주승용 최고위원에게 '공갈 막말'을 해 당에서 징계를 받은 점이, 윤후덕 의원은 로스쿨을 졸업한 딸의 취업 청탁 의혹이 문제가 됐다. 전병헌 의원은 보좌관과 비서관들이 실형을 선고 받는 증 측근비리가, 오영식 의원은 여론 조사 결과 경쟁력 지수가 낮게 나온 것이 컷오프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표 물갈이가 가시화 되면서 애초 공언한 친노·운동권 퇴출이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패권정치 청산 및 운동권 정치 탈피'를 화두로 삼아 더민주의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고 수차례 강조해 왔다./사진=연합뉴스


반면 대표적 친노 핵심이거나 운동권 출신인 이인영(서울 구로갑), 우상호(서울 서대문갑), 박남춘(인천 남동갑), 최민희(경기 남양주병), 이목희(금천), 홍영표(인천 부평을) 의원은 살아남았다.

이인영 의원은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과 1987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초대 의장 출신으로 486그룹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대학 졸업 후 재야단체인 '전국민주민족연합(전민련)'에서 고 김근태 전 의원을 만나 정치에 입문, 당내 김근태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17대 총선을 통해 여의도에 입성했고, 19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우상호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낙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민주당, 열린우리당, 민주통합당, 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민주당에 줄곧 몸담았다. 우 후보는 1987년 '6월항쟁'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으로서 고 이한열 열사의 민주국민장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시청 앞 광장에 100만 인파가 모인 가운데 국민장을 이끄는 등 486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다.

박남춘 의원은 노무현 정권시절 청와대 인사수석을 역임하는 등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깝다. 최민희 의원 '테러방지법'에 대해 "테러방지를 빙자한 국민감시법"이라며 지난달 25일 필리버스터 6번째 주자로 나서 5시간 20분 동안 무제한 토론을 이어 나가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목희 의원은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여당과 타협하지 않는 대표적인 강경파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의 기획본부장을 맡았으며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등 현안에서 강경 분위기를 주도했다. 홍영표 의원은 18대 대선때부터 문재인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혀왔다. 홍 의원은 국민의당이 꼽은 '친노패권·무능86 세력'의 4명중 한 명에 포함되기도 했다.

친노 패권을 청산하고 운동권을 정당 체질을 바꾸겠다던 김종인표 물갈이가 여론의 표적이 된 몇몇 의원들을 '맛보기' 정리로 끝나는 것이 아닐까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김종인 대표는 '운동권 정당 청산'을 국민 앞에 약속한 만큼 반발과 어려움을 무릎 쓰고서라도 지켜내야 한다. 대한민국 국회가 식물국회, 뇌사국회, 직무유기 국회로 전락한데는 운동권 출신들의 '기여'가 적지 않음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툭하면 장외투쟁을 일삼고 선진화법을 내세워 민생과 국가 안보, 국민 안전을 발목잡아 온 행태로 19대 국회는 '최악'이라는 오명을 썼다. 김종인 대표가 체질 개선을 약속한 더민주가 '도로 더민주'가 돼서는 안된다. 개성공단 중단과 북한 궤멸, 햇볕정책 등에 거침없는 언행을 보였던 김종인 대표의 초심이 말잔치가 아니었음을 보여야 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더민주당의 기득권 핵심을 이루는 친노·86 세력 중 성골들은 살아남고 일부 눈 밖에 난 인사들만 쳐낸 교묘한 짜깁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종인 대표는 당 안팎의 이러한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자칫 국민의 기대치만 잔뜩 높여 놓고 '도로 운동권 정당'으로 돌아가는 패착을 둬서는 안된다. 애드벌룬만 높이 띄운 채 변죽만 울려 국민에게 또 다시 절망감을 안겨서는 안된다. 김종인 대표는 반쪽 인적청산이라는 비판을, 도로 운동권 정당이라는 경고를 새겨 들어야 한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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