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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계 은퇴?…호남민심 볼모 떼쓰기쇼

2016-04-11 09:11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정치적 쇼(show)에도 진정성이라는 것이 있다. 언뜻 들어선 모순된 말 같지만 그게 또 그렇지가 않다. 일시적인 쇼고, 정치적 퍼포먼스라도 해도 나름의 정성을 다하면 국민 유권자들은 그 성의를 감안한다는 얘기다. 때마다 비판을 받으면서도 여야 정치인들이 삼보일배, 삭발, 큰절, 눈물 읍소 등등 온갖 쇼들을 반복하는 덴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점에서 보자면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을 방문해서 보인 언행은 최악이다. 방문 자체가 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호남의 반문 정서나, 가서 그렇게 부정했던 호남홀대론도 하루 이틀 된 얘기가 아닌데 총선 며칠 전에야 위로하고 사과하겠다며 부랴부랴 나선 것 자체가 그걸 방증한다.

그렇다면 쇼라도 제대로 했나. 그게 아니기 때문에 최악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측이 밝힌 호남 방문 목적은 이랬다. "이번 호남 방문은 특정 후보 지원보다는 호남 민심에 귀를 기울이고, 솔직한 심경을 밝혀 지지를 호소하는 '위로' '사과' '경청'이 주요 목적이다"
 
그런데 막상 문 전 대표가 가서 한 것은 '겁박' '반박' '무시'에 가깝다. 광주에 가서 발표한 '광주시민들에게 드리는 글'이 이번 방문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도 없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저는 미련 없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또 호남 민심을 볼모로 잡겠다는 떼쓰기에 불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대패할 경우 특히 호남 성적이 문재인의 정치적 미래를 좌우할 수밖에 없는 시점에 와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은 겁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반문재인 정서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인 호남홀대론를 반박한 것도 쇼의 진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했다. "참여정부의 호남 홀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국가 의전 서열 10위 가운데 5~6명은 항상 호남이었다"면서 굳이 구구절절 늘어놓고 "제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치욕이고 아픔"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모욕" 운운한 것도 사과하겠다는 태도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김홍걸 광주공동선대위원장과 참배하며 무릎을 꿇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안 가느니만 못한 문재인의 호남 방문
 
호남홀대론, 영남패권주의는 실체가 어떻든 그 뿌리가 깊고 복잡하다. 자리가 몇 석이나 돌아갔는지 세고 노무현 정권이 호남을 얼마나 배려했는지를 따져보자는 식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다. 또 이것으로 반문 정서가 해소될 수 없다는 걸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다. 위로와 사과 경청하겠다면서 굳이 호남까지 가서 호남을 홀대하지 않았다고 수치까지 꺼내 반박하는 것은 무슨 목적으로 호남에 갔는지를 아예 잊은 태도다.

경청하겠다면서 "호남과 호남 바깥의 민주화 세력을 이간하여, 호남을 다시 고립화시키려는 사람들의 거짓말에 휘둘리지 말아 달라", "국민의당이 하려는 3당 구도는 새누리당의 영구집권을 도와주는 1당 구도"라는 식으로 국민의당을 견제하는 발언만 잔뜩 뱉어놓은 것도 이번 쇼를 통해 얻겠다는 효과와 거리가 멀다. 문 전 대표는 "야권이 분열되고 단일화하지 못한 것은 제게 책임이 있다"며 간 것이지만, 막상 가선 엉뚱한 남탓만 늘어놓고 제3당을 지지하는 민심을 무시한 꼴이다.
 
문재인의 이런 호남 방문 정치쇼는 소수 친노 지지층은 결집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형식적인 정치쇼마저도 자기합리화나 국민의당 견제, 호남인들을 압박하는 내용으로 채우면 오히려 반감만 더 살 뿐이다. 문재인이 호남에 가서 했어야 할 일은 아무 말도 않고 그저 민심 앞에 바짝 엎드리는 일이었다. 그걸 않고 자기 할 말 하고 듣고 싶은 말 듣고 온 문재인에 대해 호남이 과연 마음을 열었다고 볼 수 있을까.

반짝 효과를 노린 정치쇼라도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의 호남 방문에선 그게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니 같은 정치쇼라도 차라리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나아보이는 것이다. 새누리당 친박 비박 최고위가 비빔밥 퍼포먼스를 보인 것이나 대구에 내려가 단체로 무릎을 꿇고 읍소하는 모양은 누가 봐도 속보이는 정치쇼이지만 최소한 문재인식으로 목적을 잃지는 않았다. 정치쇼를 하더라도 최소한의 정성은 다해야 한다는 얘기다.
 
4.13총선 결과 여야 정치쇼 평가할 것
 
이틀 후면 민심이 여야를 어떻게 심판했는지 그 결과가 나올 것이다. 거기엔 여야가 그동안 벌여왔던 다양한 정치쇼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녹아있다. 문재인의 정치쇼와 새누리당의 정치쇼를 민심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간접적이나마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번 선거는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야권이 습관적으로 써먹던 야권단일화란 꼼수가 끼지 않은 순수한 민심의 심판이 될 것이다.

제1야당의 몸부림에도 어찌됐든 이번 총선에서 그나마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민의를 왜곡하고 정당 정치를 훼손하는 야권연대나 후보 단일화의 꼼수 없이 치른다는 바로 그 점이다. 노파심에서 한마디 더하자면 막판에 가서 야권 후보들이 전략적으로 사퇴하는 추태를 벌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런 식의 정치쇼는 유권자들의 환멸을 부를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때마다 하는 반짝 정치쇼도 나름의 정성을 다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선거는 여야가 벌인 정치쇼에 대한 평가도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박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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