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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버린 나라?…더 큰 자유 희생하는 성급한 주장

2016-04-04 09:15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군대를 버린 나라』, '거짓 평화'를 연극하며 자유주의를 버리라고?

중남미 카리브해 연안에 위치한 코스타리카. 코스타리카는 1949년 신헌법을 제정하면서 군대를 폐지하였다. 헌법에 의해 군대를 갖지 못하는 일본과 유사하다. 『군대를 버린 나라』 저자 '아다치 리키야'는 서문에서 이 책을 쓴 의도를 코스타리카 주민의 말을 빌려 이야기 한다.

"민주주의와 군대는 서로 양립하지 않는 것이에요. 만일 군대가 있으면 거기에 진정한 민주주의는 없어요."
- 서문 중 8p

과연 군대가 없어야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지 책을 조금 더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이 책의 구성은 서문 본문(총6장으로 구성) 후기로 이루어진다. 특히 살펴볼 것은 제2장, 제3장, 제4장, 제6장이다. 책은 전반적으로 코스타리카를 낙원으로 그리고 있다. 낙원이라고 결론을 내리기까지의 도출은 다음과 같다. 

도서 『군대를 버린 나라』가 코스타리카를 낙원이라고 결론을 내리는 논리구조./사진=자유경제원 자유북소리 '도서고발' 게시판



반대로 군대를 폐지하지 않은 국가에는 평화와 인권, 환경, 민주주의가 올바르게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물음에 책에서는 대통령을 비교하면서 말을 한다.

"저 나라(미국)의 대통령을 보세요. 항상 많은 무장 경비원을 데리고 걷잖아요. 코스타리카 대통령은 아침 일찍 혼자 조깅을 하거나 휴일에는 가족과 함께 해변에 놀러 간답니다."
- 서문 중 7p
 
책은 코스타리카의 역사를 바라보는 집필자 리키야의 시점과 기행문 형식의 이야기 전개 방식을 사용하며, 실제로 코스타리카를 방문하여, 군대가 세상에 필요 없으며, 군대는 민주주의를 가로막기 때문에 반드시 없어져야 하고, 그 뒤에 비로소 평화가 찾아온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우리는 의문을 던져야 한다.

먼저 코스타리카의 역사를 살펴보아야 한다. 여느 중남미 국가들이 항상 투쟁의 역사를 간직했듯이 코스타리카 역시 마찬가지였다. 원주민과 백인의 전쟁, 독재자와 시민의 투쟁, 공산주의와 보수주의의 투쟁 등 피로 얼룩진 역사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외세의 침략, 내전 등에 신물이 난 코스타리카 국민들의 염원에 의해 군대가 없어진 것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1948년 내전 당시 미국의 지원을 받은 블랑코파가 정권을 재창출하였고 미국의 힘에 의해 군대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을 뿐이다. 

대개 중남미 국가들이 그렇듯 미국과 호의적인 국가일수록 국방 유지가 상당히 수월해진다. 친미, 친서방을 표방하는 콜롬비아의 거대 마약 카르텔을 미국 특수부대가 진압하고 마약 범죄자들을 미국 법정에 세우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코스타리카는 세계적인 인권 선진국으로 평가 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군대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기 위한 논리적 도출 단계가 미약하기 짝이 없다. '군대를 버린 나라'에서 조차 이러한 것에 대한 객관적 진실을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온전히 작가 리키야의 주관적 견해만 들어가 있을 뿐이다.

이제 저자의 모국인 일본과 한국, 그리고 코스타리카의 상황을 보아야 한다. 일본과 코스타리카는 헌법에 의해 군대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다만 일본에는 자위대가 있고, 코스타리카에는 공공부대라 불리는 특수경찰조직이 있으며 이는 무장경찰이다. 군대의 가장 큰 단점은 폭력을 불러 일으킨다는 것이고, 폭력의 수단으로는 무기가 사용된다는 것이 바로 군대의 불필요성을 주장하는 이 책의 핵심주장인데, 아이러니 하게도 책에선 무장경찰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이 되어 있지 않다. 

한국도 코스타리카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우방국이다. 그리고 코스타리카 보다 더욱 뛰어난 수준의 군사적 지원을 받으며, 많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국가다. 그렇다고 해서 대한민국에 인권이 없거나 민주주의가 퇴보한 나라로 평가받지 않는다. 오히려 대한민국은 코스타리카 보다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 받았다. 지난 1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2015 민주주의 지수'(Democracy Index 2015)에 따르면 대한민국(7.97점 22위)이 일본(7.96점 공동23위)과 코스타리카(7.96점 공동23위) 보다 민주주의 지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었다.1)

도서 『군대를 버린 나라』 번역본 표지.



책의 4,5,6장은 코스타리카 인권의 우월함과 동시에 경계성을 동시에 글로 나타내고 있다. 여기서 이 책을 고발하는 가장 근본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최근 빈부 격차가 확대되고 빈곤이 코스타리카에 사는 사람들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 본문 중 142p

군대가 없어져서 인권과 평화를 지키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코스타리카에 군대가 아닌 빈부의 격차가 자신들의 평화와 인권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으로 등장했다고 경고하고 있다. 무상교육, 무상의료, 담이 없는 교도소 등 정부의 완전한 지원에만 의존해야 하는 체제, 그것으로 실현한 평화적 민주주의를 헤치고 있는 것은 이제는 군대가 아닌 자본이라 말하는 도서다. 물론 코스타리카는 공산∙사회주의 국가가 아닌 시장경제를 채택한 국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본과 평화는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한 순간 코스타리카는 전쟁, 질병보다 더욱 큰 고난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평화는 분명 좋은 것이다. 하지만 인간을 수동적으로 바꾸는 평화가 과연 옳을까? 경쟁을 평화를 헤치는 탐욕으로 규정한다고 해서 폭력이나 인간의 사욕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당장에 우리 눈앞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압도적인 힘을 가진 북한이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 우리사회를 돌아보면 평화를 위한다는 반전시위는 물론, 군사력 감축, 국방비 축소 등 꾸준히 이러한 시민운동들이 전개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징병제를 시행하는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징병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공동체에 속한 구성원들의 자유와 이 자유를 보장해주는 체제를 지키기 위한 것은 억압이 아닌 의무로 보아야 할 것이다. 아다치 리키야의 '군대를 버린 나라'는 군대 폐지론에 입각해 군대 폐지론자들에겐 유용한 도서일지 모른다. 그러나 책의 단면만 보고 우리의 군대를 폐지하는 것을 주장한다면, 우리는 자유를 억압하는 세력에 의해 더 큰 자유를 희생하게 될 것이다. /김승빈 자유기고가

1) 지난 1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2015 민주주의 지수'(Democracy Index 2015)에 따르면 대한민국(7.97점 22위)이 일본(7.96점 공동23위)과 코스타리카(7.96점 공동23위) 보다 민주주의 지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 글은 자유경제원 자유북소리 '도서고발'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승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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