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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이 무슨 죄?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는 지금…

2016-03-18 06:00 | 이원우 차장 | wonwoops@mediapen.com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아래 사진에 촬영된 두 장의 만 원짜리 중에서 한 장은 진짜 지폐, 다른 하나는 위조지폐다. 어느 쪽이 진짜일까?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둘 중 하나는 위조지폐다. 어느 쪽이 진짜일까? /사진=미디어펜



실제로 만져본 위조지폐의 질감은 진폐의 느낌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어두운 곳에서 보면 누구라도 꼼짝없이 속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원진오 과장은 "이 정도 위조지폐는 중하수들의 솜씨"라고 말했다. 훨씬 더 감쪽같은 위폐와 진폐의 진실게임이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인 것이다. 위폐감별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위변조대응센터에 기자가 직접 방문해봤다.

한국의 경우 위조지폐 문제가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부각되는 편은 아니다. '위폐 청정국'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위조지폐에 관해서는 모범국가의 면모를 보이고 있지만 문제는 '추세'다. 제작비용 대비 효율(?)이 높은 5만원권 위조지폐 유통량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지하에 위치한 위변조대응센터의 모습 /사진=미디어펜



작년 한 해 발견된 위조지폐는 총 3031장. 이 중에서 67.3%인 2040장이 5만원권 위조지폐였다. 이는 전년대비 44.8%나 증가한 것으로 최근 위폐의 '대세'가 5만원권임을 알 수 있다. 2014년 10월에는 서울 강서구 새마을금고에서 5만원권 위조지폐 1300장이 입금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위조지폐에 대한 처벌은 매우 무겁다. 화폐를 위‧변조하는 행위는 형법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 최고 사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는 중범죄다.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형량이 이렇게 무거운 것은 화폐가 교란됐을 경우 한 나라의 경제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폐를 감식하기 위해 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KEB하나은행이 이들 기관보다 더 업그레이드 된 위변조 영상분석 장비 VSC-8000을 도입해 화제가 됐다. 이 기종을 도입한 곳은 중국, 네덜란드에 이어 KEB하나은행이 세계 세 번째다.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연구원이 미화 100달러짜리 구권 지폐를 확대해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KEB하나은행 본점에 위치한 위변조대응센터는 이미 작년에도 성공적인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국내에 유통되던 외국환 위폐 1425매를 감식해 냈기 때문이다. 이는 작년 금융권에서 적발된 외화위폐 1732매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비율이며 금액으로 환산해도 26만 달러 중에서 90% 이상인 약 24만 달러를 KEB하나은행이 잡아낸 성과였다. 

위변조대응센터 이호중 센터장은 "이번 최신식 장비 도입으로 법집행기관은 물론 법원의 증거자료 분석 요청에 맞는 수준 높은 감정서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국정원에서 위폐 감별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KEB하나은행이 위폐감식에 집중을 하는 데에는 업무상 외국환을 취급할 일이 다른 은행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 9월 외환은행과의 통합 이후 외국환과 관련된 더 많은 업무를 담당해야 하는 상황에 접어들었다. 그렇기에 마치 자동차 제조회사가 철강생산에도 뛰어드는 것과 같은 '수직통합'을 이뤄낸 셈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지하에 위치한 위변조대응센터에는 약 20명 정도의 인원이 상근하면서 위폐 감식 작업을 하고 있다. 하얀색 가운을 입고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언뜻 은행보다는 연구소의 느낌이 나기도 한다.

올해 3월 새로 도입한 VSC-8000 장비를 활용해 중국 위안화 지폐를 감별하는 모습 /사진=미디어펜



원진오 과장은 "날로 정교해지고 있는 달러화‧위안화 위폐와 달리 국내에서 유통되는 원화 위폐의 경우 일상 속의 몇 가지 습관만으로 잡아낼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해줬다. 

가장 정교한 위조방지장치를 담고 있는 5만원권의 경우 지폐를 여러 각도로 기울여봤을 때 띠형 홀로그램에 인쇄된 태극무늬, 우리나라 지도, 건곤감리 4괘의 색깔이 변화한다. 불빛에 비춰보면 홀로그램 사이에 신사임당의 얼굴이 숨어있으며 좌측 상단과 우측 하단에 있는 알파벳과 숫자의 경우 오른쪽으로 갈수록 크기가 커지는 가로확대형으로 인쇄돼 있다.

만원권의 경우에도 홀로그램, 색변환잉크, 볼록인쇄, 미세문자 등의 기술을 활용해 위조방지장치가 되어있다. 첫 번째 사진에서 위쪽 지폐의 경우 언뜻 질감은 비슷했지만 불빛에 비춰봐도 세종대왕의 얼굴이 드러나지 않았다. 아래쪽이 진폐다.

경찰은 위조지폐 발견 시 위폐를 거래한 사람의 인상착의나 차량번호 등 신분을 최대한으로 확인하고, 가급적이면 지문 채취가 가능하도록 봉투에 넣어 한국은행(02-759-4114)이나 경찰서(112)로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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