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한 노릇이다. 적반하장도 이럴 순 없다. 대한민국을 옹호하는 애국활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한 시민단체가 이렇게 오해 속에 사회적 뭇매를 맞고 있어야 옳을까? 그걸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제정신이 아닌 이 나라 언론과 시민단체-정치권이 합세한, 목불인견 수준의 한 시민단체 사냥을 지켜보면서 새삼 고개 드는 질문이 그렇다.
이미 아시는 대로 전경련이 보수 성향 시민단체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요즘 문제다. 현재까지 확인된 액수는 1억2000만 원. 물론 '방송계의 한겨레' JTBC가 이 알량한 의혹을 첫 제기했지만, 확인된 사실관계는 비교적 간단하다.
말도 안되는 청와대 개입설·'전경련 게이트'
저들의 보도에 따르면 어버이연합 차명계좌에 2014년 9월부터 넉 달간 세 차례에 걸쳐 전경련 명의로 그 돈이 입금됐으며, 그 일부가 다른 보수단체-탈북자단체 등으로 다시 건너갔다. 사안이 이 정도인데도 청와대 개입설이 등장하고, '전경련 게이트'를 운운하는 이도 있다. 야당도 우파단체 죽이기에 기꺼이 숟가락을 얹었다.
더민주 비대위 대표 김종인부터 입을 열었는데, 그는 "특정 경제세력들이 나라 전체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짐짓 으름장을 놨다. 국민의당의 경우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 추진까지 들먹였다.
보수 민간단체 어버이연합의 한 회원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의동 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열린 '전경련 예산 지원 논란' 등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벽면 가득 붙어 있는 집회 개최 사진자료를 바라보고 있다. 이날 어버이연합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으로 부터 우회적으로 자금 지원을 받았다는 것을 시인했으나 청와대 개입설은 부인했다./사진=연합뉴스
그와 별도로 경실련 등이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지만, 물어보자. 이게 이럴 만한 사안이 맞는가? 전경련이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던가? 세상이 온통 반기업정서로 똘똘 뭉쳐 돌아가는 적대적인 기업환경에서 그나마 우호적인 시민단체와 인식을 함께 한 게 뭐가 그토록 큰 문제란 말인가?
그런데도 전경련 겁주고 우파단체를 범죄집단 취급하는 언론-정치권이라 대체 뭐하는 곳이란 말인가? 털어놓고 말하자. 실은 전경련이나 대기업이 '보험용'으로 좌파단체에 뭉칫돈을 지원해왔고, 이게 한국사회를 취약하게 만든 요인이 아니던가?
2008년 광우병 난동 이래 한미FTA반대 시위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좌파단체들의 극렬한 활동 뒤엔 든든한 돈줄이 있다. 서울시장 박원순이 설립해 10년 간(2001년~2010년) 끌어온 아름다운재단이 '돈 배분의 허브' 역할을 해왔다는 것도 세상이 이미 다 안다. 일테면 이명규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011년 "아름다운재단은 촛불시위를 주도한 '함께하는 시민행동', 평택 미군 기지를 반대하는 '평택평화센터',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에 앞장선 '이주인권연대' 등에 매 건별로 각각 수백 만 원씩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총지원 액수는 천문학적이다.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 역시 그때 "아름다운재단의 회계보고서를 보면 100억 원에 가까운 돈이 좌파단체로 갔다"고 밝혔을 정도다. 그 재단이 지원한 단체 중 보수·우파단체는 단 한 곳도 없다. 박원순의 삶 자체가 '협찬인생'으로 알려졌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2008년 광우병 난동 이래 한미FTA반대 시위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좌파단체들의 극렬한 활동 뒤엔 든든한 돈줄이 있다. 서울시장 박원순이 설립해 10년 간(2001년~2010년) 끌어온 아름다운재단이 '돈 배분의 허브' 역할을 해왔다. 또 이번 총선 직전 박원순의 서울시가 민노총 서울본부가 옮겨 갈 건물의 리모델링 비용 35억 원을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왜 천문학적인 좌파 돈줄엔 눈 감나?
이번 총선 직전 박원순의 그 서울시가 민노총 서울본부가 옮겨 갈 건물의 리모델링 비용 35억 원을 전액 지원하기로 했고, 매년 1억2000만원을 별도 지원한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시 관계자도 이걸 인정했는데, 그렇기 때문에 다시 물어야 한다. 민노총이 그동안 해온 게 무엇이던가?
지난해 말 민중총궐기를 주도했고, 광우병 파동과 세월호 선동에 반정부 폭력집회를 상습적으로 주도해온 곳이 아니던가? 더구나 이 지원은 시민의 혈세로 이뤄진다. 어버이연합에게 주어졌다는 돈은 그와 비교조차 안 되는 소액이지만, 전경련의 자체 예산이라는 점에서 썩 구분된다.
아니다. 그 이전 어버이연합과 아름다운재단-좌파단체를 동렬에 비교할 수조차 없다. 어버이연합은 대한민국을 옹호하려는 곳이고, 좌파단체와 아름다운재단은 음험하기 짝이 없는 세력이다. 그런데도 조중동을 포함한 엉터리 언론은 이런 사실에 눈 감고 있다. jtbc와 한집인 중앙일보의 경우가 그러하다.
그들은 "전경련 어버이연합 뒷돈 의혹의 진상을 밝혀라"로 헛소리 사설(4월22일)을 내보냈다. 회장 홍석현이 만드는 이 두 매체의 공조 아닌 공조가 가관인데, 사설은 "이번 일은 어물쩍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겁을 줬다. 편파적이어도 이렇게 편파적일 수 없다.
그 못지않은 게 조선일보다. 그들은 "전경련, 어버이연합 돈 지원에 靑 관여했는지 밝혀라"고 사설(4월22일)을 썼다. 눈을 비빈 대목은 이 대목이었다. "민감한 이념적 현안과 관련된 시위를 주도해온 단체(어버이연합)에 억대 지원을 한 것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어이없다. 노동관련법 처리 촉구 집회. 세월호 특조위 규탄, 교과서 국정화 찬성 집회 등이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1월 13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위안부문제 다루지 않은 과거정부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0년 전의 '양동안 죽이기'와 닮은꼴
참담한 마음은 그 때문인데, 이번 일은 필자인 내게 거의 30년 전 벌어졌던 '정치학자 양동안 죽이기'를 연상시킨다. 서울올림픽 열리기 두어 달 전 양동안(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문제의 글 '우익은 죽었는가?'를 통해 당시 벌써 고질병으로 등장했던 좌익의 발호와, 한국사회의 마비현상을 지적하자 온세상이 달려들어 그를 때리고 짓밟았다.
당시 어떤 야당 지도자는 그의 글을 "정신적 피해망상증 환자의 글"이라고 비난했다. 동문들까지 나서서 "용서받을 수 없는, 학문의 이름을 빈 범죄행위"라며 양 교수를 비난했다. 그런 내용의 유인물을 서울시내에 뿌려댔는데, 정말 말도 안됐다.
이 나라의 헌법적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를 지키자는 목소리를 그토록 이단시한 것이다. 이게 무얼 말해주는가? 속물적 리버럴리즘에 오염된 언론과 대학의 분위기가 30년 전부터 그러했고, 지금은 더욱 우심해졌다.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에서 체제를 수호하려는 이가 거의 없다는 게 우리의 불행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두가 대한민국 헌법적 가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고, 좌익에게 헛된 관용을 베푸는 바보짓을 반복한다. 이런 망국적 흐름 속에 지금 대한민국은 껍데기만 남아있다. 참고로 양동안의 30년 전 글의 첫 문장이 다음과 같다. 이 최악의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까라는 문제의식 속에 차근히 읽어주시길 바란다.
"지금 이 나라에서는 좌익세력이 사회 각 분야에서 치열한 사상적-조직적 공세를 전개하고 있다. 정부나 언론이 좌경세력이라고 관대하게 불러주고 있는 이 나라의 좌익은 때로는 민주세력으로, 때로는 민족주의세력으로, 때로는 순수한 양심세력으로 자기들을 위장하면서 사회 각 분야에 침투하여 자기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좌익과 속물적 리버럴리스트들은 필자를 매카시스트 또는 극우파라고 매도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식인 사회에서 필자가 고립되도록 할 것이다.… 이들의 핍박에서 필자를 구해줄 제도나 세력은 이 나라에는 아직 없다. 정부는 지금 그런 일을 해줄 의욕도 능력도 갖고 있지 못하다. 우익의 나라에서 우익의 궐기를 주장한 지식인이 핍박을 받아야 한다는 아이러니가 역겹고 전율스러울 뿐이다." /조우석 주필
[조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