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7월부터 미취업 청년 3000명에게 1인당 최대 30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수당’ 정책을 강행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예산 90억 원이 투입되며 지급 된 수당의 사용처를 제한하거나 내역을 확인하지도 않는 방식이다.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이 용돈 몰아주기나 청년 로또로 불리는 이유다.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은 3가지 쟁점을 안고 있다. 정책의 실효성 문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운용에 대한 책임성의 문제, 절차적 정당성 문제다.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청년이여는미래, 청년이만드는세상은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시 청년수당 정책의 3가지 쟁점을 각계의 전문가 및 이해당사자인 청년들과 함께 짚어보았다.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 청년수당, 약인가 독인가’ 토론회에 패널로 나선 박동우 前 지방의정모니터단 단장은 “많은 청년들이 이번 서울시의 청년수당정책을 환영하기보다 문제의식을 많이 느끼고 있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행하고 있는 청년수당에 대해 수혜대상과 실효성, 정책의 상징성이란 측면에서 비판했다. 박 전 단장은 "삼성고사 SSAT 10만 명 시대에 이러한 청년수당은 3000명이라는 특정 청년들에게 주는 무상용돈"이라고 밝혔다.
박 전 단장은 “월 50만원이라면 청년들이 스스로 벌어서 쓰게 끔 해주는 것이 정의로운 일”이라며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노약자나 생활보호대상자들을 지원하는 정책과 구직을 준비하는 청년을 지원하는 정책이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단장은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각종 직업교육이나 취업준비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지 청년들에게 용돈을 무상으로 쥐어주는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 전 단장은 “박원순 시장이 청년일자리 문제에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청년들에게 돈 몇 푼 쥐어준다고 청년들이 두 팔 벌려 환영한다고 생각했다면 그것 역시 오산”이라고 언급했다. 아래 글은 박동우 전 단장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청년이 바라보는 청년수당 정책
청년실업률 역대 최고치인 12.3%, 2016년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 청년들의 현실이다. 초중고 12년을 지나 어렵게 수능을 치면 다시 학점관리, 스펙관리에 대외활동, 어학성적, 해외연수, 인턴 등 걷잡을 수 없이 많은 난관들이 청년들을 기다리고 있다. 5대 스펙, 7대 스펙 등의 단어들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이제는 대학교가 학문의 요람이 아닌 취업사관학교가 되어가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고, 고시나 각종 전문자격증시험에 사람이 필요이상으로 몰리는 일은 일상처럼 벌어진다. 그만큼 청년일자리 문제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실이고 반드시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청년들을 돕고자 나온 것이 서울시와 성남시의 청년배당과 청년수당정책이라고 우리 청년들은 이해하고 있다. 국가장학금이나 학자금대출로 등록금을 겨우 해결한다 하더라도 생활비가 필요하기 마련이고, 대학 졸업이 다가오면 대출이자와 생활비를 벌면서 취업을 함께 준비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나 지자체에서 어느 정도의 돈을 지원해준다면,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생활비의 걱정을 덜면서 본인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정책을 설계한 성남시나 서울시의 생각일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엔 매달 현금 50만원을 주는 것인데, 청년들 입장에서 상당시간을 카페 알바 혹은 학원알바를 해야 이만큼의 돈을 받을 수 있으므로 청년들에게 그 금액 만큼의 시간을 벌어주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얼핏 들으면 꽤나 그럴 듯 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번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주변의 많은 취업준비생 및 청년들, 즉 청년일자리 문제의 현실을 온몸으로 맞닥뜨리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낀 것은 생각보다 많은 청년들이 이번 서울시의 청년수당정책을 환영하기보다 문제의식을 많이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자신을 '청년을 걱정하고 청년을 보살피는' 정치인으로 포장하여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자료사진=연합뉴스
첫째로는 수혜 대상에 관한 문제가 있다. 성남시의 청년배당정책의 경우, 만 24세인 청년들에게 분기별로 12만 5천원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적게는 19살부터 많게는 30대까지 있다. 더군다나 만 24세란 나이는 남성의 경우 군대를 다녀오고 한창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나이이지, 취업준비 때문에 당장의 도움이 필요한 나이가 아니다. 소득분위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고, 취업준비를 하거나 여러 가지 사회참여를 하는데 있어 이 돈이 꼭 필요한지에 따라 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만 24세라면 누구나 주기 때문에 굳이 그 돈이 필요 없는 사람들에게 까지 돈을 준다.
이렇게 되면 성남시에서 원하는 방향대로 청년들이 정말 본인들이 취업준비나 사회생활에 있어 꼭 필요한 곳에 그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유흥이나 기타 잡다한 것에 돈을 쓸 수도 있고 이를 제지할 방법은 전혀 없다. 실제로, 중고물품을 사고파는 사이트에서 성남시에서 청년배당으로 제공하는 상품권이 공공연하게 사고팔려 SNS 상에서 이를 “청년로또”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번 서울시의 청년수당의 경우엔, 성남시처럼 하나의 나이에 국한하지 않고 만 19세 ~ 만 29세로 나이의 범위를 넓혔지만 여전히 소득분위를 고려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실제 취업준비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뿐 아니라 휴학생이나 재수생 등 어느 누구든지 신청할 수 있게끔 해놓아 꼭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 혜택을 가져가게 될 수도 있다.
서울시에서 비록 장기 미취업자나 저소득층을 우선적으로 선발하겠다고 밝혔지만, 공시된 정보 하에서는 누구나 이 혜택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청년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을 것이다. 또한 수혜를 받는 사람이 ‘서울특별시에 거주하는’ 3000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이다. 통계청(2016.2)에 따르면 일반 대학 졸업생 출신 중 비경제활동인구는 239만 7천명이고, 구직활동을 하고 있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대졸 이상의 실업자 수는 42만 5천명이다. 이 중 최소 절반 이상은 서울에 거주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극히 일부인 3천명만이 수혜를 보는 정책이 어떠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삼성고시’라 불리는 SSAT시험도 10만명이 넘게 본다는 것을 고려하면 고작 3000명의 청년들에게 매달 50만원씩 주어 청년들의 사회참여를 돕겠다는 서울시의 이야기가 어쩌면 실효성도 없는 정책을 통해 청년들의 인기를 어떻게든 얻으려는 수작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든다. 오히려 이 정책은 혜택 받지 못한 청년들을 역차별하는 것일 수 있고, 상대적 박탈감 또한 느끼게 할 수 있다. 이는 형평성의 문제로 까지 이어질 수 있는데, 취업 시장에서 같은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청년들 중 선택받은 일부에게 서울시가 나서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만들어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둘째로는 실효성에 관한 문제다. 과연 청년들에게 현금 50만원을 그대로 주는 서울시의 청년수당정책이 청년들의 사회참여를 독려하고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해서는 상당한 회의감이 있다. 먼저 주변의 취업준비생들에게 “지자체에서 당신에게 50만원을 취업지원금 명목으로 준다고 하고 그 내역을 따로 밝히지 않아도 된다고 했을 때 어떻게 하겠는가?” 라고 물었을 때 50만원 전부를 정책 설계자가 원하는 방향대로 쓴다고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청년은 한 명도 없었다. “만약 그러한 기회가 있다면 되든 안 되든 한 번 신청해보겠다. 공짜 돈을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라는 답변까지도 이야기했던 사람이 있다.
즉 감시와 견제 없는 현금 50만원은 그 돈이 꼭 필요한 사람 이외에도 굳이 필요 없는 사람도 탐낼 만한 것이기 때문에 앞에서 말한 수혜 대상이 왜곡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이 감시 없는 50만원이 “세금낭비인 것 같아 불쾌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청년들 또한 일부는 이미 세금을 내고 있거나 혹은 세금을 낼 예정인 사람들인데, 이들이 지금 내고 있거나 낼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 지도 모를 정책을 위해 쓰인다는 점이 불쾌하다는 이야기였다. 서울시는 이러한 우려에 “이번 정책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는 의견을 피력할 뿐이었는데, 투명한 세입과 세출을 그렇게 부르짖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민이 낸 혈세를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이렇게 깜깜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만약 서울시가 정책의 목표수혜대상인 “사회참여의지가 있는 미취업 청년”에게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혈세의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주고 싶었다면 현금을 직접 청년들에게 쥐어주는 것 보다 취업을 준비하거나 사회참여의지가 있는 청년들을 잘 파악하여 꼭 필요한 부분에 직접적인 보조를 해주는 것이 나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자격증 시험을 볼 때 그 금액을 보조해주는 ‘자격증시험 지원제도’는 이미 몇몇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데, 실제로 반응이 굉장히 좋아 항상 제공하는 수량보다 더 많은 사람이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열린옷장’이라는 비영리단체에서 제공하는 양복대여서비스의 경우, 비싼 양복을 구입할 수 없는 청년들이 매우 적은 비용으로 대여를 할 수 있어 반응이 매우 좋다. 청년수당정책을 추진할 세금으로 이렇게 청년들이 사회참여활동을 수행함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 청년의 사회참여를 독려하는 훨씬 더 좋은 정책이 될 것이다.
정부에서 현금 50만원을 준다는 데 그것을 마다할 수 있는 청년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 돈을 극소수의 누군가만 받는다면 정책의 효율성은 떨어지고 국민이 낸 세금만 낭비할 뿐이다./자료사진=미디어펜
세 번째는 정책의 상징성에 관한 문제이다. 최근 SNS에서 유행하고 있는 단어인 ‘헬조선’은 청년일자리 문제와도 깊은 관계가 있는 단어이다. 취업이 마음먹은대로 잘 안되거나 이를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 때, 혹은 삶이 팍팍해질 때, 즉 본인의 힘든 상황을 이야기할 때 청년들은 이 단어를 곧잘 쓰곤 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자신의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그에 따른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 또한 우리 청년들은 잘 알고 있다.
단돈 몇 만원을 벌기 위해 하루 이틀 동안 알바를 뛰어 돈을 버는 일은 힘들지만 땀의 가치를 알게 해주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1달에 50만원이라는 돈을 국가에서 주는 일은 만약 모든 청년들에게 주는 것이라면 기꺼이 환영할 일이지만, 구직활동을 하는 전체 청년의 1%도 안 되는 사람들이 받는 것이라면 나머지 99%의 땀과 열정, 그리고 의지를 한꺼번에 꺾는 일일 것이다.
정책을 설계하는 입장에서는 사회참여의지를 가졌지만 환경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을 도우려고 이 정책을 설계했겠지만 정작 그것을 받아들이는 청년들의 입장에서는 ‘선택받은’ 몇 명의 청년들이 내가 몇 십 시간을 힘들게 번 돈을 아무 노력도 들이지 않고 한 번에 받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강한 사회참여의지를 가진 사람들에게 무기력함만을 느낄 것이다. 이 점이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노약자나 생활보호대상자들을 지원하는 정책과 구직을 준비하는 청년을 지원하는 정책이 달라야 할 본질적인 이유다. 월 50만원이라면 청년들이 스스로 벌어서 쓰게 끔 해주는 것이 정의로운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청년 일자리 문제를 수수방관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지금과 같은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청년들이 미래세대로서 잘 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서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각종 직업교육이나 취업준비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지 청년들에게 용돈을 무상으로 쥐어주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에서 현금 50만원을 준다는 데 그것을 마다할 수 있는 청년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 돈을 극소수의 누군가만 받는다면 정책의 효율성은 떨어지고 국민이 낸 세금만 낭비할 뿐이다. 사실 이번 박원순 서울시장의 청년수당정책 발표를 보면서 대한민국의 청년 중 한 사람으로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상정책들은 한 번 시행하면 줄이기가 매우 힘들고, 장기적으로 늘려나갈 수 밖에 없다.
그것에 필요한 재원은 앞으로 우리 청년들이 내야 할 세금으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3000명의 사람이 지금 50만원을 받아 행복해 할지 몰라도, 나중에 이 정책이 시행되고 확대됨에 따라 부담을 져야 하는 것은 우리 청년 전체가 부담해야 할 것이다. 결국 이번 정책은 진정으로 청년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혈세 90억 원으로 인기를 얻으려는 포퓰리즘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더군다나 대법원에 계류 중인 상황에서 4.16 총선 이틀 전에 이 정책을 강행하겠다고 밝힌 것을 보면 그 목적이 ‘청년’에게 가있지 않다는 것은 더 명백해진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자신을 ‘청년을 걱정하고 청년을 보살피는’ 정치인으로 포장하여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청년일자리 문제에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청년들에게 돈 몇 푼 쥐어준다고 청년들이 두 팔 벌려 환영한다고 생각했다면 그것 역시 오산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 정책은 결국 장기적으로 청년들에게 무거운 짐을 떠넘기는 것이고, 그 공은 박원순 서울시장 본인이 챙길 것이라는 걸 우리 청년들은 안다. 우리 청년들은 더 이상 바보가 아니다. /박동우 前 지방의정모니터단 단장, 카이스트 대학원생
[박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