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 지속되는 수주난에 장기불황에 빠진 조선업계는 이란 경제제재 해제를 대체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다만 이란산 원유 공급, 확대에 따른 저유가 현상의 심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장기불황 조선업계 '기대 반 우려 반'
이란에서는 기존의 유조선,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물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가스선 영역까지 신규 선박 발주가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따라 이란 제재 이전에 주요 선사인 NITC, IRISL 등과 거래해 왔던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유조선 등의 발주에 대비해 현지 입찰 정보 등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재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란발 선박 신규 건조를 위한 여러 움직임이 서서히 나타타고 있다. 일부 업체의 경우 계약 단계는 아니더라도 이란의 선사들과 협상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업계는 일반적으로 이란이 우리에게 익숙한 나라가 아닌 관계인 만큼 예상되는 위험요인을 사전 조사하는 한편, 입찰이 나올 경우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거래선을 회복하고 정보를 파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란의 국영선사 등과 탱커 9척, 컨테이너 10척, 벌크 6척 등 총 25척의 거래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이란이 선주 또는 선적국이 되는 선박 건조 실적을 30척 이상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 검증된 기술력과 충분한 건조 실적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중공업은 2005년에 이란의 국영선사인 NITC에서 초대형 유조선(VLCC) 3척을 수주해 2008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인도 바 있다.
국제사회의 이란 경제제재 해제가 장기적으로는 조선업계에 위험요소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잖게 흘러나온다.
이란산 원유가 국제시장에 풀리게 되면 저유가 현상이 지금보다 더욱 심화될 수 있으며, 나아가 장기적인 침체에 빠져있는 해양플랜트 시장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우려의 시각이 많다.
8000만명에 달하는 이란 내수시장에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우리 항공·해운업계에도 화색이 돌고 있다.
관련업계는 이란 제재 해제로 원유는 물론 관련 제품과 조선·해운·항만·자동차 등 품목의 거래가 가능해지고 건축·토목공사도 자유로워짐에 따라 이란을 왕래하는 여객과 물동량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업계는 이란을 오가는 여객기·화물기를 새로 띄우거나 컨테이너선을 늘리려면 여객과 물동량이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게 아니라 안정적으로 확보돼야 하는 관계로 시장의 변모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는 모습이다.
8000만 내수시장 활짝…항공·해운시장 '단비' 되나
우리나라와 이란은 1998년 항공협정을 체결해 주4회 비행기를 띄울 수 있도록 설정된 운수권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대이란 제재가 풀리면서 안정적 물동량이 확보돼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우리 국적선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지난해 6월부터 이란 항로 운항을 재개한 바 있다. 우리나라와 이란의 경제교류 확대가 여러 분야에서 추진되고 있어 물동량 수송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연합뉴스
대한항공은 1970년대 중반에 양국간 화물기를 부정기 운항한 적이 있고 2001년 이란의 마한항공이 테헤란에서 태국 방콕을 거쳐 서울을 오가는 노선을 주 1회 취항했다가 반년 만에 중단한 바 있다.
이란항공은 2002년 12월부터 테헤란에서 중국 베이징을 거쳐 서울을 왕래하는 노선에 여객기를 띄우다 미국이 대이란 제재안을 발표한 2007년 10월 이후 운항을 중단했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등 국적 항공사가 이란에 여객기를 띄운 적은 없다. 현재 운수권이 항공사에 배분돼 있지는 않으나 항공사가 취항을 원할 경우 올해 초 정기배분 시 국토교통부에 신청할 수 있고 그전에라도 부정기 운항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현재 노선의 변화는 없으며 당분간 현 상황을 지켜보면서 물동량을 관망하겠다는 입장이다. 신규 노선을 취항하려면 어느 정도 탑승률이 확보돼야 하므로 여객기를 띄울 만큼 수요가 확보되는지 충분히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선 국적 항공사보다 중동계 항공사의 행보를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천공항에서 중동 직항노선을 운항하는 항공사로는 대한항공(두바이, 리야드·제다)과 에미리트항공(두바이), 카타르항공(도하), 에티하드항공(아부다비) 등이 대표적이다.
국토부는 지난달 말 테헤란에서 열린 제11차 경제공동위원회가 열리고 나서 갑자기 운수권 배분을 경쟁적으로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이란 경제제제 해제에 앞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기 컨테이너선 운항을 재개하는 등 신속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 선사는 이란 제재 해제로 교역량 확대로 인한 물동량의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향후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다른 선사와 공동운항 형태로 이란 반다르압바스항을 운항하다가 이란 제재가 시작되고 2013년 10월부터는 아랍에미리트에서 이란의 비제재 대상자가 운영하는 부셰르항으로 피더노선(지선)을 운영한 바 있다.
지난해 6월부터는 컨테이너선 6척을 한진해운 단독으로 투입해 주1회 상하이, 광양항, 부산항, 닝보항 등을 거쳐 이란 반다르압바스항을 오가는 노선을 운항 중이다.
현대상선의 경우는 2013년 10월부터 반다르압바스항 운항을 중단했지만 지난해 6월부터 컨테이너선 7척을 투입해 주 1회 정기적으로 기항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기업이 이란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선 시장 선점을 위한 외국 기업간 경쟁 심화, 제재 복원 위험, 인프라 미비 등 리스크 요인을 철저히 분석해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윤원석 코트라 정보통상지원본부장은 “경제 제재 해제 이후 전세계가 이란을 주목하고 있다”며 “이란은 인구 8000만명의 내수시장과 풍부한 천연자원, 완성차 등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있어 중동 제일의 수출시장 및 진출 거점으로 부상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컨설팅실 안중기 선임연구원도 “이란은 경제제재가 풀리고서 시장이 개방되는 과정으로 대규모 인프라 투자 수요는 물론 소비시장도 급속도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저유가 영향으로 산유국들의 경상수지·재정수지 악화가 심해지고 있는 점, 정치·사회적 위험이 여전하다는 점 등 불안요인에 대해서도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