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가 지난 14일 출시된 이후 시장의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가입자 수는 점점 줄고 있다.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꺼낸 카드임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장점이 없다'는 의견도 많다. 수수료 문제, 비과세혜택의 이면 등 'ISA 회의론'이 만만찮은 추세다. ISA가 정말 당국의 기대대로 '국민재산증식'을 할 수 있을지 비관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금융권은 지난 22일 'ISA 테스크포스(TF)' 3차 회의를 열어 ISA 출시 후 1주일이 경과한 시점에서 현황을 분석하고 현장 동향을 점검했다. 이에 따르면 ISA 출시 후 약 1주일간의 판매실적은 총 65만8040계좌, 가입금액은 3204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일별 가입자 숫자다. 출시 첫날 32만 2990명이 가입한 ISA는 2일째 11만 1428명, 3일째 8만 1005명, 4일째 7만 858명, 5일째 7만 1759명, 6일째 4만 8632명 등으로 갈수록 가입자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금융위원회 김용범 사무처장은 ISA를 "어려운 재정여건 속에서도 각고의 노력 끝에 도입된 옥동자"로 비유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연구위원 역시 "복지예산을 감당할 세수 확보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상황이다 보니 논의 초반에는 비과세를 장점으로 내세운 ISA 도입이 불가능해 보이던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ISA 회의론'이 만만찮은 추세다. ISA가 정말 당국의 기대대로 '국민재산증식'을 할 수 있을지 비관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미디어펜
많은 어려움 속에서 탄생한 ISA가 정작 시장에서 기대보다 주춤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이유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 마디로 메리트가 없다"고 단언했다. "ISA에서 발생한 모든 소득에 대해 비과세하고 의무가입기간도 없는 영국이나 일본에 비해 우리 ISA는 제약이 너무 많다"는 얘기다.
현재 금융당국이 내세우고 있는 ISA의 장점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예‧적금, 펀드와 같은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통합해 관리하면서 얻은 수익에 대해 200만 원(총 급여 연5000만 원 이하의 경우 250만 원)까지는 이자소득세 15.4%를 물리지 않는다. 비과세 한도를 초과한 금액도 9.9%로 분리과세가 된다. 역대 최저수준의 저금리 시대에 이자소득세에 대한 비과세혜택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문제는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생각보다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비과세혜택 기간은 가입 시점으로부터 5년간이며 연간 투자한도는 2000만 원, 그러니까 최대 1억 원이다.
우선 5년이라는 의무유지기간은 소비자들이 ISA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게 되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에는 계좌 내 금액에 대한 중도인출이 불가능하며 중간해지를 할 경우 비과세혜택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서민형 상품은 의무 3년).
주변의 권유로 ISA 가입을 고려했다 결국 포기한 A씨(36)는 "요즘 세상에 5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데 중간해지하면 '말짱꽝'에 수수료까지 물어야 한다는 게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아 일반 예‧적금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드시 의무가입기간 때문이 아니더라도 수수료 문제는 ISA 최고의 단점으로 꼽히고 있다. ISA는 계좌 내에서 이용하는 상품의 위험도에 따라 원금의 0.1~1.0% 까지 수수료를 부과한다. 아무리 초저금리 시대라 해도 '돈을 맡겨두면 이자를 받는' 게 상식인 대다수 국민들에게 수수료는 부담스러운 개념이다.
지난 22일 금융위원회 김용범 사무처장은 ISA를 "어려운 재정여건 속에서도 각고의 노력 끝에 도입된 옥동자"로 비유했다. /미디어펜
금융위 측은 "ISA에서 실제 고객이 부담하는 수수료 수준은 개별상품에 투자했을 경우와 비교할 때 유사한 경우가 많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ISA가 더 유리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 예시를 위해 금융위는 △초저위험 성향(예금 30% MMF 40% RP 30%) △중위험 성향(해외채권형 펀드 40% 해외주식혼합펀드 40% ELS 20%) △초고위험 성향(국내주식형펀드 20% 해외주식형펀드 60% ELS 20%)으로 가상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개별투자 시 수수료와 ISA 투자 시 수수료를 비교한 자료를 지난 22일 발표했다.
그 결과 초저위험의 경우 ISA 쪽의 수수료가 더 높았고 중위험과 초고위험의 경우에만 ISA 수수료가 낮았다. 높은 위험부담을 감수할 의향이 있는 투자자라면 ISA로 돈을 굴리는 편이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이 사례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ISA에 관심 갖는 일반 투자자 중에서 고위험을 감수하며 재테크하는 사람이 솔직히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전년도 금융소득이 2000만 원 이하인 사람들의 '재산증식'을 표방하면서 높은 위험을 감수할수록 ISA 수수료가 낮아진다는 점을 어필하는 건 모순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특히 돈만 맡기면 금융회사가 알아서 돈을 굴려주는 일임형ISA의 경우 소비자가 직접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신탁형ISA보다 당연히 수수료가 비싸다. 전년도 금융소득이 2000만 원 이하인 근로소득자, 자영업자, 농어민만이 ISA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재테크에 그리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ISA의 메리트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현재 ISA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가진 또 다른 상품들은 얼마든지 있다"고 입을 모은다. 3~5년의 의무가입기간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일반 예‧적금 상품으로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할 수 있다.
일례로 최근 우리종합금융은 '더 좋은 정기적금' 상품을 내놓아 기본이자 3%에 최대 2%까지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단, 가입기간이 최대 12개월이고 납입금액 또한 최소 10만 원에서 최대 100만 원으로 제한적이라는 점은 참고해야 한다.
비과세혜택을 누리고 싶은 소비자들은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지난달 29일 출시된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는 투자소득에 대한 과세가 없다. 만 61세 이상의 경우 비과세종합저축을 고려하는 것도 방법이다. 전 금융기관 합산 1인당 50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여기서 발생하는 모든 이자 수익에 대해 비과세한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