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18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 새누리당 상임고문은 10일 "무작정, 무제한, 무분별하게 당론(黨論)을 정하는 일을 지양해야 한다"면서 "(국회의원이) 헌법기관으로서 자기 자율과 책무를 갖지 않고 정당 눈치나 보는데 180석, 200석이면 무엇하느냐"며 "반성없는 180석보다는 반성하는 120석이 훨씬 낫다"고 자당에 쓴소리를 했다.
김 상임고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20대 총선 초선 당선자 연찬회에서 '제20대 국회의원이 나아갈 길'을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당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정치를 이모양 이 꼴로 만든 가장 핵심, 책임져야 할 게 정당정치"라며 "정당의 당론에서, 당명(黨命)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않는 한 (국회의원) 여러분은 아무 역할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안 하나하나마다 당론을 정해 국회의원을 예속시키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며 "의원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먼저 치고나가야 한다. 그게 새누리당과 대한민국을 살리는 것"이라고 신임 원내지도부에 당부했다.
김형오 새누리당 상임고문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20대 총선 초선 당선자 연찬회에서 '제20대 국회의원이 나아갈 길'을 주제로 한 강연을 진행했다./사진=미디어펜
김 고문은 국회 마비의 주범으로 지목돼온 국회선진화법(2012년 개정 국회법)을 거론하며 "지난 4년간 새누리당은 선진화법 핑계를 많이 댔다. 악법 중 악법이라고 했다"면서 "저는 새누리당 출신이지만 여러 오해를 받아가면서도 (선진화법이) 잘못됐다는 소리를 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화법은 폭력국회, 날치기(입법)을 방지하기 위해 나온 것으로 의미가 있다"며 "이 법의 핵심은 (의원들이) 헌법기관으로서 대화와 타협을 하란 것인데 매번 당론으로 발목잡고 있으니 대화밖에 없고 타협은 안 되고 앵무새가 된다"고 비판했다.
또한 "선진화법 개정 여부는 부수적인 문제고, 지금 당이 이런 상태에서 180석이 됐으면 국회가 엉망이 됐을 것"이라며 "이쪽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야당은 결사 저지하려 할테고 그 과정에서 국민이 사라져 버린다"면서 "차라리 지금이, 반성없는 180석보다는 반성하는 120석이 훨씬 낫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민주화로 가는 것이고 여러분들이 인정받는 길로 가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 고문은 "(의원의) 자유와 자율이 보장이 되면 대화와 타협도 이뤄질 뿐 아니라 국회법에서 보장하는 크로스보팅(자율 투표), 자기 양심에 따른 투표가 가능해지고 살아있는 국회가 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매사 쑥덕쑥덕 모여서 당론입네 하고, 청와대와 커튼 뒤에서 결정하고 의원총회에서 강경파 몇명 내세워 의결하고, 헌법기관인 의원들을 옥죄는 것을 다 까발리고 새로 태어나야 한다"면서 "당론, 정당을 없애선 안되겠지만 정말 없애겠다는 수준까지 들어가야 될 것"이라고 당에 주문했다.
다만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경제원리, 자유와 창의, 국회 윤리에 관한 (큰 틀에서의) 당론은 있어야 한다"고 완전한 당론의 부재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혀뒀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