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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드컵·롤챔스…e스포츠, 돈만 갖고는 안된다

2016-03-20 09:26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자본이 많은 중국의 e스포츠는 왜 세계와 격차가 벌어졌나?

1. 들어가며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논하는 자유경제원에 무슨 게임이냐는 생각 때문에 글을 쓸까 고민했다. 하지만 오래 전 영국에서 축구가 노동자들의 스포츠로 귀족들이 좋아하는 테니스나 골프에 비해 저평가 받았던 것을 아는가? 지금은 어떤가? 중동의 석유재벌은 물론이고 중국, 인도의 갑부들이 투자를 하고 있다. ‘게임이 정말 스포츠인가?’의 논란은 제쳐두고, 99년도 투니버스라는 만화채널에서 시작된 일개 프로그램 게임리그1)가 17년이 지난 지금 이전보다 인식의 변화와 규모가 커진 것은 사실이다. 나는 이 게임대회를 가지고, 단순히 자본만 많다고 자본주의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근거를 꺼내보고자 한다.

2. LOL 그리고 롤드컵이란?

LOL는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유명 AOS 게임의 줄임말이다. 주로 5:5 대전으로 쉽게 말하면 캐릭터를 선택해서 육성하여 팀워크를 통해 넥서스라 불리는 상대의 본영을 파괴하는 게임이다. 스타크래프트 이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지도를 가진 게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초부터 온게임넷이라는 방송사에서 롤챔스 2)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대회를 열고 있다. 롤드컵이라는 것은 월드컵에 빗대어 개발사인 미국의 라이엇에서 여는 세계대회명칭이다. 한국, 중국, 미국, 대만, EU, 와일드카드 국가들에서 지역 대회를 통해 뽑힌 팀들끼리 가을에 우승을 놓고 경쟁하는 대회이다. 시즌5로 불렸던 작년에는 전 세계 3억 명 이상이 11억 원의 상금을 가질 팀이 누구인지 시청했다. 우리나라는 시즌2가 시작하던 2012년도에 대회가 시작돼서 CJ 프로스트가 그 해 준우승, 이듬해인 시즌3 2013년도에 SKT T1이 우승했고, 시즌4 2014년도에는 삼성 화이트가 국내3)에서 벌어진 결승에서 우승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한국, 유럽처럼 개인주의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나라에서는 오히려 개인의 명성을 쌓겠다는 ‘보이지 않는 프로의식’이 오히려 수많은 팬들에게 화려한 컨트롤로 눈길을 잡게 하고 있다./사진=리그오브레전드 한국홈페이지(kr.leagueoflegends.com)



3. 중국 자본의 위력

2014년도가 끝나고 개발사인 라이엇은 각 지역 대회에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1기업(클럽) 2팀 체제’를 금지하고, ‘1기업 1팀 체제’를 의무화하였다. 그 논리로는 토너먼트를 했을 때 같은 기업 소속의 양 팀이 만나게 되어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고, 2팀에서 1팀으로 줄면 기업에서는 상대적으로 선수들에게 연봉을 높게 줄 수 있다는 처우 개선의 명분이었다. 결국 라이엇의 의도대로 규정이 바뀌자 국내 선수들 중에 방출자가 많아지게 된다. 가뜩이나 리빌딩 할 시기에 경제가 불황이라 삼성 같은 경우에는 호성적이 오히려 재계약의 발목을 붙잡게 되었다. 주전 10명 포함 감독, 코치 그리고 후보선수까지 모두 계약 불발로 팀을 떠나서 중국으로 가게 된다.
 
국내에서 선수 지원과 투자가 가장 활발하다는 대기업 삼성이 회사 내부 사정 및 중국의 자본에 의해 거의 공중분해 되는 사태4)가 벌어지자 여러 가지 우려가 나왔다. 이후에 KT, CJ, 나진산업 등 국내기업들이 중국 자본에 의해 소속 선수들을 지키지 못하는 뉴스들은 계속 나왔다. 사실 기존에 해외로 이적한 선수들이 이전부터 존재는 했다. 하지만 이들은 주전에서 밀려나거나 비교적 수월한 경쟁체제 그리고 짧은 프로게이머 평균 수명 때문에 미래를 대비한 어학연수의 의미가 강했다. 하지만 위 계약 오피셜로 인해 국내 최상위권 선수들의 대량 유출로 ‘아, 역시 중국의 자본 앞에 게임도 끝나는구나.’, ‘이번 시즌5에서도 잘하면 너도나도 중국 가겠네.’, ‘중국 가서 떼돈을 벌려면 열심히 해야지.’, ‘얘는 아직 중국 안 갔냐?’ 등으로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그 이후 롤드컵을 앞두고 IEM5)이나 MSI6)에서 한국 대표로 출전한 프로팀들은 중국 대표로 나온 팀들에게 무릎 꿇게 된다. IEM에서는 국내에서 무패 행진을 달리던 팀이 중국 12개 팀 중에 11위로 부진한 하위권 팀에게 패배하기도 했다. 공통적으로 두 번 모두 중국 팀에는 전해에 국내 최강팀인 삼성 소속이었고, 이들이 중국에 흩어져서도 팀을 이끈 것이었다. 
 
당시에 그렇게 생각했다. 우리나라는 끝났다. 자본의 힘으로 중국이 세계 최고의 리그라고 여겼다. ‘이제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열심히 하겠지. 열심히 해서 너도나도 중국에 가서 더 큰 돈을 받고 더 좋은 경기와 쇼맨십을 보여주겠지. 그게 프로니까.’ 우연히 이런 글도 봤었다. ‘시베리아 호랑이가 나가니까 암사자가 왕이다. 나머지는 전부 하이에나, 늑대니까 암사자가 이들을 압도적으로 이기니 다시 콩깍지가 낀 것이다. 문제는 다른 동네엔 벵골 호랑이, 수사자가 불곰, 하이에나, 롤랜드 고릴라랑 쉴 틈 없이 싸우며 성장하고 있는데, 잠깐 호랑이와 수사자가 부진하니까 ’봐라! 우리 암사자는 이렇게 강하다.‘라고 말이다. 중국으로 시베리아 호랑이급들이 이적을 하니까 그들에 묻혔던 암사자급이 자국에서 무패행진을 하고 있을 때 중국은 벵골 호랑이와 수사자급이 치열한 도중 잠시 부진한 것에 우리는 자만해서 이 꼴이 났다는 내용이었다. 이 말에 동의해서 한동안 경기를 보지 않았다. 그러다 가을에 롤드컵이 열리자 다시 관심을 갖고 시청하게 되었다.

롤드컵, 롤챔스에는 중동의 석유재벌은 물론이고 중국, 인도의 갑부들이 투자를 하고 있다. '게임이 정말 스포츠인가'라는 논란은 제쳐두어도 괜찮다./사진=리그오브레전드 한국홈페이지(kr.leagueoflegends.com)



4. 자본으로 자만한 중국의 착각

'준우승만 해도 대단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돈으로는 무엇을 못하겠냐 싶었다. 그런데 막상 보니까 이전에 봤던 중국이 아니었다. 라이벌인 우리나라는커녕 EU 심지어는 대만 팀들에게도 패배하는 이변의 연속이었다. 중국 기업들의 투자 자금은 획기적으로 늘었지만, 성적은 오히려 전해보다 못했다. 전해에는 준우승과 4강에 진출해 한국과 거의 대등했었다. 하지만 예선 풀리그에서 2팀이 탈락하고, 간신히 1팀이 올라와서는 토너먼트에서 바로 탈락했다. 지난 이벤트 대회에서 만리장성의 높아진 벽에 막혔던 한국 팀들은 오히려 절치부심해서 결승에 모두 2팀이 올라가는 남의 나라 잔치의 주인공이 되었다. 가까워진 차이를 따라잡은 것이 아니라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당시에 중국 네티즌들은 몇 달 전 벌어진 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보고는 우승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오히려 중국 대표 팀들에 부담이었다. 사실 중국은 늘 우승후보였고, 최강이었던 한국을 견제할 유일한 리그였지만 그들은 아직 우승한 경험이 없었다. 인근에 작은 나라인 대만도 우승한 적이 있는데, 우승 한 번 못한 나라에 선수들은 큰 부담이었다. 다음으로는 뻔한 전략이었다. 예전부터 중국은 무조건 우르르 달려가서 꽝하고 붙는 호전적인 전략을 쓰는 리그였다. 경기를 보는 관객들은 재밌었을 것이다. 세상에 싸움 구경이 제일 재미있다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역대 전쟁사를 보면 전쟁에서 무조건 싸우면 안 되고, 피할 줄도 알고, 변수도 만들어 내는 그런 운영이 중국에게는 없었다. 그저 좋은 선수들이 와서 좀 더 잘 싸워진 것 뿐 이었다. 머리가 바뀌어야 하는데, 무기와 갑옷만 바뀐 것이었다.
 
반면에 한국은 처음 중국의 업그레이드 된 호전적인 메타에 당황했지만, 그들의 변화를 거부한 스스로를 규제하는 것 같은 전략들에 수차례 당해 와서 면역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장점인 돌아가며 생각하는 운영을 극대화 시켰다. 이를 경제학 용어로 스노볼이라고 한다. 한국은 유리한 상황이 갖춰지면 이 스노볼을 잘 굴리는 팀들이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연습을 안 하는 것이었다.7) 앞의 미니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한 이후 자신들의 팀이 최고고 자기 나라의 리그가 최고라는 자만심이 문제였다. 그보다도 10억이 넘는 상금이 있는데 다른 나라들은 죽어라 연습하는데 반해 왜 이들은 연습하지 않았을까? 지금 중국을 보고 공산주의라고 하기는 힘들다. 분명 우리나라에서 선수가 유출되었던 것은 중국의 자본에 의해서 엑소더스 현상이 만들어진 것이다. ‘공산주의 국가가 자본으로 자본주의 국가를 이긴다?’ 다른 이유가 있었다.

LOL는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유명 AOS 게임의 줄임말이다. 5:5 대전으로 팀워크를 통해 상대의 본영을 파괴하는 게임이다. 스타크래프트 이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지도를 가진 게임이다./사진=리그오브레전드 한국홈페이지(kr.leagueoflegends.com)



5. 마인드는 여전히 反 자유주의였던 중국

사실 중국에서 프로게이머를 하는 중국 현지인들 다수는 풍족한 집안에서 자랐다. 어릴 때부터 큰돈이 돌아가는 것을 간접적으로 봤기에 경제관념에 깨어있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다른 나라에서 프로게이머라고 하면 직업의식을 가지고 성공을 위해 노력하고, 프로스포츠니만큼 관객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돈을 벌고, 더 큰 명성과 돈을 벌기 위해 성실하게 하는 것이 프로의 자세였다. 그러나 중국에서 프로게이머는 그저 부잣집 자식의 취미생활 같은 것이었다. 쉽게 말해 의지부족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가뜩이나 고연봉자들이 아닌가? 뭐 대충 경기를 해도 연봉이 몇 십억 나오는데, 우승이 보장되지도 않은 세계대회에 힘들게 고생할 필요가 뭐가 있겠나? 자본이 많아진 사회주의 마인드의 중국 선수들의 모습이었다. 

자본이 많든 적든 자신의 직업만 보장된다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프로라는 직업의식이나 이런 것은 그들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었다. 공동체이자 다수를 중요시하는 사회주의 국가 중국은 다수의 팬들의 염원을 이뤄줄 생각이 별로 없었다. 그 반면에 한국, 유럽처럼 개인주의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나라에서는 오히려 개인의 명성을 쌓겠다는 ‘보이지 않는 프로의식’이 오히려 수많은 팬들에게 화려한 컨트롤로 눈길을 잡게 한 것이었다. 물론 중국이 모든 종목에서 이런 것은 아니지만, 흔한 축구만 봐도 왜 수준이 그 정도인지 알 수가 있다. 대회가 끝나고 중국에서는 내부반성으로 한국에서 선수 영입보다는 리그 규정을 바꾸거나 자국 리그 선수들끼리 트레이드를 하곤 했는데, 무엇보다도 의식이 깨어있지 않으면 영원히 1등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최성환 자유기고가

1) 스타크래프트 99 프로게이머 코리아오픈(1999년, 투니버스)

2) Lol Champions of Korea : LCK라는 약칭으로 사용 

3)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92&aid=0002061905

4) http://sports.news.naver.com/esports/news/read.nhn?oid=109&aid=0002931764

5) Intel Extreme Masters의 약칭으로 인텔에서 정기적으로 주최하는 대회 

6) Mid Season Invitational로 각 지역 스프링시즌 우승팀끼리 모여 최강자를 가리는 섬머시즌 개막 이전 대회

7) http://sports.news.naver.com/esports/news/read.nhn?oid=311&aid=0000539135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젊은함성'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최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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