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진영 더민주행, 금뱃지 목맨 사익정치 전형

2016-03-20 14:58 | 이서영 기자 | mediapen@mediapen.com
[미디어펜=이서영 기자]그는 원래 영국신사였다. 판사 출신의 묵직하고, 겸손함이 묻어났다. 성실함이 돋보였다. 온화한 인상의 그는 항상 주군을 모시는 참모로서 자신을 앞세우지 않았다.

새누리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진영 의원이 20일 초고속으로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15일 공천에서 탈락하자마자 17일 탈당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아예 그의 입당에 대비해 후보를 내지 않았다. 더민주에선 주말에 입당할 것이라고 흘렸다. 같은 고향(전북) 출신인 김종인 대표와 친분도 제기됐다.

그의 새누리당 탈당의 변은 쓰라린 보복. 희생양 코스프레를 노렸는지 모른다. 이어 삼일만에 예정대로 더민주에 들어갔다. 입당식에서 김종인대표와 악수를 나누면서 민주정치, 민생정치, 통합의 정치를 이룩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의 더민주 입당을 보는 것은 무척 씁쓸하다. 그의 삶 자체가 여당과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특보로 정계에 입문한 후 줄곧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서 핵심요직을 맡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시절엔 초대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부인도 이회창 총재의 주치의였다. 박 대통령 대선 캠프에선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가 위원장을 맡을 때였다. 김종인-진영이 여당을 떠나 야당에서 손을 잡는 아이러니가 일어났다.

진영 의원은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한 핵심 참모였다. 장관까지 했다. 그런 그가 부리나케 더민주 김종인 품에 안겼다. 염량세태를 실감케 한다.그의 놀랍고도, 가벼운 변신에 대해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어떻게 볼지 걱정된다./사진=연합뉴스

김종인 대표는 워낙 여당과 야당을 오간 인사다. 신념이나 가치는 온데간데 없다. 오로지 선거공학자, 책사로서만 이미지가 정형화돼 있다. 더민주 비례대표로 안정적 순번을 확보했다고 한다. 비례대표로만 5번째다. 그가 이번엔 킹메이커가 아닌, 킹까지 노린다는 설도 나온다. 진영 의원을 데려가는 것도 원모심려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진영의 변신은 너무나 놀랍다. 충격적이다. 박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후 인수위 부위원장까지 맡은 그다. 초대 복지부장관까지 지냈다. 비록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방식에 불만을 품고 청와대에 이의를 제기하는 항명을 보이기도 했다. 그가 제시했던 기초연금 추계방식은 대부분 틀린 것으로 추후에 판명났다. 청와대 방침에 어긋나는 행태를 보이면서 그는 복지부장관에서 물러났다.

진 의원은 3선의 중진의원이다. 여당안에서 원조 친박계로 분류된다. 비록 이번 공천에서 아쉽게 탈락했다고 해도 그의 정치적 삶은 여권내에서 이뤄어졌다. 공천을 받지 못했다고 곧바로 탈당하고, 더민주의 진영에 투항했다. 금뱃지가 그렇게 소중한지 모르겠다. 오로지 공천을 받아 총선에 나가겠다는 탐욕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의 탈락에 아쉬움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억울하게 탈락했다고 해도 처신을 그렇게 가볍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박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모신 핵심 참모라면 진중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어느 네티즌이 그의 더민주 입당에 대해 번갯불에 콩튀어 먹는 것처럼 말을 갈아탔다고 촌평했다. 보수진영 사람들은 그가 단물만 빼먹고 적진으로 곧바로 달려갔다고 생각할 것이다. 지지층조차 신뢰할 수 없는 정치인이라고 볼 수 있다.

쓰라린 보복을 당했다고 하지만, 과연 그런지 답답하다. 지역구(서울 용산)에서 내리 3선을 했으면 할만큼 했다. 국민의 세금을 받는 국회의원이 종신직은 아닐 것이다. 자신만이 영원히 용산구에서 내리 공천을 받아 의원을 천년만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 아닌지 곱씹어봐야 한다. 탈당의 명분을 그럴듯하게 해야 더민주에 가서 생존하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의 판단이 맞는지는 용산 주민들이 판단할 것이다.

그의 변신은 조웅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더민주 입당에 비해 더욱 충격적이다. 조웅천은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으로 옷을 벗은 후 더민주에 입당해 남양주갑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진 의원은 박 대통령을 더욱 지근거리에서 보필한 핵심 참모였다. 장관까지 했다. 그런 그가 부리나케 더민주 김종인 품에 안겼다. 염량세태를 실감케 한다.

진영 의원은 훌륭한 정치인이다. 그의 삶 자체는 신뢰할 만한 길을 걸었다. 나무랄데 없는 신뢰의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이번 탈당과 적진투항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바뀌었다. 사익으로 똘똘 뭉친 그저 그런 정치인이라는 것을...금뱃지만 달면 어떤 이탈과 투항도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20여간 여권에서 몸을 담은 그가 더민주로 가서 생환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더민주 입당의 변은 그럴듯하다. 권위주의 정치에 맞서는 민주정치, 서민 위한 민생정치,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민주정치를 내건 것은 유승민류의 값싼 레테르(대한민국 헌법1조는 민주공화국이다)를 연상케 한다. 여권에서 20년간 몸을 담아온 중견 정치인이 느닷없이 권위주의 배제와 민주정치를 내세우는 것은 공허한 명분으로 보일 뿐이다.

더민주야말로 그동안 친노 친문의 패권정치로 점철됐다. 김종인 대표는 이번 공천에서 일부 친노세력을 제거했다. 친노 및 친문 운동권 패권 주류들은 여전히 살아남아 공천을 받았다. 그의 입지가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철새정치인은 선거 때마다 국민들의 심판을 받았다. 진 의원이 희생자 이미지를 무기로 야당지지층의 마음을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 공천에선 비박만 대거 탈락한 게 아니다. 친박들도 대거 고배를 마셨다. 김태환 의원, 김재원 의원, 조윤선 전 정무수석 등이 대표적이다.

그의 놀랍고도, 가벼운 변신에 대해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어떻게 볼지 걱정된다.


[미디어펜=이서영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