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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시장 진출 각축…넘어야 할 산도

2016-03-29 12:29 | 김세헌 기자 | betterman89@gmail.com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식품업체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는 작년 3월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고 검역·위생 등록을 마쳤다. 이어 6월 한국과 말레이시아 간 검역증명서 협의를 완료해 수출을 개시했다.

빙그레는 올해 바나나맛 우유 총 50톤(약 12만달러)을 말레이시아에 수출할 예정이며 현지 반응을 보고 수출 물량을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국내 식품업체들은 ‘할랄 인증’을 등에 업고 16억명 인구의 무슬림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집중적으로 국내외 기구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은 뒤 올해 수출 판로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전 세계 인구 10명 중 4명이 이슬람교도(무슬림)로 집계되는 가운데 이들을 공략하려는 식품업계의 발길도 빨라지고 있다. / 연합뉴스


할랄식품 시장은 세계 식품시장의 17.7%를 점하고 있으며, 매년 20% 이상 성장해 2019년에는 2조5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할랄 인증을 받고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 수출 중인 햇반, 김치, 김을 올해 중동에까지 판매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올해 할랄 제품 수출을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인 40억원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CJ제일제당의 할랄 수출액은 2012년 3억4000만원, 2013년 5억원, 2014년 12억원, 2015년 20억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1월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은 밀키스와 알로에주스를 앞세워 할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다. 올해 말레이시아에 밀키스 100만캔(250㎖ 기준), 알로에주스 75만페트(500㎖ 기준)를 수출할 계획이다.

밀키스와 알로에주스의 경우 할랄 인증을 받기 전부터 말레이시아에 수출해 연간 4∼5억원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할랄 인증을 받게 된 만큼 수출액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말레이시아 뿐 아니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중동 지역 등으로 수출을 확대할 예정이다.

지자체 할랄식품 시장 진출 사활

지방자치단체들도 할랄식품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경제적 실익이 크고 세계 식품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확보의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제품 개발과 판촉 등 육성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강원도는 할랄식품 시장 선점과 관광·경제의 중국 편중을 분산하기 위해 지난해 4월 무슬림시장 공략 계획을 발표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전에 할랄타운을 차려 할랄식품을 서비스하고 할랄 향토식품을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는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100여명의 무슬림 선수·임원·관광단 지원 방안도 포함됐다. 특히 2017년 세계이슬람경제포럼(WIEF) 유치 및 여성비즈니스 네트워크 개최, 동아시아 할랄 콘퍼런스에 큰 기대를 걸었다.

경남도는 올해 할랄시장 개척 등을 위해 2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고등어, 오징어, 죽염에 이어 어묵, 조미료김도 할랄식품으로 등록할 방침이다. 진주 배는 이미 할랄 인증을 받아 지난 1월 6.75톤이 수출됐다.

제주도는 올해 동남아시아 이슬람권을 비롯한 해외시장에 11억달러 수출 목표를 세웠다. 이미 지역 대형 호텔이나 음식점에 기도시설을 만들고 할랄인증 대행기관과 함께 천연 화장품, 유기농 식품 등을 판매 중이다.

현재 기업과 일부 지자체가 할랄시장 진출이 국내 수출활성화를 위한 최대 기회로 보고 있는 가운데 사업육성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이 같은 행보가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그간 정부와 일부 지자체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사업이 각종 단체의 반발에 막혀 좌초 위기를 맞은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익산시의 경우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에 할랄구역 지정을 추진하려다 기독교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할랄단지 조성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간들은 “할랄시장이 매년 20% 가량 성장하는 만큼 국익과 식품산업 육성을 위해 적극적인 진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한국을 선호하는 이슬람권에 대한 진출을 할랄식품 논란 때문에 멈추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 상당히 크고 대외경제 전략에도 큰 차질을 유발시킨다는 지적이다. 종교적인 문제를 경제나 공적인 영역과 연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관광·뷰티·물류 등 연관산업 범위 확대

대부분 식품분야에만 한정돼 있던 할랄시장은 최근 의약품, 화장품, 관광, 금융, 물류 등으로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하나의 할랄 상품이 또 다른 상품과 산업에 적용되면서 거대한 시장을 형성해가고 있는 것이다. 

할랄 화장품의 경우 무슬림뿐 아니라 동물 실험을 반대하거나 유해 화학물질을 기피하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슬람 지역에서 할랄 규율이 강조되면서 할랄 인증 화장품의 선호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할랄 의약품 시장은 2013년 기준 739억달러 규모로 전 세계 제약시장의 6.7%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오는 2018년에는 97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슬람권 시장을 겨냥해 할랄 인증 체계를 갖추고 있다. 

또한 할랄 관광은 비행기에서부터 투숙 호텔에 이르기까지 무슬림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한 관광 상품이 시행중이다. 

이슬람 금융은 샤리아를 준수하는데, 샤리아에서는 금전대여에 따른 이자 수취금지, 이익 및 손실을 공유하는 파트너쉽 등의 원칙을 이행한 금융거래만 통용되고 있다. 이에 샤리아에 의한 이자 금지 율법을 따르는 금융상품도 개발되고 있다. 

한국할랄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무슬림 인구의 지속적인 증가와 할랄시장의 확대에 따라 수출기업에 대한 할랄수출 지원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 할랄 인증 관련 취득지원, 상품개발 등을 통해 수출기업과 수출농가의 할랄국가 수출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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