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20대 총선이 13일 치러진 결과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인 150석을 얻는 데 실패했다. 최종 개표 결과 새누리당은 105석, 더불어민주당 110석, 국민의당 25석, 정의당 2석, 무소속 11석을 얻었다. 각당의 비례대표 의석까지 합치면 더민주가 123, 새누리당 122, 국민의당 38, 정의당 6석이다.
16년만에 여소야대의 국회를 구성하게 된 것은 물론 새누리당은 제1당 자리도 빼앗겼다. 대선을 불과 1년6개월여 앞둔 현 정부 말기 이뤄진 선거 결과여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야 각 당이 공천을 둘러싼 갈등을 겪으면서 야권의 분당, 여권의 탈당 사태가 빚어진 가운데 치러진 이번 선거는 유례없이 모든 정당이 위태했다는 특징이 있다. 이번 선거는 전국에서 초접전 지역이 30곳이 넘었다.
특히 사전 여론조사에서 최대 168석까지도 예상됐던 새누리당이 과반도 못 얻으면서 여야 할 것없이 정계 개편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우선 당권 경쟁이 가열화될 조짐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좋지 않은 만큼 차기 대권주자 경쟁도 동시에 이뤄지면서 혼전이 예상된다. 특히 서울 종로에서 오세훈 후보가 낙선해 대권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친박과 비박 간 싸움이 가열될 수 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등 야권은 곧바로 대권경쟁 구도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해 캐스팅보트 권한을 쥐게 됐지만 또다시 대통합론에 휩싸일 전망이다. 국민의당이 광주지역 8석을 싹쓸이할 만큼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이 지역 민심이 어디로 쏠리느냐에 따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또다시 야권 대통합의 시험대를 통과해야 한다.
이번 새누리당의 성적표를 살펴보면, 소위 ‘진박’은 거의 생환했다. 현 정권 경제부총리 출신인 경북 경산 최경환, 국무조정실장 출신 대구 달성의 추경호, 민정수석비서관 출신인 대구 중남의 곽상도, 행자부 장관 출신 대구 동갑의 정종섭, 대구 달성병의 조원진, 경기 의정부을의 홍문종, 당 원내대표인 경기 평택갑의 원유철, 청와대 대변인 출신 인천 연수을의 민경욱 후보이다.
여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잡음이 났던 서울 종로의 오세훈 후보, 서울 마포갑의 안대희 후보는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20대 총선이 13일 치러진 결과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인 150석을 얻는 데 실패했다. 최종 개표 결과 새누리당은 105석, 더불어민주당 110석, 국민의당 25석, 정의당 2석, 무소속 11석을 얻었다. 각당의 비례대표 의석까지 합치면 더민주가 123, 새누리당 122, 국민의당 38, 정의당 6석이다./사진=연합뉴스
공천 결과에 반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새누리당 출신 후보들의 명암도 엇갈렸다. 대구 동구을의 유승민, 인천 중동강화옹진의 안상수, 대구 수성을의 주호영 후보가 당선됐다. 새누리당을 탈당해 더민주로 당적을 옮긴 진영 후보도 서울 용산에서 당선됐다.
반면, ‘이명박의 사람들’인 이재오·임태희·조해진 후보는 탈락했다. ‘유승민 계’로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권은희, 류성걸 후보는 낙선했고, 김세연 후보만 당선됐다.
두 야당의 성적표를 비교해보면 예상대로 국민의당이 광주지역을 8석을 싹쓸이했다. 동구남구갑 장병완, 동구남구을 박주선, 서구갑의 송기석, 서구을의 천정배, 광주 북갑 김경진, 북을 최경환, 광산갑 김동철, 광산을 권은희 후보가 모두 당선됐다.
전체 호남 28석 중에서 각각 국민의당이 23석, 더민주가 2석 승리했다. 나머지 3석은 새누리당에 돌아갔다. 전북 전주을의 정운천 후보와 전남 순천의 이정현 후보이다.
국민의당은 서울에서 노원병의 안철수, 관악갑 김성식 후보가 당선됐다.
더민주는 호남에서 성적표가 좋지 않은 반면 경기도 등 수도권에서 선전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이 오히려 수도권의 호남 표심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 볼 수 있다. 더민주는 서울 49개 지역구 중 35개 지역구에서 당선됐고, 경기도 60석 가운데 40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렇게 볼 때 더민주의 호남 공천은 실패했지만, 문 전 대표의 ‘정계은퇴 불사’ 배수진이 통했다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 문 전 대표가 어떻게 호남 민심을 표심으로까지 이끌어갈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고, 이에 따라 더민주의 확장 여부도 기로에 놓여있다.
결론적으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기대했던 과반 의석 획득에 실패한 것은 공천 파동 등을 거치면서 지지층이 느슨해진 결과로 분석된다. 여당에 대한 심판인 것은 분명한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선거 결과를 야당에 대한 선택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당장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되거나 여당에 새로운 기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제 새누리당은 이번 표심의 흐름을 잘 간파해 심기일전해서 차기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
반면, 야당은 문재인·김종인의 선거전략이 더민주에 일정 정도 효과를 줬고, ‘안철수의 뚝심’이 국민의당을 살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 대권을 놓고 양당은 본격적인 혈투를 벌여야 할 지도 모른다. 더민주로서는 이번 선거 결과가 새누리당에 대한 반대급부에 따른 승리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중도층과 호남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당 구조를 만들어야하는 어려운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4월13일 총선거 투표를 치른 전국 지역구는 253석이다. 여기에 비례대표 47석을 합쳐서 모두 300명의 20대 국회의원이 새로 선출됐다. 이날 전국 투표율은 58.0%로 지난 19대 총선보다 3.8%p 올랐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