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빗장 풀린 이란, 국내 산업계 들썩…경제절벽 구원투수 되나?

2016-05-04 12:31 | 김세헌 기자 | betterman89@gmail.com
[미디어펜=김세헌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을 국빈 방문해 52조 원 규모의 경제 협력 합의를 이끌어냄에 따라 국내 산업계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 마련된 양국의 경협 확대를 통해 제2의 중동 붐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모습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역대 최대인 236명의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이란 테헤란에 도착한 박근혜 대통령은 방문 기간 동안 양국 간 경제협력 사항을 담은 66건의 양해각서(MOU) 등을 체결함으로써 우리 기업이 이란에서 최대 52조원(456억달러) 규모의 수주를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 같은 성과는 지속되는 저성장과 수출 감소,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조선과 건설업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국내 산업계에 기대감을 불어넣어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태원 SK 회장(왼쪽)이 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 있는 국영석유회사인 NIOC사 본사를 방문, 로크노딘 자바디 CEO 겸 이란 석유부 부장관과 자원협력 방안을 논의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SK그룹


이란은 핵 개발 중단과 이에 따른 서방의 제재 해제로 중동의 마지막 '블루오션'으로 떠올라 중국, 유럽, 일본 등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올해는 5.8%, 내년은 6.7% 정도 경제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원유 수출 확대와 그간 동결된 자산 1000억달러를 활용해 에너지 투자와 사회 인프라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이면서 세계 각국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란은 8000만명의 인구에 면적은 한반도의 7.5배에 달한다. 원유 매장량 세계 4위에 천연가스 매장량은 세계 1, 2위를 다툴 정도로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한국에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중동 내 3위의 수출국이다. 지난 2011년 한국은 이란에 60억7000만달러 어치를 수출하고 113억6000만달러 어치를 수입했다. 당시 교역 규모 174억3000만달러는 양국 교역 사상 최대였다.

한국 수출액은 그 다음해인 2012년 62억6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란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가 본격화하면서 한국의 대이란 수출액은 지난해 37억6000만달러로 줄었다.

그러나 한국과 이란은 이번에 경제 분야에서 66건의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으로써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이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양국 간의 교역이 빠르게 회복될 전망이다. 
 
특히 53억달러 규모의 이스파한-아와즈 철도건설사업은 이번에 가계약이 체결돼 수출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침체로 공급 과잉의 몸살을 앓고 있는 조선업계와 해외 수주 난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는 이란이 '수주 절벽'의 돌파구가 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또한 이란을 거점으로 삼아 파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등 카스피해 인근 국가들에 대한 진출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사항으로 꼽힌다.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부처에 따르면 이번에 양국이 인프라 및 에너지 분야 재건 등 30개 프로젝트에서 양해각서와 가계약 체결 등으로 확보한 수주 가능 금액은 371억달러에 달한다. 일부 사업의 2단계 공사까지 감안하면 최대 456억달러(약 52조원)까지 수주액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오후(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에빈호텔에서 열린 한-이란 1대1 비즈니스 상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무역 상담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란 건설시장의 가장 큰 수혜를 얻은 대림산업의 경우 53억달러 규모의 이스파한-아와즈 철도 건설사업 가계약을 맺었다. 플랜트 분야에선 '사우스파 12 확장 Ⅱ 사업'(현대엔지니어링)과 발전소(한전·현대건설) 사업 등이 MOU 단계에서 논의가 진척되고 있다. 

이란 시장 진출에 따른 산업계의 기대감은 갈수록 영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건설뿐만 아니라 각종 산업재나 소비재 쪽으로 시장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이란 비즈니스 상담회에서는 6114억원 규모의 실질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2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일대일 비즈니스 상담회에는 우리 기업 123개사, 현지 바이어 494개사가 참여했고, 31건의 수출 양해각서(MOU) 체결 등이 이뤄졌다. 

해외에서 16차례 개최된 역대 상담회 가운데 참가 기업수, 바이어 참가수, 상담건수, 실질성과 규모 면에서 역대 최고를 수준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기업이자 임플란트 전문업체인 덴티스는 이란측 의료기기 바이어와 수출 협의를 진행해오다 이번 상담회에 참가했고, 5000만달러 규모의 MOU를 체결했다.

또한 홍채인식 보안 USB 등을 제조하는 아이리시스는 지난 4월 멕시코 상담회에 이어 이란 상담회에도 참석해 100만달러 규모의 보안장비 모듈 수출 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

차도르 등 중동시장용 특수 기능성 직물을 생산해온 성광도 그동안 대(對)이란 경제제재 등으로 현지 시장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이번 상담회에서 차도르용 원단 500만달러 수출 계약을 성사시켜 이란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핵 협상 최종타결로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가 해제됨에 따라 풍부한 천연자원과 중동 최대의 내수시장을 보유한 이란이 중동지역에서 경제적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며 "이란과 탄탄한 민간 경제협력 기반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한발 앞서 이란에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처럼 이란이 유망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자체 투자 자금이 부족한 점, 우리 기업들이 이란 현지 시장 정보에 어두워 투자 위험이 적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핵 개발 재개와 제재 복원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은 만큼, 한국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이란에 진출하기 위해선 시장을 선점하려는 외국 기업들과 벌여야 할 치열한 경쟁, 제재 복원 위험, 이란 내 인프라 미비 등 리스크 요인들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이란 원전 시장 진출과 관련해선 원전 안전 교육 등 기초적 분야에서 논의가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도 주목할 만하다.

관련기사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