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 성공법칙, 행복법칙 등등 성공하기 위해서, 행복해지기 위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계명은 셀 수도 없이 많다. 생전에 꼭해야 할 101가지, 노인 51계명, 행복 27계명, SNS 11계명·10계명 ·7계명 등 내용을 법칙화 하고 정리하고, 그것을 책으로 출간한 창안자들의 고민과 노력에는 경의를 표할만한다.
필자도 공자의 대동사상을 연구하면서 현대인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해보고자 '하모니십'을 생각했다. 그래서 '하모니십 15계명'을 소위 현대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항목과 그럴듯한 용어들을 동원해 정리해보았다. 제법 그럴듯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자랑도 하고 싶었다.
그런데 벼락같이 머릿속을 채우는 한 가지 느낌. 그렇다. 생각해 낸 모든 계명들이 축약과 축약을 거치니 익히 우리가 알고 있는 삼강오륜으로 집약된다는 것이다. 아! 얼마나 위대한 철학인가를 새삼 깨닫고 보니 필자가 자랑스럽게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속된말로 '쪽 팔리는' 것이었다.
삼강오륜을 수직적 신분종속관계, 백성을 지배하기 위한 이론적 위치에서의 수평적 관계로 살펴보니 결국 하모니십의 실천적 행동강령으로 내세웠던 것이 모두 그 속에 있었다. 삼강오륜을 공자의 당초정신으로, 감성과 공감의 해석방법으로서, 현대적 의의를 재해석 하면 오행의 조화를 강조한 우리 조상들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릴 수가 있다.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朋友有信). 이 5가지 인간의 도리(道理)는 맹자의 사단지심을 녹슬지 않게 수양하는 것이다. 특히 일반 국민이 아닌 정치지도자들은 기본적으로 실천해야할 덕목이다. 지키지 못하겠다면 아예 정치를 접어야 한다. 국민을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안철수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거둔 성적표를 정치적 성공으로 바라보면 안된다. 그가 주장하는 새정치보다는 지역감정을 다시 촉발해 더욱 낙후된 구정치로 후퇴시킨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비아냥의 언행은 오만함의 표현
안철수 하면 신선함과 예절이 바르다는 느낌을 받아 왔다. 그런데 최근의 발언을 보면 필자의 눈을 의심하게 된다. 착각을 해도 한참 착각을 했다는 반성이다. 국민의당 워크숍에서 안철수 대표가 "대통령이 양적완화가 뭔지도 모른다 하하하"라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인간이 얼마나 얄팍하고 오만한 것인가의 표본을 보여주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착잡함마저 금할 수 없었다. 아무려면 대통령이 양적완화에 대한 정책을 혼자서 생각하고 말했겠는가? 행정관료, 전문가 집단의 검토를 거쳐 내놓은 것이다. 모든 정책에는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야당 대표로서 비판은 있을 수 있지만 비방과 비아냥은 그릇에 맞지 않다.
또 있다. 국교수립 이래 처음으로 이란과의 경제협력을 위해 국빈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원불교 100주년 행사 불참"을 거론하며 비난했다. 안철수 대표의 그릇 크기를 짐작케 한다. 제3당의 대표는 커녕 대통령 흠집내기에 혈안이 된 야당의 대변인들 수준보다도 못하다. 정치 지도자는 국민앞에 언행의 모범을 보일 수 없다면 아예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
부부유별(夫婦有別)은 각자의 역할에 대한 가치에 대한 존중과 배려함이다. 부부(夫婦)에서 시작하여 결국은 각 분야의 위치에 대한 가치를 존중하고 배려함이다. 사양지심(辭讓之心)의 단서를 잘 갈고 닦아 즉 분별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란 방문 후 야당대표들과의 면담일정도 추진하고 있다. 총선을 통해 표출된 민심을 대통령도 야당대표도 분별있게 받아들여야 한다. 상호간의 위치에 걸맞는 존중과 배려가 깃든 언행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안철수 대표는 분별을 찾아 도넘은 언행을 삼가해야 한다. 녹슨 사양지심(辭讓之心)의 녹을 닦아내야 한다.
안철수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거둔 성적표를 정치적 성공으로 바라보면 안된다. 그가 주장하는 새정치보다는 지역감정을 다시 촉발해 더욱 낙후된 구정치로 후퇴시킨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특정 지역의 유권자들이 정치적 선택의 일환으로 최선이 아닌 차선으로 안 대표를 선택했다면 지금 그의 언행은 참으로 가소(可笑)롭고 지나치다는 평가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안 대표는 언론에 대해서도 사적인 대화를 보도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고 한다. 돌이켜 보면 이번 총선에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은 것은 국민의당이었고 '깜깜이선거'에서 선택의 추를 기울게 한 부분도 일정 있다. 어쩌면 이번 총선의 최대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보도를 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자기배신이다. 안 대표가 벌써부터 승리감에 도취돼 샴페인부터 터트리는 것은 정치인의 얄팍함과 정치꾼의 오만함이다. 안철수 대표는 백면서생인 필자의 평가를 새겨 들으시기를 바란다. /신백훈 하모니십연구소 대표·철학박사
[신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