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최고위원이 한 여론조사를 인용하며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칭송했다. “전문가들이 우리시대의 영웅을 조사한 결과,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이 1, 2위를 차지했다. 국민의 영웅을 둔 민주당의 지도자인 두분의 존영이 걸려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명예와 가치, 정신이 훼손되지 않도록 민주당이 제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해 3월 19일 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 모두 발언에서도 두 전직대통령의 존영이 거론됐다. 박주선 최고위원(현 국민의 당소속)은 이날 민주당의 영등포당사 2층에는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존영이 걸려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김 전 대통령의 존영이 유실됐다며 친노계의 열린우리계가 민주계를 무시하고, 김 전 대통령을 폄하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손학규 대표는 같은 해 10월 27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미대사의 예방을 받고 환담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전직대통령의 존영을 언급했다. 그는 “(손학규) 대표님 등 뒤에 걸려 있는 두 분 전 대통령님의 존영을 보니 두 분 대통령께서 한미관계 발전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는지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4.13 총선 대구 동구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 의원이 30일 오후 대구시 동구 용계동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개소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 앞에서 지지자들을 맞이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존영(尊影)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사진이나 화상 따위를 높여 이르는 말”이다. 국가원수나 존경받는 인물들의 사진을 지칭할 때 쓰는 존대어다.
야당이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존영 문제를 정치적 이슈로 비화시키고 폄하하는 것은 금도를 벗어났다. 더민주의 오너인 문재인 전 대표는 30일 대구경북과 울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의 존영에 대해 예의에 어긋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친박, 진박, 원조친박, 종박...세상에 무슨 박이 그리 많으냐”면서 “어떤 박은 대통령 사진을 존영이라고 부르던데 지금이 여왕시대인가”라고 했다.
대구경북 새누리당 후보들이 박 대통령의 사진을 존영이라고 부른 것에 대해 여왕시대 운운하며 폄하한 것. 좌파의 논객 진중권도 빠지지 않고 숟가락을 얹었다. “남조선이나 북조선이나 조선은 하나다”라고 비아낭거렸다.
문재인 의원이나 진중권은 국가원수 사진에 대한 존영 호칭은 야당이 먼저 사용한 것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 자신들이 사용하면 로맨스요, 새누리당이 쓰면 불륜식의 악의적인 정치공세를 벌이고 있다. 민주당이 2010년에 최고위원회에서 세 번이나 두 전직대통령의 사진을 존영이라고 부른 것은 무엇인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봉건시대 군주 같아서 그런 표현을 쓴 것인가? 더민주당 홈페이지는 지금도 버젓이 두 전직대통령의 사진을 존영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정치적 공방을 벌여도 금도를 갖고 해야 한다. 대권까지 꿈꾸는 문 의원이 여왕운운하며 폄하한 것은 정치지도자답지 않다. 치졸하기만 하다. 이런 옹졸하고, 편협한 시각을 가진 정치인이 야당의 대권을 쟁취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답답하다. 자신의 주군에 대해선 존영이라고 하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박대통령의 사진을 존영이라고 한 것은 봉건시대 여왕운운 비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독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오로지 선거승리만을 위해 국가원수에 대한 예의는 눈꼽만치도 없다. 친노운동권을 이끄는 대부답지 않다.
존영 논란은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당한 사람들이 박대통령의 사진을 후보사무실 등에서 계속 사용하면서 불거졌다. 대구시당은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 권은희 유성걸씨등이 후보사무실등에 박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고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박 대통령의 사진액자를 반납하라고 했다.
2010년 민주당 영등포 당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존영이 유실됐다는 내용을 담은 국회신문 보도 내용.이 자료는 현재는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게시되어 있디.
언론과 야당에서 존영 반납 요구에 대해 새누리당의 편협한 행태로 비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유승민 권은희 후보등이 자칫 지역구 유권자들을 현혹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자들과 공천을 받지 못한 무소속 후보자가 동시에 박 대통령 존영을 활용하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유승민은 그동안 수차례 박 대통령의 국정개혁 발목을 잡았다. 원내 대표 시절 대통령의 행정입법권을 무력화시키는 국회법 개정안을 야당과 합의해 통과시킨 것은 대표적인 발목잡기다.
국회법 개정안은 그야말로 야당이 대통령의 행정입법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야당독재법, 국회독재법이 될 뻔했다. 대통령의 각종 개혁정책이 심각하게 표류할 수도 있었다.
유승민 의원은 박 대통령이 일자리창출의 핵심법안으로 강조했던 관광진흥법안도 해결하지 못한채 야당에게 질질 끌려다녔다. 야당은 광주의 숙원사업인 아시아문화전당관련법을 처리해 주면 학교앞 호텔신축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안을 연계처리해 주겠다고 미끼를 던졌다. 유승민은 야당 원내대표와의 협상에서 아시아문화전당법안은 합의처리해 주고, 정작 대통령의 관심법안인 관광진흥법안은 챙기지 못했다. 야당만 전리품을 챙기고 만 것이다. 야당의 협상에 당한 것이다.
관광진흥법은 지난해말에나 천신만고 끝에 통과됐다. 새누리당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단독통과시키겠다고 압박했다. 더민주는 자신들의 지역구 예산을 챙기지 못할 우려가 커지자 관광진흥법안의 직권상정에 동의했다. 관광진흥법이 조기에 통과됐으면,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조금 더 일찍 제공됐을 것이다.
유승민은 그동안 19대 국회들어 박 대통령의 국정에 협조하기는커녕 심각한 상처를 줬다는 게 새누리당의 중론이다. 그는 2014년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집권이후 증세없는 복지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재정절감과 구조개혁, 감면조치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복지재원을 마련하느라 전력투구했다. 국민들의 세부담을 증가시키지 않으려는 대통령의 고뇌에 찬 의지였다.
유승민은 이런 대통령의 고뇌에 대해 허구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그것도 국회본회의장에서. 야당은 그의 연설에 박수를 쳤다. 반대로 새누리당 의원들은 침묵했다. 황당했다. 언론과 보수지지층에선 그가 여당 원내대표가 아니라, 야당원내 대표같다고 비판했을 정도다. 유승민은 자신의 구상과 연설등을 개혁보수라고 했다. 보수의 외연을 넓히기 위한 시도라고 주장했다. 보수주류는 그의 이런 행태에 대해 반시장적, 반기업적 중도좌파 노선이라고 비판했다.
유승민 의원이 박 대통령의 개혁정책에 뒷다리를 잡았으면서 존영을 지속적으로 걸어놓고 있는것은 문제가 있다. 당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대통령의 발목을 잡은 사람이 대통령사진을 버젓이 활용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대구시당의 주장처럼 박 대통령의 존영을 반납하고 선거를 치르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