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빌 워' 포스터/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미디어펜=정재영 기자] 영화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감독 루소 형제, 이하 시빌 워)’가 개봉 직후 곧바로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다. 개봉 당일 ‘시빌워’가 상영되는 스크린 수는 1954개. 역대 최고의 기록을 세운 셈이다.
때문에 영화의 호평이나 관객의 반응 여부와는 별개로 영화계는 탐탁찮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국 총 2500여 개의 스크린 중 1964개의 스크린이 단 한 영화로 통일됐다는 것은 명백한 독점인 것이다.
이미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로 독과점 문제를 지적받았던 마블-디즈니 사가 다시 ‘시빌 워’로 역대급 스크린 독점 수를 갱신한 것은 한국 영화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보일 정도다. 전국 스크린의 75% 이상을 점령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예매율이 높은 만큼 많은 스크린을 가져가는 것이 잘못인가”라고 ‘시빌 워’를 옹호했다. 물론 그 말이 옳다. 대중들의 기대에 만족시켜주는 것이 일종의 ‘서비스’를 자처하는배급사의 일인 건 맞다.
그러나 영화를 하나의 ‘산업’으로 놓고 봤을 때 한 영화의 독점은 산업 전체를 숨죽이게 하는 행위이다. 결과적으로 독점은 대중들의 선택권을, 그 범위를 좁히는 현상을 불러일으킨다. 대형 상업영화가 상영관을 독점한다면 그곳에서 물러날 저예산 상업영화는 독립영화의 자리를 노리고 독립영화는 갈 곳 없는 처지가 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국내외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논란이 되는 독과점 문제는 사실 제재할 순 있어도 해소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대중들의 관심과 사회적 차원에서의 문제제기가 무척 중요하기도 하다.
‘시빌 워’가 독과점 논란에 휩싸인 이상 그만한 흥행성적을 거둔다 해도 그건 ‘명분’을 세우는 것에 불과하다. 극장을 찾는 이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또한 작품의 의의를 보다 희미하게 만드는 독과점 논란이 다시금 발생하지 않길 바랄 따름이다.
[미디어펜=정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