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영 기자]새누리당의 4.13총선 참패의 최대 요인은 유승민 이슈였다. 김무성의 옥새파동도 심각한 민심이반을 가져왔다. 김무성 전 대표는 유승민 지역구 등 세 곳을 공천하지 않는 황당한 행보를 보였다. 보수지지자 상당수가 김 대표의 전무후무한 옥새몽니와 유승민 공천 파동을 계기로 등을 돌렸다. 원조보수와 건전보수 세력들마저 투표장에 가지 않았다. 투표장에 가서도 국민의당에 투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유승민의 공천 문제는 새누리당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최대 악재였다. 새누리 공천심사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개혁정책에 대해 숱하게 뒷다리를 잡았던 유승민 공천문제를 질질 끌었다. 언론들은 새누리의 공천갈등을 막장드라마라며 난도질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우유부단한 행태와 고압적인 발언들이 언론과 국민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새누리당 후보를 찍은 사람 중에서 정당투표에서 국민의당을 찍은 사람들이 100만명이 넘는다. 이들의 반감을 어떻게 해야 해소할 것인가?
보수메이저들의 반새누리 보도와 칼럼 사설은 총선일이 다가오면서 극단적 양상을 보였다. 양상훈 조선일보 논설주간은 이번 총선을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의 싸움이라고 규정했다. 유승민과 그의 측근을 공천에서 배제한 새누리당의 공천에 대해 폭력공천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동아일보도 조선일보 논조와 오십보 백보였다.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실장은 싸가지 없는 친박 등의 행태에 대해 국민들이 준엄한 심판을 했다고 맹공했다.
당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유승민이 총선이 끝나자마자 복당을 신청했다. 그의 복당은 뜨거운 감자다. 계파별로 엇갈린다. 막말 파문의 윤상현 등과 함께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총선참패에 결정적 책임이 있는 유승민과 윤상현 모두 받아들여선 안된다는 주장도 적지않다. 일각에선 유승민은 받아들이고, 윤상현은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4.13 총선 대구 동구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 의원이 지난달 30일 대구시 동구 용계동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개소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 앞에서 지지자들을 맞이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유승민 복당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는 박 대통령 국정리더십에 엄청난 피해를 줬다. 원내대표 시절 무려 30여가지로 박 대통령의 개혁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했다. 재정절감과 세출구조조정,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증세없는 복지정책을 추진하려는 박 대통령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대통령의 행정입법권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도 벌였다. 이종걸 원내대표와 결탁해 국회법을 개정했다. 대통령의 시행령 제정 등 행정입법을 견제하려 한 것. 삼권분립에 어긋나는 시도였다.
그의 원내대표 의정활동은 자기정치에 기반했다. 원내대표로서 박 대통령의 국정개혁을 돕기보다는 자기세력을 늘리려 했다. 전무가 회장의 정책에 대해 반기를 든 격이다. 대선까지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활용했다. 대통령을 보필한다는 것은 그의 중요한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유승민은 보수정당에 맞지 않게 사회적 경제기본법을 제정하려 했다. 강남좌파적 행태였다. 사회적 기업들에 대한 금융 세제지원은 물론 강제구매까지 규정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시장경제와 경쟁을 도외시한 반시장적 법안이다. 더민주 등 좌파정당이 주장하는 것을 보수정당에서 실현하고자 했다. 보수의 정체성에서 한참 어긋난 것이다.
유승민은 이를 따뜻한 보수, 개혁적 보수로 치장했다. 본질은 반시장적 분배와 형평, 경쟁제한에 기반한 것이다. 경쟁을 죽이고, 시장경제를 해치는 사안이다. 그의 사회적 경제는 좌파운동권 세력만 배불릴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기업을 주동하는 단체와 인사들이 대부분 사회주의자, 사회민주주의자들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대한 극단적인 반감을 보이는 것도 우려스럽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사회적 경제주의자다. 서울시는 사회적 경제인 협동조합, 마을조합 등에 서울시민들의 혈세를 대거 퍼주고 있다. 좌파세력 지원을 통해 대선 외곽조직으로 활용하려는 포석이 보인다. 박 시장과 유 의원의 시각이 비슷하다. 유승민의 보수정체성을 의심케 한다.
유승민은 자숙해야 한다. 총선참패에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희생자 코스프레로 언론플레이를 해선 안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에 악영향을 준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와 동반탈당해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조해진 지역구에 가서 새누리당 후보인 1번을 찍지 말라고 했다.
그는 공천을 받지 못하자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유치무쌍한 이야기를 하면서 탈당했다. 김무성의 옥새파동에 유승민은 땅집고 헤엄치듯 당선됐다.
그는 선거기간 박 대통령과 당을 맹비난했다. 정의를 들먹였다. 박 대통령을 비난하면서도 선거사무실엔 대통령의 사진을 그대로 내걸었다. 모순적 행태다. 대통령을 비난하면서도 표를 얻는데 도움이 된다는 속셈으로 대통령 사진을 활용했다.
유승민의 복당문제는 신중해야 한다. 총선 패배의 장본인을 순순히 복당시켜선 안된다. 최소한 대통령에 대한 사과와 진솔한 반성이 전제돼야 한다. 당에서 공천을 주지 않을 만큼의 자기정치, 사심정치 행태에 대해 새누리당 지지자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복당해서 당대표를 맡겠다는 과잉의욕을 보인다면 곤란하다.
유승민은 대구경북 민심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박 대통령을 보필했던 참모들은 대부분 당선됐다. 정종섭 전 행자부장관 추경호 전국무조정실장 곽상도 청와대 전 민정수석 등 6명은 생환했다. 공천을 받지 못했던 유승민 측근들인 조해진· 권은희 등은 줄줄이 낙마했다. TK민심은 박 대통령에 대해 여전히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다. 유승민의 자기정치에 대해선 심판을 한 것이다.
유승민은 점령군처럼 행세하면 안된다.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자기정치를 했던 것에 대해 사유를 물어야 한다. 최소한 박 대통령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
윤상현 의원은 고려할 것도 없다. 그의 막말에 수도권 후보들은 심각한 피해를 봤다. 자중자애해야 한다. 보수유권자들이 등을 돌리는 데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다. 최경환 의원도 당대표는 언감생심이다. 친박· 진박 감별사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박 대통령에게 큰 부담을 줬다. 주류언론에서도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가 비대위원장을 맡겠다며 허황된 욕심을 부리면 야당과의 관계도 더욱 헝크러진다. 한 보수논객은 최경환·윤상현·서청원은 당선증을 반납해야 한다고 했다. 민심이반을 재촉한 이들이 물러나야 새누리가 산다는 것이다.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는 데 이들이 희생양, 밀알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디어펜=이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