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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 '풍전등화', 양적완화 '일장춘몽'?

2016-04-16 05:47 | 이원우 차장 | wonwoops@mediapen.com
[미디어펜=이원우 기자]4‧13 총선 결과가 예상 밖의 '여소야대'로 나옴에 따라 과반수 의석 확보를 자신했던 새누리당의 '한국형 양적완화' 공약 이행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이번 20대 총선은 선거 당일에 가까워질수록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경제 논쟁'에 열을 올리는 패턴으로 진행됐다. 특히 새누리당이 내건 '한국형 양적완화' 공약은 이론적 측면에서 뜨거운 논쟁을 야기했을 뿐더러 실현 가능성에 있어서도 다양한 견해들을 파생시켰다.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선대위 대표와의 설전까지 불사하면서 한국형 양적완화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파했다. /연합뉴스



한국형 양적완화 공약의 골자는 '한국은행법 개정'이다. 중앙은행인 한은이 산업은행 채권이나 주택담보 대출증권을 매입해 시중에 돈을 공급하도록 유도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새누리당은 올 여름 20대 국회가 개원하고 100일 이내에 한국은행법을 개정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경제공약 발표의 선봉에 선 사람은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이었다. 강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선대위 대표와 설전을 벌이며 한국형 양적완화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파했다. 

한국은행을 향해서도 강 위원장은 직언을 이어갔다. 지난 7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강 위원장은 한국은행에 대해 "뭔가를 해야 한다"면서 "중앙은행이 이제는 인플레만 막는 역할을 하는 시대가 아니라 다른 선진국처럼 경제가 가라앉으면 그것을 일으키고 금융시장에 돈이 막힌 곳이 있으면 뚫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추천 10순위이자 공약본부장으로 활약한 김종석 전 여의도연구원장 역시 한국형 양적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새누리당 내 최고의 경제전문가로 손꼽히는 그는 "한국의 현재 경제상황은 (양적완화라는) 항암제를 투입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심각하다"며 양적완화의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막상 총선 결과를 받아든 이후 한국형 양적완화의 앞길은 안개 속에 뒤덮였다. 새누리당이 과반 확보는커녕 제1당 지위마저 빼앗긴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형 양적완화에 대한 추진력도 불가피하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속출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신동수 연구원은 "한국형 양적완화가 현실화되기 위해선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상임위에 상정할 수 있는 재적의원 180석(5분의3)을 확보해야 한다"고 짚으면서 "총선 결과 여당인 새누리당이 122석 확보에 그치면서 (공약 실현이)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최근 보합세를 유지하던 국채 3년물 금리 또한 눈에 띄게 상승했다(채권가격 하락). 지난 14일 금융투자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국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3.7bp 오른 연 1.502%로 마감됐다. 

금리가 오르고 채권가격이 떨어진 것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기대하고 투자에 나선 외국인들이 국채선물에 대해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채권시장이 약세를 보였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3년물 금리는 다음날인 15일 연 1.494%로 다시 내려갔지만 이는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기보다는 금리 인하 전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설령 새누리당이 양적완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기 때문에 공약 실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우선 새누리당이 필수적으로 '잡아야 할 손'인 국민의당은 한국형 양적완화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국민의당은 일찌감치 새누리당의 양적완화 공약에 대해 "한국 경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위험천만한 도박"이라고 논평한 바 있다. 새누리당이 국민의당을 설득한다 해도 법 개정이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양적완화의 실현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30일 "한국은 선진국과 상황이 다르다"는 말로 양적완화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은행



청와대와 한국은행 역시 양적완화 공약 앞에선 '표정관리'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과 안종범 경제수석 등은 선거 직전 양적완화 공약에 대해 각각 "알아보고 말씀드릴 게 있으면 말씀드릴 것" "총선 과정에서 논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등으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만이 "일리가 있다"는 발언으로 다소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을 뿐이다.

당사자인 한국은행은 더욱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30일 "한국은 선진국과 상황이 다르다"는 말로 양적완화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간담회 후 "새누리당 공약에 대한 언급은 아니었다"는 내용으로 추가 자료를 내기는 했지만, 독립성이 관건인 중앙은행의 수장으로서는 정치권으로부터 들어온 간접적 압력이 달갑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청와대와 한국은행이 적극적으로 화답했어도 실현하기 쉽지 않았을 양적완화 공약은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로 더욱 현실화 되기 어려운 조건에 놓이게 됐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가장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공약의 현주소야말로 풍전등화 신세가 된 여당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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