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최근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간 삼각합병이 이뤄질 것이라는 루머가 지속적으로 돌고 있다.
그간 증권가에서 떠돌던 삼성물산 주택·건설사업 부문 KCC 매각설에 대해서는 양사가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또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도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설을 일축하면서 차선책으로 삼성물산이 건설부문을 자회사로 분할해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 후 존속회사로 남기는 삼각분할합병 방안이 유력하다고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이달부터 시행된 상법 개정안에 따라 그간 허용됐던 삼각합병 뿐 아니라 인수대상 기업의 특정사업 부분만을 떼어내 합병하는 삼각분할합병도 가능하게 됐다. 이 같은 기대감에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22~23일 이틀간 7%대로 급등했다.
특히 삼각합병은 자회사가 특정 기업을 인수할 경우, 모기업의 주식으로 인수대금을 치를 수 있어 지분희석 우려가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입장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대신 지주사인 삼성물산 지분을 받기 때문에 오히려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이 높아진다.
삼각합병은 주주총회가 필요 없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우려도 없다. 지난 2014년 추진됐던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합병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무산된 점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길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이미 지난달 22일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이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매입할 경우,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11.7%를 이 부회장이 블록딜 형태로 추가 취득하고, 삼성물산이 건설부문(자사주 포함)을 물적분할해 삼성엔지니어링과 삼각 및 역삼각합병을 통해 삼성물산 지분을 취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같은 시나리오에 따르면 방위, 화학사업 등 비주력 계열사를 잇따라 매각했던 이 부회장이 왜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참여 의사를 밝히고 지분을 매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섰는지 설명이 된다.
이 부회장이 지난달 삼성SDS를 매각한 자금 2300억원으로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양사의 삼각분할합병 가능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양사 삼각합병을 하면 이 부회장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을 통해 삼성물산의 지분을 늘리는 셈이 된다.
증권가에서도 합병에 대해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선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건설부문은 입찰 경쟁을 해야 해 회사를 단순히 합친다고 시너지 효과가 나는 분야는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해외시장에서는 건설사의 규모가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합병의 효과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사업적 측면에서는 중립이지만 이 부회장으로서는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무조건 삼각합병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삼성물산과 섬성엔지니어링의 삼각합병을 위해서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인 삼성SDI의 지분 매각이 선행되야 한다는 지적이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성SDI가 삼성물산을 지분을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의 대가로 받으면 신규 순환출자 문제가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이 1.54%로 아직 미미하다는 점도 넘어야 할 숙제다.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삼성엔니어링의 주가가 최대한 올라가야 삼각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의 주식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를 팔고 남은 700억원으로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추가 매입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삼각분할합병설에 대히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