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단비 기자] 얼마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세기의 대결이 있었다. 바로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이다. 이는 '인간 대 인공지능'간의 대결로 대국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모았으며 그 이후에도 수없이 회자되고 있다.
이같은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존재와 자리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계기였다고 평가되고 있는 가운데 이는 장기적으로 보험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생명은 다음달 중순을 목표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자동 언더라이팅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언더라이팅이란 보험사의 계약자 인수 심사 과정으로 계약자의 건강진단 결과 등을 바탕으로 보험계약의 인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삼성생명은 기존에 EUS(Expert Underwriting System) 시스템을 사용해왔으며 이는 자동 언더라이팅 시스템이다. 삼성생명은 전체 언더라이팅 업무의 10~20% 가량을 해당 자동 언더라이팅 시스템을 이용, 나머지 언더라이팅 업무는 언더라이팅 담당 직원들의 손을 거쳐 진행해왔다.
이에 삼성생명은 업무를 효율화 시키고 언더라이터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이번에 EUS 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AEUS(Advanced Expert Underwriting System) 마련에 나섰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AEUS 시스템은 보다 좀 더 세분화된 것으로 언더라이터가 메디컬 정보, 질병 가이드라인, 직업, 차종, 취미 등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심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이를 통해 기존보다 자동 심사 비율이 보다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업그레이드된 자동 언더라이팅 시스템을 통해 70% 가량을 자동 심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현재는 활용가능한지 테스트 단계에 있으며 오는 4월 중순께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인공지능 알파고처럼 인간의 지능으로 할 수 있는 사고, 학습, 자기계발 등이 가능한 수준은 아니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인간을 대신해 컴퓨터가 자동 언더라이팅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현재 컴퓨터 알고리즘이 보험상품을 분석, 플랜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마이리얼플랜'이라는 핀테크 회사도 나왔다. 소비자가 보험 플랜을 요청하면 다수의 설계사가 입찰에 참여, 입찰 완료 후 컴퓨터 알고리즘이 보험상품 분석하고 플랜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에 장기적으로 빅데이터와 함께 인공지능 컴퓨터 기술이 보험요율 산출, 언더라이팅 그리고 판매채널에 도입될 경우 보험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보험연구원 김석영 연구위원과 이선주 연구원은 최근 '인공지능 알파고와 보험산업의 미래'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석영 연구위원은 "보험회사는 언더라이팅 시간 단축, 비용절감과 언더라이팅 일관성을 위해 장기적으로 자동 언더라이팅 시스템을 도입할 전망"이라며 "인공지능 컴퓨터 기술이 접목된 온라인 또는 앱 기반의 판매채널은 상품판매뿐만 아니라 보험요율 산출, 언더라이팅까지 모든 과정을 원스톱으로 처리해 효율성이 제고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대규모 전속판매채널을 보유한 보험회사의 시장지배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디어펜=정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