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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몰락 봐도 모르겠어? 경제는 공짜가 없다구"

2016-04-20 06:00 | 김재현 기자 | s891158@nate.com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그리스가 왜 이지경까지 왔을까. 한때 1인당 국내총생산(GDP) 1위였던 부유한 나라 그리스. 국가 부도에 유로존 탈퇴에 이르기까지 추락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한 국가를 얼마나 추락시킬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국민연금 지급액 확대, 공무원 고용 증대, 법인세 감면 등 포퓰리즘 정책 등 30년간 누적된 정책의 결과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 177%까지 늘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여기에 그리스 국가와 국민이 도덕적 해이에 빠졌다.

이번 총선 이후 여소야대의 힘겨루기가 예상되면서 경제활성화보다 경제민주화에 편승한 포퓰리즘의 달콤함에 빠져 경제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그리스 정부는 2001~2007년간 총 70~80억 유로의 연금이 그리스 내에 허위로 지급됐다고 발표했다 그리스 GDP이 3%를 넘는 수치다. 수급자가 사망했는데 이를 신고하지 않고 가족들이 계속 연금을 받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지하경제의 검은 돈도 한몫했다. 1999년부터 2010년 평균 GDP대비 지하경제 규모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18.4%인데 반해 그리스는 27%로 높은 수준이다.

그리스는 위기 초기 나름대로 구조조정 정책을 펼쳤지만 달콤한 포퓰리즘에 젖었던 국민들은 당장 손해에 눈이 어두워 이를 똑바로 인식하지 못한채 투쟁만 펼쳤다. 그러면서 그리스의 복지병은 불치병이란 지적까지 나왔다.

이후 그리스 국민들은 급진좌파 정권까지 탄생시켜가며 구조조정을 강하게 거부했다. 결국 그리스는 국민투표 부결을 통한 전면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놓였다.

그리스의 재정파탄은 '상대적 과잉 복지' 같은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은 정치권과 세수결손, 왜곡된 세출이라는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의 합작품인 셈이다.

마약같은 포퓰리즘이 한번 사회를 지배하게 되면 돌이키기 어렵다는 사례를 그리스가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 이번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16년만에 여소야대 국회가 꾸려졌다. 집권여당의 충격적인 패배에는 당내 공천 파동과 함께 야당의 '경제' 이슈가 국민들의 표심을 움직인 결과다.

이에 따라 노동개혁, 경제활성화법 등 핵심 국정과제들은 야당의 견제에 사실상 진전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골든타임이 얼마남지 않은 우리 경제를 살리려는 정부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 이후 여소야대의 힘겨루기가 예상되면서 경제활성화보다 경제민주화에 편승한 포퓰리즘의 달콤함에 빠져 경제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겸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자유민주연구학회 세미나에서 '20대 국회의 경제성향과 경제정책 영향' 논문을 발표했다.

오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20대 국회의 경제성향을 각 정당별로 살펴보면 시장경제지수가 새누리당은 2.9로 산출돼 중도파정당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각각 1.9와 2.0으로 산출돼 중도좌파정당으로, 정의당은 1.5로 산출돼 좌파정당으로 분류됐다.

 '경제적' 개념이 강조된 경우는 우파로, '사회적' 개념이 강조된 경우는 좌파로 분류했다.

이같은 경제성향을 1~5까지의 '시장경제지수'로 환산하고 시장경제지수가 △4.5이상~5.0이하인 경우를 우파 △3.5이상~4.5이하인 경우를 중도우파 △2.5이상~3.5이하인 경우를 중도파 △1.5이상~2.5이하인 경우 중도좌파 △1.0이상~1.5이하인 경우를 좌파로 구분했다.

놀라운 점은 새누리당의 경제성향이 중도우파도 아닌 중도파 정당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오 교수는 "경제민주화와 중요한 이슈로 대두된 이후 나타난 정치구조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번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는 공약집에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일자리 중심성장, 신성장동력육성, 노동개혁, 규제프리존도입 등 우파~중도우파적 공약을 내놓았다.

하지만 동시에 사회적기업활성화, 자율상권법제정, 최저임금인상 등 중도좌파적인 정책은 물론 대중소기업 성과공유제 확대, 자유무역협정 피해농가지원, 고교무상교육확대 등 좌파적인 정책들을 상당수 공약으로 포함시킨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미래신성장산업 발굴정책을 제외하고 대부분 중도좌파내지 좌파정책으로 일관돼 있다.

특히 노동정책에는 노동시장유연성 제고를 위한 노동개혁은 반대하면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청년고용할당제도입, 비정규직 부담금 부과 등 고용안정에 역점을 두면서 최저임금인상과 생활임금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미래 노후준비자금으로 20~30년 후 고갈이 전망되는 국민연기금을 활용한 공립보육원 요양원 확충도 주장하고 있다. 한 마디로 경쟁보다는 안정, 경제적 개념보다는 사회적 개념에 치중하고 있다. 국민의당 공약도 더불어민주당 공약과 대동소이하다.

정의당은 3당이 주장하고 있는 미래신성장산업발굴 정책에 대한 언급도 없이 중도좌파내지는 좌파정책 일색이다. 일반해고 취업규칙변경지침 폐기, 파견법 단계적 폐지, 정리해고 요건 강화에 공기업과 대기업의 청년고용할당에서부터 최저임금인상, 청년디딤돌급여 지급에 심지어 공기업 대기업임원 임금상한제도 주장하고 있다.

오 교수는 "각 정당의 공약들을 살펴보면 20대 국회가 중도좌파 국회라는 점이 조금도 이상할 정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금이 어떤 때인가. 한국경제는 지금 추락이냐 반등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3%대 성장 전망에서 2%대 추락으로 기업부실과 금융부실이 증가하고 기업구조조정이 목전의 시급한 과제로 다가와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20대 국회의 경제성향과 경제정책 영향' 논문 발췌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은 150여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영세자영업자도 400여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대중영합적 정치가 경제사회를 위기 속으로 내몰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때다.

한국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뚜렷이 장거저성장기에 접어들었다. 1962~1991년 간 연평균 9.7%이라는 세계경제 발전사에 경이적인 장기 고성장기를 기록한 후 1992~2011년 간 5.4%의 중성장기를 지나 이제 2012년 이후 2.8%의 저성장기를 경험하고 있다.

성장률이 하락하면서 1992년을 전환점으로 소득분배구조도 악화되기 시작했다. 1992년부터 중성장기에 들어간 가장 중요한 요인이 '1987년 체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강성노조가 들어서고 1988년부터 6년간 연평균 20%의 임금상승을 지속하면서 한국기업들의 해외탈출러시가 시작되고 한국경제의 글로벌 경쟁력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더 크게 보면 기업 부실과 금융부실이 증가했으나 노동개혁과 금융개혁이 불발돼 기업구조조정이 어려워지면서 1997년 금융위기를 당해 100만명이 넘는 실업자를 양산하는 비극을 경험했다.

단기적으로 인기있고 정의로운 것처럼 일반국민들을 현혹하는 정책들이 얼마나 큰 비극을 초래하는지 보여줬다. 1997년 말에 대선이 없고 정치사회적 혼란이 없었다면 위기가 왔을지 궁금하다.

정치권과 국회가 중심을 잡고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진정으로 걱정하면서 다소 힘들더라도 이 길이 아니면 추락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1990년대 독일 수상 슈뢰더처럼 정권을 초월해서 국민들을 설득하고 이끌고 나가는 경우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다.

오직 집권에만 눈이 멀어 집도 마련해주고 자녀들도 키워주고 공부도 무상으로 시키고 일을 안하거나 적게 해도 정부가 수당도 주고 급여도 주겠다. 이런 돈들은 대기업 고소득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두면 된다는 식의 달콤한 인기영합정책으로 현혹하는 정치인들이 판치고 현혹당하는 국민들은 미래가 없는 불행한 국민이다. 남유럽이 바로 그런 예다.

지금의 한국은 힘들어도 구조개혁을 하고 규제를 혁파하고 기업구조조정도 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해서 국가와 국민들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 지도자가 필요할 때다.

오 교수는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해 기업부실은 쌓이는데 구조개혁도 구조조정도 안되고 규제는 증가하고 고용은 할당되는데 임금도 올려주는 천사같은 기업이 지금 같은 개방경제에서 존재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기업들은 법인세가 낮고 임금도 싼 외국으로 탈출해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는 설비투자가 더욱 악화돼 빙하기에 접어들지 않을까 적지 않은 걱정이 앞선다"고 강조했다.

추락과 반등의 기로에서 선 중차대한 시기에 중도좌파 성향을 보이는 20대 국회는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정말로 중대한 역사적 책무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오 교수는 "이미 경제성장률은 하락하고 분배·복지 욕구(포퓰리즘)은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성향이 이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포퓰리즘에 중독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아쉬워 했다.

경제성장이냐 분배냐 등 변곡점이 벌어진 상황에서 제동장치가 없는 경제민주화가 그리스와 닮은꼴이 되어가는 현실을 고민해야 한다. 인기에 매몰되면 될수록, 현혹당하는 국민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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